그날 그 방에 뉘어져 있던 흙으로 빚은 커다란 물체, 속을 비워놓은 머리, 관객이 들어가도록 허락된 그 작품안에 들어가서 무릎을 모으고 앉았다. 이윽고 작품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많은 숨소리가 차례로 들렸다. 

고르거나 불규칙한 숨소리, 쌔근쌔근, 헐레벌떡, 안도의 숨, 욕망하는 숨소리, 힘겹게 생을 끌어올리는 숨, 무거운 탄식. 

거기에 숨소리를 얹어봤다. 

새털보다 가벼운 것의 무게감, 그것때문에 사람들은 가끔은 존재를, 그리고 마음을 들킬가봐 숨을 참는다. 또 누군가의 한숨은 공기를 무겁게 만들어 마음을 짓누른다. 미워하는 사람이 숨만 쉬어도 소리가 거슬리지만, 소중한 사람이라면 가늘게 들리는 숨소리마저 애틋하다. 

그리고 아이야, 우린 매일 너의 숨소리에 귀기울이지. 

난춘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들었다. 어떤 가사는  꼭 어떤 사람의 삶을 훔쳐보고 쓴것 같다. 난춘은 아이의 집을 들여다본것 같았다. 

그대나의작은심장에귀기울일때에입을꼭맞추어내숨을가져가도돼요

저무는아침에속삭이는숨영롱한달빛에괴롭히는꿈

네눈을닮은사랑 그안에지는계절 파도보다더거칠게내리치는

오그대여부서지지마바람새는창틀에넌추워지지마

이리와나를꼭안자

오 늘 을 살 아 내 고 우 리 내 일 로 가 자 

내가너의작은심장에귀기울일때에입을꼭맞추어어제에도착했습니다

난춘이 노래하는 것은 따뜻한 봄이 아니였다. 어지러운 봄. 백번은 들은 그 노래는 그래서 한번도 불러본 적은 없다. 

네가 온 후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 처음 맞던 그 해 봄은 정말로 난춘이었지. 조그만 위를 밤새 비우고 커다란 하얀 옷을 입은채 밝은 불빛 아래로 실려간 너를 위해 손을 모으지도 못하고 그저 기다리던 열시간이 지나고, 너는 긴 싸움의 훈장으로 머리에 안테나를 달고 우리한테로 돌아왔어.  자기 투구를 힘겹게 쓴 연약한 전사의 모습으로.  

그때쯤 나도 아프고 있다는건 정말로 다행이었어. 몸은 너와 함께 아프고, 마음은 너의 부모와 그리고 부모의 부모와 함께 아파했고, 그리고 이기적인 나는, 가장 많이 나와 함께 아파했다.

생명은 귀한거지만, 삶은 가끔 속절없기도 하지. 그런 삶속에 너는 우리의 사명이 되어주었다. 

이제 다섯번 째 봄이 오려고 해. 

우리 그 봄으로 가서 또 여름을 기다리자. 그렇게 딱 오십번, 아니 허락하신 시간까지 기다리자. 네가 커준다면 우리는 기꺼이 늙어갈 것이고, 그 사이에 또다른 힘있는 노래가 우리의 노래가 될꺼야. 

—-

좋은 노래를 만들어준 새소년에게 감사를.

그리고 이 글은 픽션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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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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