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동생이 드디여 졸업했다. 대학을 다니던 곳보다 동생은 고향에서 더 먼 곳으로 가 직장을 잡았다. 마치 냄새나는 음식을 피하듯 동생은 최대한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겠다고 했다.
“형, 대학만 나오면 내가 엄마를 모시고 집안의 부담 다 안을게. 형님 고생한것도 보답하고.”
“형님, 내가 대학 졸업할때까지만 기다리오. 그때가 되면. 그때면 형님은 고생끝일게요.”
호언장담처럼 그가 돈을 보내줄때마다 동생이 하던 말이였다. 그는 담배를 물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 오래된 말을 떠올려보았다.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건 아니였다. 하지만 웬지 모를 서걱거림이 그의 마음을 치런치런하게 만들고있었다. 내가 그런 말을 했었지. 하는 변명조차 없는 동생한테 어쩐지 서운함이 느껴졌다. 그는 깊숙이 담배를 빨았다. 치런치런한 마음이 조금씩 다독여지고있었다. 담배연기가 하얗게 피여올라간다. 그는 그 연기를 아득히 바라보며 원래부터 그럴걸 알았으면서 뭘 하는 중얼거림으로 자신을 위로했다.
동생은 그곳에서 중국여자애를 만났다고 했다.
“형, 한족이면 어떻소. 나한테 힘을 실어줄수 있는 여자요.”
이제, 동생도 술을 배운건가. 알콜냄새가 느껴졌다.
“아무 힘도 빽도 없이 살만한 세상이 아니라는거 형님도 알지 않소. 난 힘이 필요하고 빽이 필요하오. 대학을 졸업했다지만 누가 뒤 받쳐줄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고. 악을 쓰고 우로 올라오려고 난 버텼소. 담배도 안피고 술도 안먹고 대학다니는동안, 바보라는 소리, 별종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연애도 안했소. 죽어라 공부만 했소. 그게 우로 올라가는 사다리라고 생각했소. 하지만 이제 조금 올라와보니 형. 여긴 피비린내가 진동하오. 아래서 올려다볼때는 꽃향기가 날것 같았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살육전이요. 우로 올라올수록 더욱 물고 뜯는 세상이란걸 알았소. 형, 그래도 난 높이 올라가야겠소. 거기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라가봐야겠소. 우리가 샘골에서는 죽을때까지 벌어도 이 도시의 화장실 한칸도 살수 없다는 것이 난 화나오. 참을수 없이 화가 나오. 샘골에서 태여난 나도 아버지없이 자란 나도 이 도시의 화장실뿐만아니라 아파트도 내 이름으로 마련하고 차도 사고 미친척 하루밤에 샘골사람들 일년 수입되는 돈을 술값으로 써버리며 그렇게 살고싶소. 형. 형은 그렇게 살고싶지 않소? 아니라구? 그렇지 형과 난 다르니까. 난 형과 다르잖소. 난 다르오. 다르고 달라야 하고 달라지고싶소. 다르다는걸 만천하에 보여주고싶소. 보여주고 미친척 웃으며 이를 갈며. 그렇게 살거요. 그렇게 살아서 뭐하냐구? 글세 뭐를 하겠는지는 나도 모르겠소. 꼭 뭐를 해야 하오? 형님은? 그럼 형님은 어떻게 살고싶소? 그렇게 살아 뭐하려구? 그렇지만 형. 난 이렇게 미친척 살고싶소. 살아보고싶소. 난 그렇게 살아야겠소”
형. 형님.
동생은 울분을 토하듯 토해내고있었다.
그는 그동안 모은 돈을 긁어 동생한테 결혼비용으로 보냈다. 그래, 네가 소원이라면 멀리 올라가거라. 이건 니가 올라가는 길에 디딤돌 하나쯤도 못되겠지만 내가 줄수 있는 전부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밤하늘에서 별 하나가 아득한 지구 저편으로 떨어지고있었다.
그 먼곳에서 치러진 동생의 결혼식에 그는 가지 않았다. 어쩐지 가고싶지 않아 일이 많아서 몸을 뺄수가 없어서 못갈 것 같다고 했다. 동생도 기어이 오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는 술기운에 열기 비슷하게 달아오른 몸을 벽에 기대고 동생이 위챗으로 보내온 사진을 받아보았다. 사진속에서 검은색 외제차에 몸을 기댄채 동생은 활짝 웃고있었다. 지나치게 과장된 웃음이였다. 이름이 쑤메이라고 동생이 말한 턱이 뾰족한 중국여자애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동생한테 살짝 기대고 깨끗하게 웃고있었다. 쑤메이의 치열은 고르렀고 하얗게 빛났다. 그는 치아가 새카매서 항시 웃고나선 뒤늦게 손으로 입을 가리던 민주를 떠올렸다. 가슴이 먹먹했다. 형편없이 말라 더욱 초라해보이는 엄마는 초록색한복을 입어 더욱 왜소해보였다. 엄마는 마치 백조무리에 낀 닭처럼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엄마는 잔뜩 긴장해서 정면만 보고있었다.
민주는 떠나간 뒤로 소식이 없었다. 그는 몇 번이나 민주한테 전화를 해보려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가 종당엔 민주의 번호아래 있는 전화기표시의 아이콘을 누르지 못했다. 잠 안오는 밤 위챗에서 민주의 이름을 찾아 클릭해놓고 한참을 보았다. 무수히 많은 말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또 무수히 많은 말을 썼다. 끝내 보내기 버튼을 누르지 못한채 그는 하지 못한 말들을 가슴에 체증처럼 얹은채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민주는 그에게 삶과 같았다. 그에게 찾아왔고 잠간 희망도 주었지만 끝없는 고통을 남기고 떠나갔다. 마치 손내밀면 잡힐듯하지만 정작 손을 뻗으면 한층 멀리에서 반짝이는 자신의 삶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면 민주에게 자신은 무엇이였을가. 민주에게도 나는 고통만 남긴 존재는 아니였을가. 그는 머리를 젓는다. 더 이상 복잡한 것은 싫다. 생각하기도 싫고 그저 단순하게 살고싶다. 그 즈음 그가 하는 생각이였다.
그럭저럭 삶은 지속되였다. 버텨졌고 살아졌다. 한때 그는 민주가 자신의 전부인 듯 느껴진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서서히 옅어졌다. 자신이 전부라고 생각했던걸 잃고도 여전히 그렇게 태연하게 살아질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는 놀라웠다.
7
“엄마가?”
“그래, 니네 엄마 터밭에서 고꾸라졌다. 지금 병원에 있다. “
잣나무에 잣이 애기주먹만큼 자랐던 때, 그는 외삼촌의 전화를 받았다.
“혈압이 높으셨습니까? 그럼 평소 식습관은 어떠셨습니까?”
하얀 가운에 쌓여 어딘가 근엄해보이는 중년의 남자의사가 그와 동생을 번갈아 훑으며 채근하듯 물었다. 그도 동생도 어떤것도 대답할수 없어 다만 침묵했다. 회사를 단 하루도 비우기 힘들다는 동생은 이튿날, 돌아가고 그가 엄마의 곁을 지켰다. 엄마는 깨여났지만 반신을 움직일수가 없게 되었다. 그는 몰라보게 수척해진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엄마는 언제 이렇게 늙어버린걸가. 저 주름들은 언제 저렇게 패인걸가. 링게르가 꽂힌 엄마의 손은 파랗게 피기라곤 없었다. 그럼에도 심장은 뛰고 숨은 쉬여지고 하루하루 조금씩 회복되여갔다.
“엄마를 요양병원에 모시자구?”
그는 동생을 바라봤다. 엄마가 퇴원하는 날을 맞춰 먼 도시로부터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동생은 검은색 서류가방을 단정하게 들고 슬프지도 흥분하지도 않은 얼굴로 병실에 들어섰다. 동생은 병실에 들어서서 엄마를 자세히 보지도 않고 그를 끌고 복도 한켠으로 나왔다.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저 멀리 해가 지고있었다. 하루의 사명을 다 마친 해가 너울너울 지구 뒤편으로 사라지고있었다. 이제 넘어가면 오늘의 해는 다시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침을 삼켰다.
“그래도 어떻게.”
그는 처음으로 동생한테 분노를 느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픈 엄마한테 미음 한숟가락 떠넣지 않은 동생이, 요강 한번 비워본적 없는 동생이 마치 자신이 엄마를 어떻게 할수 있는 절대적인 권리라도 있는 듯 단호하게 말한다. 엄마도, 형도 이제는 동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게 아닌가. 높이 올라가려고 꼭대기만 바라보느라 옆도 앞도 다 보이지 않는게 아닌가.
그는 동생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리고싶은 충동에 몸을 떨었다. 그는 피를 보고싶어졌다. 동생의 꼭 다문 얇은 입술이 벌어지고 마침내 찢기고 거기에서 터져나온 뜨끈한 피가 흘러내려 동생의 얼굴을 적시고 동생의 옷을 적시고 바닥을 적시게 하고싶었다. 동생의 피도 뜨겁기는 한지 한번쯤 느껴보고싶었다. 그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끝내 날리지 못한 주먹을 틀어쥐고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모든걸 꾹꾹 눌러담고 그는 우뚝 서있었다. 동생의 반듯한 양복과 깨긋한 흰 셔츠의 깃을 바라보며 거기에 번지는 피자국을 환영처럼 보고 있었다. 슬픔같기도 하고 아픔같기도 한 이름못할 감정이 꾸역꾸역 가슴속에 몰려들고 있었다.
“글세 어쩔수 없지 않소. 형님. 형님은 다시 한국으로 나가야는게 아니요? 형님한테는 아무래도 한국이 낫지 않소? 그리고 운신도 잘 못하는 엄마를 우리가 어떻게 하겠소? 지금 이전하고 달라서 여자들이 시엄마를 모시는건 신화같은 말이요. 더구나 쑤메이 걔는 공주처럼 자라서 세상의 중심이 자기인줄 아는 애요. 그깟 돈 좀 있는것땜에 나도 드러운대로 그저 걔가 하자는대로 하면서 살고있는 처지요. 집청소해주는 사람이 있다하지만 신던 양말도 세탁기에 집어넣을줄 모르는 애요. 내가 가진게 없다보니 장인 장모한테도 허리굽혀야 하고 회사에서도 허리굽혀야 하고. 그러면서 나도 버티고있소. 올라가려고 살아보려고 버티고있소.”
동생이 눈을 감았다가 뜬다.
“나도 어쩔수 없어서 그러지. 요양병원도 시설이 좋아서 로인들 지내기는 좋답데. 거기 가면 친구도 있을테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오. 비용은 형님하고 내가 반씩 부담하고. 그게 좋지 않겠소?”
동생이 채근하듯 묻는다.
어디론가 자신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곳으로 빨리 엄마를 유배라도 보내고픈 심정이라는 듯 동생은 엄마를 요양병원에 보내야만 하는 갖은 이유를 갖다붙이고있었다. 어디선가 산에서 돌들이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있었다.
그는 흡 하고 숨을 내쉬였다. 요양병원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와 소독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빛이 들지 않는 복도를 중앙으로 양쪽으로 칸칸이 나뉘여져있었다.
“여기는 자립할수 있는 분들 칸이구요.”
작은 방에 머리를 짧게 짜른 할머니들이 멍하니 앉아 텔레비죤을 보다가
“누가 또 오나 보오”
“어쩌겟소. 이제 여기를 거쳐야 죽는거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반신을 못쓴다고 하셨습니까? 그럼 여긴 안되고”
원장이 수군대는 로인들이 있는 칸을 지나 앞쪽으로 안내했다.
“아야. 정말 이 아바이는 너무 잡순다니까. 맨날 누워만 있으면서도 저리 식성이 좋으니 염치가 없는거지. 아 구려 정말.”
살이 덕지덕지 붙은 아낙네가 커다란 종이뭉치를 들고 나가며 투덜거린다. 저게 말로만 듣던 어른들이 차는 기저귀인가.
“이 방이 어떻습니까?”
침대 두개가 양쪽 벽으로 바싹 붙은 방에 들어서서 원장이 그와 동생을 쳐다봤다. 검버섯이 얼굴의 반이상을 덮은 안로인이 후둘거리는 손으로 이불깃을 만지며 놀란 눈으로 불청객들을 쳐다봤다.
“여기 이 방에 로인분이 금방 돌아가셔서 자리가 비였습니다. 이 방 아님 자리가 없어요.”
원장이 그들을 쳐다본다.
“흑.”
갑자기 안로인이 울음을 터뜨린다. 원장은 밥먹고 똥싸는것처럼 늘 있는 생활이라는 듯 허허 웃는다.
“로인들 이렇습니다. 같이 생활하다보면 정이 들고, 돌아가시면 또 저래 울고.”
“할머니, 곧 친구 찾아드릴게요.”
원장이 울고있는 로인네앞으로 다가가 큰소리로 말한다.
로인은 끄덕끄덕하면서 팔소매로 눈물을 닦는다.
“내가 샘골로 모시고 갈게.”
양로원을 나와 도로가 있는 큰길까지 내처 걷다가 그는 동생한테 그렇게 말했다.
우뚝 동생이 멈춰섰다.
“형님, 정말이요? 잘 생각해보오. 형님이 정 그러겠다면 어쩔수 없지만 형님한테 맡기기보다는 요양병원에 모시는게 나는마음이 편하오. 그리고 랭정하게 잘 생각해보오. 엄마를 끌어안고 있으면 형님 인생은 어쩌려구? 형님도 여자를 만나고 형님도 결혼도 하고 남처럼 살아야지 않소. 정말 잘 생각해보고 하는 말이요?”
동생이 그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는 동생을 외면하고 고개를 들었다. 비가 오려나. 하늘이 잔뜩 흐려있었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동생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 자꾸 가슴을 졸이게 되고 안타깝고 분하고 좀 그렇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