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춤"

회전목마를 타는 아이들을 본 적 있나요?

아니면 땅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 있나요?

이리저리 팔랑거리는 나비의 날갯짓을 따라가 본 적 있나요?

아니면 저물어 가는 태양빛을 바라본 적 있나요?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시나요?

“안녕하세요?”라고 묻고는 대답까지 들으시나요? 

하루가 끝나 잠자리에 누웠을 때 앞으로 할 백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나요?

아이에게 말해 본 적 있나요? 내일로 미루자고.

그렇게 서두르다가, 아이의 슬퍼하는 모습을 못 보셨나요?

연락이 끊겨서, 좋은 친구를 잃어버린 적이 있나요?

전화해서 “안녕?”이라고 말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말이에요.

어딘가로 너무 서둘러 가다 보면, 그곳에 가기까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반을 놓치게 돼요.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을 뜯지도 못한 선물을 버리는 것과 같아요.

 

삶은 경주가 아니에요. 천천히 삶을 누리세요. 

음악에 귀 기울이세요. 노래가 끝나기 전에.

천천히, 천천히

너무 빨리 춤추지 말아요.

시간은 짧아요.

음악도 머지않아 끝나겠죠.


위의 내용은 어느 한 책에서 나오는 시이다. 저자의 심리학자인 한 친구가 어느 소녀한테서 받은 시인데 그는 이 시를 읽은 다음 집행 연기된 인생 계획에서 마침내 벗어났다고 했다.

이 책의 제목은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이고 저자는 바로 "타이탄의 도구"로도 유명한 팀 페리스이다. 나는 이 책을 사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사놓고 이제서야 완독했다. 책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하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수익은 더 많이 창출할수 있는지에 대한 팁과 "미니 은퇴"를 할수 있는 팁들을 알려준다. 

코로나 이전이라면 완전 사치이고 꿈이며 이렇게 하면 좋겠다라고 빨리 시도해보려고 읽었겠지만, 코로나 계기로 인해서 본의 아니게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3년동안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가 지금 조금이나마 이렇게 살고는 있다. 요즘 IT업계에서 불어치는 layoff 칼바람에도 이상이 없이 승진하고 연봉도 오르고… 하지만 하루하루 팽이처럼 돌아치고,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고, 무언가 다른 큰 성장이 없는거 같다. 나만의 시간도 확보하기 힘들고… 암튼 행복하지가 않고 성취감이 부족한 요즘이다. 가진거에 만족하고 감사할줄도 알아야지만… 자꾸만 직장이외에서 더 많은걸 시도해보고 나만의걸 해보고 싶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벽에 부디치고, 또 더이상 예전처럼 정력과 시간이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예전에는 중국의 주요 IT기업들에서 왜 개발자들이 35살만 되면 대부분 차별하여 대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하지만 그 나이가 되어보니 이 분계선, 이 分水岭을 알것도 같다.

나의 인생에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느낀 이런 시점에서 그동안 쌓아두고만 있었던 책들과, 읽으려고 했던 책 리스트들을 찾아서 열심히 읽고 있다. "제일 크고 밉게 생긴 개구리부터 먹어라"는 책도 읽고, "하나에만 집중해라"는 The One Thing도 읽고…

그러다가 글의 첫 부분에서 인용한 "느린 춤"이 오늘은 잠시나마 힐링되고 무언가 나를 사색하게 만드는거 같아서 정리하여 끄적여 본다.

이래저래 재정비하여 마흔에 잘 진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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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들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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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흔을 앞둔 초조와 불안에 공감함다.
    그러다보니 저의 “이래저래 재정비”하는 과정 역시 공부였슴다.
    흔들리더라도 밸런스 잃지 않고 뒤집히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함다.
    범이의 일상을 응원합니다!!!

  2. 오 느린 춤, 좋은 말입니다. 여태 자기계발서를 딱 한권 읽었는데 그게 “네시간만일한다”였어요. 책 다 읽고 D.E.A.L은 기억해 뒀습니다. 유머러스하게 써서 좋았어요. L을 실행할때는 직원인 팀페리스가 보스와 밀당 좀 했더군요 ㅎㅎ /범이님의 스무스한 사십대진입을 미리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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