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생에 무엇이 되여 다시 태여날지 아무도 모른다. 날개를 가진 한마리 작은 새가 될지 또 푸르게 넘실거리는 한 그루 나무가 될지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하나의 돌덩이가 될지 아니면 이름없는 나무에 이름도 없이 맺히는 한알의 열매가 될지… 또 기어이 인간의 모습으로 태여난다고 해도 어떤 모습이 되여있을지는 역시나 아무도 모른다. 사상가가 되여있을지 화가가 되여있을지 신학자가 되여있을지 아니면 가난한 농부거나 구제불능의 알콜중독자거나…

      래생에 나는 한 사람으로 태여나고 싶다. 그리고 래생에는 시인이 되고싶다. 그리고 좀 더 아름다운 시를 쓸수 있도록 괜찮은 시인이 되고 싶다.

        시인이 된다면 노래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을 것이다. 땅이며 하늘이며  불이며 공기며 바다며… 꽃이며 나무며 강아지며 토끼며 고래며… 웅장하고 빛나고 우아하고 고상하고 참되고… 그렇게 우리의 세상에 넘쳐흐르는 아름다움을 마음껏 시로 표현할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받은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시인으로 태여날수 있다면 오로지 너와 나의 사랑만을 노래하고 싶다. 이생에서 우리가 나눈 사랑을 래생에 고운 사랑시로 이야기하고 싶다.

        너와 나는 늘 추운 겨울에 만났었다. 기어이 그 시간을 택한 것도 아니였는데 우리는 늘 한해의 끝자락에서 서로를 만나군 했다. 꼭마치 추운 겨울을 뜨겁게 살아내고 싶은 그 정열처럼. 그 만큼으로 뜨거웠던 우리의 사랑은 내 살갗에 문신으로 새겨져서 너와의 기억을 나는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기억해낼수가 있다.

        부드러운 잔디밭을 밟으며 걷던 순간 얼굴에 그려지던 설레임의 무늬이며 밤이면 이불속에서 팔다리가 섞여들고 호흡이 섞여들던 그 순간의 열락의 뜨거움이며 아침 깨여서 한 이불안에서 함께 푸르스름한 새벽을 바라볼 때의 감동이며 영화관에서 내 손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만져줄 때 가슴으로 소용돌이를 만들던 따뜻함이며 어느 골목길에서 뒤짐을 지고 걸어가는 너의 뒤잔등을 바라보며 웃음짓던 행복감이며 지하철역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등을 돌리며 떠나야했던 그 순간의 슬픔이며… 아무튼 나는 우리가 함께 했던 낮과 밤을 그리고 그 속의 모든 것들인 해살과 비와 눈과 바람과 그리고 거리와 지하철과 시장과 음식점과 층계와 그리고 밥과 반찬과 술과 그리고 목욕을 같이 하고 입맞춤을 하고 미소짓고 바라보고 서로 껴안고 사랑을 나누고… 그 모두를 다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만남은 늘 짧았다. 만나기까지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몸의 모든 세포가 갈증으로 타들어가도록 한없이 길었을 뿐이다. 참을수 없는 그리움에 우울하기도 무기력해지기도 미친듯이 격해지기도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많은 그리움과 기다림을 나는 아름다움이라고 그 모든 것과 상관없이 부를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는 언제나 뜨거운 불꽃으로 타올랐고 그것은 오랜 시간을 지나도 종래로 고갈되거나 희미해지거나 사라지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리움은 늘 지속되였고 고조되였을뿐이다. 그 뜨겁고 화려한 색갈들은 자칫 회색빛으로 물들수 있는 우리의 외로움과 아픔의 시간들에 배여들어서는 보다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세상은 늘 고운 빛갈로 차올랐고 늘 따뜻했고 늘 밝았다.내 몸이 너의 몸을 찾는 그 절실함과 내 령혼 깊은 곳으로부터 너를 찾는 그 간절함 그 것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잘 안다. 그러나 그 기쁨을 무어라 말할수 있으며 그 아픔을 무어라 말할수 있을지 나는 제대로 적을수가 없다. 나는 언어의 불충분함과 또 부적절함과 그 한계와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고 오로지 아름다움이라는 이 형용사외에는 다른 단어를 고르지 못했다.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이 단어가 마음에 든다.

        비록 늘 함께 하지 못했지만 나는 감히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아픔을 변명하고 위안받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기쁨만이 즐거움만이 행복만이 눈부시는 것만이 사랑일수는 없다. 

        때로는 거리에서 때로는 무엇을 보다가 괜히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 무엇이 특별히 생각난 것도 무엇이 불쌍해진 것도 무엇이 슬픈 것도 아닌데 말이다. 때로는 밥을 먹는데도 길을 걷는데도 밤에 잠을 자거나 아침 깨여서 눈을 뜨는데도 다 커다란 용기가 수요된다는 것을 깊이 느끼군 했다.  때로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심하게 두려워지기도 했다. 문득 네가 떠나버릴가봐 문득 내가 아파질가봐 문득 세계의 종말이 올가봐…그렇게 더는 너를 볼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갈마들때면 침착하지 못하게 허둥대군 했다. 

        하지만 사랑은 늘 자신의 신비로운 능력으로 다시금 제대로 일상을 살아내도록 다독여주었으며  나더러 자신의 빛갈을 알게 만들어주었고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껴안고 살아가게 만들어주었다. 이 오염된 세상에서 순수한 사랑을, 이 메마른 세상에서 가슴 설레이는 사랑을, 이 차거운 세상에서 따뜻한 사랑을 누린 나는 이 생에 태여나게 된 것을 고마와하며 너와 한 하늘아래 살게 된것을 고마와한다.      

        래생에 내가 전생의 사랑을 시를 읊조린다면 너 역시 나를 알아볼 것이라 믿는다. 이 생에서 우리가 전생에서 그리워했음을 잘 알고 있었듯이말이다. 우리는 함께 했던 순간순간을 영원히보다 더 영원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기때문이다.

        래생에 내가 다시 시로 너를 만나면 우리 더는 이 생처럼 아프게 사랑하지 말고 더 행복하게 더 평화롭게 더 그윽하게 사랑했으면 좋겠다. 슬픈   사랑을 나눈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눈이 푹푹 내리는 날 흰 당나귀를 타고 깊은 시골에라도 찾아들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그런 일상을 보는 이에게는 되려 구질구질해보일지도 모르는 그런 일상을 함께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다. 아침 문을 나서느라 몸을 굽혀 신을 신는 너를 무심히 바라보며 웃어주고 싶고 함께 땀 흘려 일하다가 서로마주보며 너의 이마에 돋은 땀방울을 닦아주고 싶고 그냥 최저의 말만으로 때론 말도 없이 변화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아도 좋을듯하고 낡은 밥상에 마주앉아 간단히 장국에 밥을 말아먹고 싶고 네가 내 무릎을 베고 누우면 너의 머리칼을 만지고 싶고 그러다가 너의 귀구멍을 파주고도 싶고 밤이면 한 이불안에서 조용히 너의 우에 포개여져 잠들고 싶고 그러다 혹 내가 먼저 깨여나면 너의  숨소리를 들으며 미소지으며 내려다보고싶고…이처럼 고요하고 밋밋하고 느릿하고 사소한 일상들이 내게 얼마나 충실하게 풍성하게 절실하게 다가오는지를 깨닫고 싶다.매일매일같은 날이여도 리유도 없이 친밀하고 소중해지는걸 깨닫고 싶다. 나 혼자의 생명이 너와의 생명과 더불어 살아갈수 있다는게 아름다움이라는걸 깨닫고 싶다.

        래생에 내가 만약 시인이라면 나는 이렇게 이생에서 미치도록 불타올랐던 그  많은 그리움들을 시로 처절하게 읊조리고 싶다. 어쩌다 만나면 허기진 령혼끼리 뜨겁게 비벼 광적인 열락을 만들던 그 절정으로 치닫던 찬란함을 시속에 라체로 드러내며 뒹굴고 싶다. 비명을 지를만큼 강열했지만 숨 죽여울수밖에 없었던, 우리를 스쳐간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계절속에 남아서 바람으로 울어대던 오열을 시로 터뜨리고 싶다. 그리고 이제 래생에 다시 만나 사랑보다 더 뜨거운 것이 더 가치있는것이 더 오래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나누게 될 우리의 사랑의 기적과 감사함을 시로 그려내고 싶다.

        그리고 래생의 다음 래생에는 그 무엇이 되여 어디에서 태여나더라도 너를 담은 나의 시를 새긴채 태여나고 싶다. 그 시만으로 내 몸을 감싸고 행복하게 살아낼수 있을 것 같다. 세상으로부터 몰려오는 어둠과 추위와 두려움과 아픔들을 그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시로서 충분히 막아낼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래생에 운좋게 한 시인으로 태여날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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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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