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까?

뭔지를 물을 새도 없이 “삶”이라는 기관차에 탑승했다.

모든 예상을 빗나간 일상의 형태

좋고 나쁘고를 떠나

여유가 없으니 “이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조차 靠边站이 됐다.

그 와중에 또 이사하고, 가전 제품들을 구비하고, 소개팅도 하고, 드라마도 챙겨보면서… 강의자료와 문서 제출에 쫓기다가 한 주가 훗~딱 지나가고 또 그 다음 주를 위해 준비하고 또 그 다다음 주를 위해 준비한다.

그렇게 학교를 왕복 하는 버스에서 드디어 “이것은 뭘까??????”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멍 때리는 시간이 이토록 소중한 것이라는 걸 문뜩 문뜩 깨달을 때가 있다. 이러한 숨과 틈 그리고 공백 사이에서 그 천진난만한 내가 존재했던 것인데 현재 이 친구는 나의 폐 속에 갇혀있다. 

그런데 예전처럼 별로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오히려 일상이 재밌다. 종래로 겪어보지 못한 삶의 패턴, 그것이 되려 나를 설레게 만든다. 나에겐 일상 루틴에 몸을 맡기는 일이야 말로 가장 비범한 경험이다. 

그래서 판정이 더욱 어려워졌다.

안정성을 늘 도피해온 내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오히려 언젠간 여유를 누릴 수 있겠다는 다소 확신 된 믿음이 생겨난다.

반면 만일 내가 어느 미술센터 혹은 갤러리에 취직했다면 겉으로는 즐거웠겠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엔 늘 “불안”을 안고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가정한 것이라도 만일 정말로 이렇게 된다면 자유를 추구하는 곳에서 더욱 더 철저하게 자유를 잃어버리는 비극이 일어날 법도 하다.

그래서 아무리 일상이 바쁘고 정신이 없어도 마음만은 편하다.(적어도 지금은)

아무리 잠이 부족해도 시간을 잘 조율하면 금방 회복된다.

박사논문을 쓸 때와는 정말 다르다. 할 일이 태산이여도 마음이 무겁지 않다.

그렇게 나는 신비한 일상살이에 들어섰고

여태껏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던 

그래서 더욱 더 두려웠던

직장 생활에 가뿐히 몸을 싣는다.

여태 예술만을 고집했던 내가 진정 예술을 알기나 했던 것일까?

그럼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예술이야 말로 삶의 고난 시기에 특수한 속임수를 통해 고통을 둔감 시켜주는 인간의 최후 방어기제가 되어 작동해왔던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면 여태까지 예술에 의존했던 나의 몸과 마음은 또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뎌냈던 것일까?

그래서 지금 하늘을 바라 볼 틈도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매일 피곤함에 시달리면서도

기분이 좋고 매나네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러고 보니

예술로 버티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야 말로 나한데는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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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인간 되기를 꿈꾸는 지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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