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

인간의 따스한 피부의 체온을 향한 그리움에서 오는 외로움이였을가,광대한 우주속에서 장엄한 역사를 바라보는 존재적인 고독이였을가…외로움과 고독사이에는 일망무제한 안개꽃밭이 펼쳐졌다.고요한 밤이면 기도라도 되듯 나는 하얀 안개꽃밭에서 맨발로 무릎을 꿇고 낮에 미처 펼쳐보지 못한 편지들을 꺼내본다. “진정어린 편지”하나가 마음을 깊이 설레이게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나의 안개꽃 밭에 들어와서 가볍게 한번 휘둘러 보고 나서는 그들이 살아온 삶의 방식대로,그들이 갖고 있는 색깔대로 아무렇게나 말을 남기군 했다.그래서 언젠가부터 나의 안개꽃들은 점점 말수가 적어지기 시작했다.안개꽃 밭에 날아온 많은 편지들은 참으로 지독한 독백들이였다.장황한 영웅신화적인 설교를 늘여놓는 소리 높은 외침,비극적인 피해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토해내는 거친 어투,성공과 인기를 위한 기상천외한 판타지가 가득 찬 흥분에 들뜬 얼굴,순진한 동화와 같은 성에 감추어 놓은 어른아이의 도피처…본인만의 희로애락만으로 짜맞춘 인과관계들,그것에 실려져 있는 강력한 감정들,이렇게 굳어진 고집과 같은 인생 해석학들에 나는 무슨 말들을 할수 있을가?그래서 나는 그냥 시무룩한 안개꽃을 한가득 꺽어서 답장으로 보냈다.

나의 느낌,생각,소원,꿈 너무나 소중하지만 나는 저런 독백으로 펼쳐가는것은 싫어.하지만 나는 어떻게 펼쳐가야만 하는것일가?수많은 상황중에서 나는 왜 내 생각과 느낌들을 그리 쉽게 꺾고 거두어 들이면서 펼쳐갈줄 몰랐을가?나는 왜 저런 독백들에 대항할수 없었을가?

푸근한 눈빛을 닮은 이 진정어린 편지는 나에게 정말로 잘 지내고 있는지 진실한 안부를 물어주고 궁금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짜맞춘 세상에서 분주하지 않고 상대방을 향한 호기심과  또한 그의 자유를 존중할줄 아는  여유에서 오는 진정어린 사랑을 마주하게 된것이다.내 마음이 이렇게 깊이 설레여도 되는것일가?나는 나의 깊은 곳을 어떻게 하면 더욱 정직하게 표현하며 그“진정어린 편지”에 답장을 줄수 있을가를 고민하면서 맨발로 안개꽃밭을 천천히 거닐기 시작했다.

2.안개꽃 무덤

엄마가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던부유보건원 앞뜰에도 하얀 안개꽃들이 가득 피여있었다.바람에 날려 동그란 안개꽃들이 검은 흙에 떨어질때면 나는 그것들이 대지에 보내여진 순전무구한 아기 눈동자처럼 생각 되였다.나의 그런 상상과 상관이 없이부유보건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그런 아기 눈동자들처럼 생긴 동그란 안개꽃들을 구두발로 무참하게 짓밟고 출퇴근을 했다.엄마가 병원에서 퇴근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부유보건원 앞마당에서 날려서 떨어진 나무 잎사귀들과 안개꽃들로 작은 애기무덤처럼 나직히 모아놓고 그 앞에서 꺼이꺼이 우는 시늉을 하면서 놀았고 부유보건원에서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창백한 기색으로 나오던 젊은 여인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나를 한번 더 눈여겨 보고는 총총 걸음으로 병원마당에서 도망치듯 나갔다.

언니를 낳고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의 둘째 딸,환영받지 못한 존재,그 보잘것 없음…엄마의 배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면 난 태여날수 있을가?내 삶은 시작부터 안개와 같은 수많은 불확실함을 향한 머뭇거림이 있었다.앉을 자리 설자리를 고민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엄마와 아빠가 나에게 입혀준“탄생의 헌옷”은 나에게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더욱 보잘것 없는 곳으로 나를 몰아가군 했다.이 모든 아쉬움을 깊은 밤의 베개잇처럼 부여잡고 나는 엄마가 출근하는 부유보건원의 앞마당에서 가꾸어지기 시작한 나의 안개꽃 밭을 더욱 정성들여 가꾸어갔다.

여자아이로서 사랑을 받고 싶었던 마음의 좌절이 외로움의 탈을 쓴것이였을가,탄생의 회의에서 오는 두려움이 고독의 옷을 입은것일가?그 다정다감한 편지를 향한 내안의 깊은 설레임과,안개꽃 무덤앞에서 울고 있던 여자아이를 번갈아 보면서 나는 고심하게 되였다.

도처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이 헛헛한 발걸음이여…

존재의 의미를 그렇게 찾아 헤매야만 했던 구도자의 갈증…

안개꽃 밭의 그 기도는 진정한 신앙이 아니라 상처입은 영혼이 자기구원을 위한 종교였었지!!

3.새벽

회답편지를쓰는 동안 밤의 장막이 드리운 안개꽃 밭에 드디어 새벽이 오는듯 했다.달이 지는 밤과 해가 뜨는 낮사이를 이어주는 새벽,어두움과 빛을 다 품으며,그야말로 밤에게 희망을 너그러이 천천히 가져다주는 여유로움은 그 진정어린 편지가 나에게 준 느낌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새벽의 겸손함…

지극히 자연스럽지만,지극히 소중하고 드물기도 한 일체가 되는 마음을 느끼면서 나는 회답 편지를 써내려갔다.

나의 어두운 장막속의 차거운 지난날이였었다.

부유보건원 간호사였던 엄마가 의사한테 넘겨주었던 그 차거운 수술칼들…생명의 소중함과 귀함은 엄마가 의사한테 넘겨주었을 그 수술칼들에 의해 무력하게 그리고 처참하게 무너졌었다.나는 못 태여날번 했다.하지만 나보다 더 불행하게도 새벽을 보지도 못한채 어둠속에서 태여나지 못한 그 생명들이 그때에 가득했다.짓밟힌 아기 눈동자들처럼 생긴 안개꽃들에게 말로 차마 다 할수 없는 깊은 미안함은 도대체 무엇으로 표현해야만 하는것일가!

장례식장에 차려지는 하얀 국화꽃보다도 작디작은 하얀 안개꽃은 내 삶의 그늘진 곳에 종래로 진적이 없이 더욱 무성하게만 피여났었고 나의 깊은곳은 그것이 그토록 괴로우면서도 그것을 몰랐었다.수없는 죽음의 순간들이 그 안개꽃밭에서 차갑게 흘러갔고 그 누구도 그것을 슬퍼하지 않았고 거기에서 나는 생존자로서 괴로웠었다.

새벽이슬과 같은 눈물이 따뜻한 나의 얼굴을 타고 내렸다…

이 따스한 체온이 고이 감싸고 있는 나의 영혼,안개꽃밭에서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허물고 또 다시 쌓기를 반복하면서 인내의 고된 싸움을 했었다.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여겨짐에도 내 체온의 따스함을 차마저버릴수 없어 그렇게 홀로 삶에 격한 의미 부여를 하면서 시인이 되고 싶었고,인생의 학문과 철학을 사랑했고 인간의 사는 이야기를 담은 문학을 사랑했었지…

나는 눈물로 드디어 안개꽃 밭에 엄마와 아버지가 주신“탄생의 헌옷”을 드디어 매장했다.그제서야 보이는것은 장엄하게 흐르는 시간, “탄생의 헌옷”속에서 그토록 긴 시간을 울면서 웅글어지고 깊어진 덕분에 제대로 알아보게 된 삶의 경건함과 신비가 흐르는 영원의 시간이 보였다.밤을 앓았고 새벽을 온 몸으로 느끼며,밝아지는 낮이 기대가 된다.나는 어두움과 빛의 예술을 이해하는 넓은 자유의 품에 그제야 뛰여들수 있었다.

장엄한 시간은 수많은 아픔과 잘못들을 안고 앞을 향해 고요하고 크게 흘러가고 있다.이 시간의 거룩한 물결속에서 나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 나의 손을 잡아주며 전해준 그 자그마하고 묵직한 진정어린 문안,

그것은 생명력이 가득한 씨앗으로 되여 나의 찰진 흙밭에서 심겨졌다.

이 찬연한 씨앗은 싹을 피워 영원과 연결 된 그 아름답고 명료한 한 꽃을 피워낼것이다.

*엄마의 배속에까지 이 세상의 축복과 선물로 왔었지만 결코 태여나지 못한 그 안개꽃과도 같은 아름답고 여린 생명들을 위하여 목놓아 울고 싶습니다.그리고 지난 세기“산아제한”정책과 남존여비의 문화속에서도“행운”스럽게“생존”한 저와 같은 여인들의 삶, “탄생의 헌옷”속의 헛헛한 발걸음이 온전한 발걸음으로 진정되는, 바로 그곳에서 피어날 아름답고 찬연한 그 한 꽃을 위하여 저의 이 글을 바칩니다.

유려:

1984년 도문시 출생.

중앙민족대학 문학박사,

연변작가협회 북경창작위원회 소속 작가

“가을나무”제2기“시향만리”신인상 수상

“알감자조림”2018년 제20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가작상

“정리” 2016년 중앙방송국 젊은 작가상 금상 수상

수필“무릎통증” 2021년“연변문학”수필상 수상

동화책“맛뽀뽀”, “소파나무”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간

현재 북경의 모국제학교 심리상담사로 근무,

다수의 평론,수필,소설,시,아동문학 등 여러가지 쟝르들을 창작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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