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실의 사계절>을 읽었다. 나에게 익숙했던 스타일의 표지가 아니라서 좀 신기했다. 제목과 표지 사진으로 볼 때 아마도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치유 계열의 글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예측은 대략적으로는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책은 엄마와 함께 수영장에 다니는 일을 주선으로, 고단했던 엄마의 일생과 엄마와 함께 있으면서 직장에서 받은 상처가 치유되는 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엄마가 수영을 배우는 과정, 수영장에서 그곳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과정 등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내가 수영을 배우던 일이 떠올랐다.

한때 미친 듯이 수영에 빠진 적이 있다. 책 속 오춘실씨처럼 일주일에 세 번 수영장에 갔다. 아침 열 시 타임이었다. 그 시간대면 수영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할머니들이었다. 할머니들만 있는 구립체육관 수영장은 나한테 잘 맞았다. 초짜 할머니들이랑 나의 신체 기능과 체력이 아마도 비슷했던 게 아닌가 싶다. 거기 있으니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고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강사도 인내심이 있었다. 결국 얼마 뒤에 물에 뜨게 되었고, 호흡은 잘 안 됐지만 물에 떠서 앞으로 갈 수도 있게 되었다. 

그 무렵 수영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주말에도 혼자 가서 연습을 했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자체가 그렇게 신이 났다. 문제는 아직 호흡을 하는 법을 익히지 못했다는 것. 내가 다니던 수영장은 시작점이 1.3미터, 종점은 1.8미터인가 됐던 것 같다. 한 번은 거의 종점에 다달을 무렵, 앞에서 오는 사람과 몸이 부딪치면서 나는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아직 제대로 떠오르는 법도, 호흡을 하는 법도 익히지 못한 상태였던 나는 물 안에서 평형을 못 잡고 뒤로 꼬꾸라지기를 여러 번, 그러면서 이젠 숨이 다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종점 쪽의 벽에 기대어 있는 사람의 다리가 눈앞에서 보이는데… “저 사람은 내가 지금 올라오지 못해서 이런다는 걸 모르겠지…” 이런 절망적인 생각을 하다가 다행히 물 위에 띄워 놓은 줄을 잡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다음날 또 열심히 수영을 배웠다. 

그러다가 자유형이 되고, 자세가 이상하긴 했지만 평영도 되고, 접영 비슷한 흉내도 낼 수 있게 되었다. 다이빙하는 것도 배웠다.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면 쑤욱 물 위로 올라오는 것이 그렇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물에서 헤엄치고 있으면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본업에서는 잘 나가지 않는 내 진도가 물에서는 쑥쑥 나가는 느낌이었다. 

메르스 때문에 수영장이 한동안 휴업할 때, 너무 서운해서 몇 번이고 찾아가서 확인해 봤던 기억이 난다. 수영장을 빼먹기 싫어서 그때 탐폰이라는 것도 처음 사용해 봤다. 운동신경이 없어서 평생 수영이라는 것은 배울 수 없었을 것 같았던 내가 “아, 나 열심히 노력해서 구조원 자격증에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뭔가 신이 나는 도전일 것 같았다. 

그때 생각이 떠오르면서 수영장에 다니는 오춘실씨의 느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치유가 되는 딸의 느낌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특히 오춘실씨가 아픈 사람이라는 것, 그 상처들이 억세게 살아온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더 큰 아픔을 의미한다는 것을 끝자락에 가서야 알았다. 그 순간 갑자기 책 전체가 이해되고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로 저자가 완전히 치유된 상태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글을 쓰면서, 엄마와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조금씩 치유가 되고 있는 상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어울리는 일은 행복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상처가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은 상처 받기가 더 쉽다. 세상이 꼭 우리가 노력한 만큼 돌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노력하는 방향이 꼭 세상의 섭리에 맞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수영에서는 초보들에게 힘을 빼라고 가르친다. 어쩌면 일상에서도 힘을 빼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하되, 좀 힘을 빼고 살아간다면 혹시라도 상처를 조금 덜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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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안

남쪽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한국과 연길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철새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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