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 자란 연변땅을 떠나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남편과 나는 일시나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창밖 한메터밖이 골목길인지라 저녘에 자리에 누우면 밤 깊도록 그 길에서는 발걸음소리,핸드폰벨소리,말소리가 들려온다.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물론 한국말이고 다음 연변말, 중국말, 베트남이나 필리핀말로 추정되는 말까지  들려온다.

“덜컥.”

무슨 소리엔가 나는 어렴풋이 깨여났다.

눈을 떠보니 새벽빛에 옆자리가 비여있다.

“딸깍.”

하고 주인집 정원문이 닫히는 소리가들린다.나는 제꺽 일어나 창가에 다가섰다.작은 방이라 창문은 일어만 서면 금방이다.

창밖엔 담장이 있고 담장위엔 이름모를 꽃송이가 주렁주렁 내리 드리워져 있다. 그 건너 골목길에 등산용가방을 멘 남편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멜가방속에는 안전모, 작업복등 그이가 하루 일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줄도 모른채 푸르스름한 새벽빛속에 걸어가고 있는 남편,남편의 하루가 새벽과 함께 시작된다.

순식간에 남편은 창가를 지나가고 터벅터벅 발걸음소리만 골목길 저 끝까지 울린다.

꿀벌들이 붕붕 울며 꽃송이에서 열심히 꿀을 채집하고 있다.

시계는 어김없이 다섯시를 가리키고 있고 나는 더 자야지 하면서 베개에 머리를 놓는다.

새벽 한시쯤 잠이 드는 나는 아침 7시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있다.흐맀해가는 눈앞에 빨래대에 걸린 그이의 작업복이 어른거린다.그 아래 한 여름 눈에까지 흘러드는 땀을 막기 위해 머리에 친다는 수건까지.

건설현장에서 철근작업을, 이른바 노가다를 뛰고있는 남편은 아침 5시에 집 나가서 오후 6시쯤 돌아온다.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있는 나는 오전 10시쯤 출근해서 밤 12시쯤 돌아온다.

이렇게 출퇴근시간이 틀려서 우리 부부는 한집에서 살지만 항상 서로가 서로에게 그리운 존재다.

퇴근해서 어두운 집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이의 코고는 소리가 월세방 가득하고 온 하루 못 봐서 보고픈 남편얼굴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깨우고 싶고 말 걸고 싶지만 너무 곤하게 자는지라 땡볕에 온 하루 몸을 혹사했을 그이가 안쓰러워 나도 그냥 샤워하고 누워 핸드폰을 열면 이쁜 우리 아들이 배경 화면으로 웃고 있다.

새벽에 깨여나는 남편 역시 한창 곤하게 자고 있는 나를 깨울세라 발볌발볌 출근길에 오르는것이다.

남편의 휴식일은 비 오는 날, 나의 휴식일은 일요일.비오는 일요일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지만 ,그래서 그이와 함께 쇼핑도 하고 외식도 하고 싶지만 비오는 날과 일요일은 기다리니 잘 겹쳐지지 아니한다.

한달에 한번쯤밖에 함께 휴식못하니 잠결에 깨여나 창밖에 지나가는 그이의 모습을 눈바램이라도 하는것이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마지막 손님에게 인사 드리고 나면 나의 하루일도 마감이 된다.달려가며 테이블을 치우고 옷 바꿔 입으며 시계를 본다. 식당일이란 착한 손님 만나면 11시 제시간에 맞춰 퇴근할수 있지만 술고래에 배심좋게

“이모, 5분만,5분만.”

하는 손님 만나면 30분은 훌쩍 넘겨 퇴근하기 일쑤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에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집에 가서 싰을 유니폼을 넣은 가방을 든 손이 찡찡 저려온다.

아, 정말 서울에 와서 달을 본적 없었지. 하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항상 네온불빛 휘황한 서울의 밤거리에서 언제 하늘을 보며 별,달을 찾아본적 없었기 때문이다.

헌데 하늘에 달은 없고 가로등만이 자기가 달인듯 웃고 있다.

마음이 울적하다.일하며 받은 스트레스가 한껏 마음을 죄여 온다.

이 가게일 그만 둬?  열번도 더 생각해 봤다.

강남역에 내려섰다. 거기서 마침 한수의 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스크린 도어에 새겨진 한수의 시.

겨울 거울
장철문
나뭇가지가 바람에 걸려
떨고 있다.
바람이 아프고
나뭇가지가 아프고
사람이 아프다.
사람에 걸려
바람이 떨고 있다.

왜 이 시를 읽는 내 눈이 울려 하는가.슬플때 기쁜 노래보다 슬픈 노래를 들으면 더 위로가 된다는가.

힘든 일상에 찌들리지만 한수의 시에 감동하고 감사할수 있는 마음이 있어 행복하다.

그래, 어딜 간들 다르랴. 그냥 그렇게 일도 배우고 돈도 버는거지.래일 또 다시 활기차게 출근할 신심이 생긴다.

오늘도 월세방이라도 남편이 있어 내 안온한 휴식터가 되는 집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서면 어김없이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고 그이의 자는 얼굴 가만히 내려다 보다가 샤워하고 잠에 막 골아떨어지는 나.

나는 래일 아침에도 듣는다.골목길 터벅터벅 울리는 남편의 발걸음소리.창밖의 담장위 주렁주렁 이름모를 꽃에는 화분을 채집하는 꿀벌이 윙윙 울고 있다.

아니,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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