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호빙하(暴虎馮河)라는 말이 있다. 맨손으로 범을 때려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용기는 있으나 지혜가 부족한것을 비꼬는 말이다.
공자의 론어에는<子曰, 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라고 적혀있는데 맨손으로 범을 때려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느며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고 무모함이 하늘을 찌르는 이런 미친놈들보다는 계획을 주밀하게 세우고 일을 차질 없이 추진해가는 임전한 놈들과 뜻을 같이 하겠다는것이다.
천하에 똑똑하단 소리는 혼자서 다 하시는 이 할아버지가 그래서 칠십성상을 무직업자로 사시였나보다. 저같은 미친 촌놈들에게는 이 말처럼 싱겁고 재미 없는 말도 참 흔치는 않은것 같다.
가진거라곤 맨발에 맨손밖에 없는 놈인데 그럼 우리같은 놈은 성공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범을 못잡겠으면 고양이라도 때려눕히고 황하를 못건느겠으면 모개골이라도 종횡무진하며 코물 눈물 피물의 맨발의 청춘을 휘날려야 김치국물이라도 차려지지, 못배우고 가진게 없는 촌놈들이 언제 단사표음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한소쿠리의 물을 먹고 마시는 여유를 가질때가 있다고…
세월이라는 이발사가 료금 톡톡히 받고 깎아준 헤어스타일을 자랑하며 삼십대의 마지막 한해에 들어서니, 지나온 삼십대에 뚱뚱한 몸 히뚱거리며 저질렀던 그많은 미친짓들이 한토막 한토막 쏙쏙 고개를 들이밀며 머리속에서 갸우뚱거린다.
부두에서 짐 나르기, 고기배서 고기잡기, 나이트서 맥주 나르기, 뀀집에서 명태 구워 손님들께 올려주기, 길거리서 집 팔아보기, 대낮에 회사에서 직장동료 폭행하기, 길 잃어서 감자밭에서 하룻밤 누워자기, 알소금에 맥주 먹고는 신강친구 아아메티와 뀀집에서 신강춤에 탱고를 막 답새기기, 와이프와 다투어서 한밤중에 조선 애국가 아빠트 떠나가게 틀어놓고 해장국을 끓이기…
그래도 겸손하고 겸양하는 미덕은 살아있어 날마다 친구와 반복했던 우리만의 명대사<반찬욱? No! 이창동? No! 장률? NoNo! 우리들의 시대가 오면 이 사람들 다 박물관에 가야만 돼. 지위도 권력도 명예도 귀요미도 다 우리들것!!!>
세상이 녹두알만 하고 오른손으로는 백두산을 뽑아들고 왼손으로는 한라산을 주무르던 우리의 의기충천 삼십대. 서생의 고리타분한 유생기질을 청계천에서 때 빡빡 밀어버리듯 씻어버리고, 촌놈이라는 날것(익은것의 반대말) 그대로의 명분에 충실했던 우리의 삼십대. 좀 배운 말로 말하면 청춘은 미친짓.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변한다는 그런건 진짜 헛소리. 노배 모로깎으나 세로 깎으나 무우이고, 댕가지 끝으머리 씹으나 대가리 씹으나 고추인것이지 노배가 고추되고 댕가지가 무우되면 그건 료재지이인거구 이 세상은 아니죠.
촌놈은 촌놈의 모습대로 이 세상에 마주 서고, 촌놈의 방식으로 무모함을 불태우며 이 세상에서 출세하겠다고 발바닥이 닳도록 달려보는것. 촌놈은 출세하지 말라는 법이 있다면 그럼 아예 콩나물에 목 매고 두부모에 머리 들이박을 일인것. 파란만장한 삼십대에 미친짓이 끝이 없었지만 후회는 꼬물만치도 없는 법.
그리고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읎는다고 삼십대에 제일 장한 미친짓이 미욱함과 당돌함으로 맨주먹에 여우같은 색시 얼려냈다는것. 하루도 호강이란것을 못 시키고 고생만 시켰지만 여보 잠간만 기다려줘 대박이 날거니깐. 너무 보잘것 없는 이 놈을 택해주고 사고덩어리의 이 몸을 역성들어 주면서 언제나 함께여서 당신만으로 난 세상 부러울게 없소.
그리고 삼십대 미친짓에서 깨우친거 있다면, 기실 세상은 잘난 놈들이 멋지게 사는 세상만은 아니고, 죽은듯 살아있는듯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면서도 사소한 기쁨에 안주하고 커다란 아픔에는 체념하는 서로 돕고 서로 의지하며 벌레들처럼 옴찔거리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세상이라는것.
너무 높은데서 내려보면서 글을 쓰면 글속에 사람 사는 맛이 않나고, 너무 자세를 낮추어서 함께 부대끼면 위선과 우월감이 가시처럼 박힌 이 몸이 몸둘바를 모르겠고. 그래서 어떤 때는 억지로 꾸민듯한 미친짓에도 미안함은 묻어있었다는것. 가난한 사람들과 한편인척 하면서도 자기는 그것을 써서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내란 놈은 그런 허위적인 놈.
삼십대의 마지막 해에 들어서면서 세월의 무게에 머리는 좀 숙여지지만, 포호빙하의 미친짓이 이 한해만이 아니고 사십대 오십대 육십대 죽 이어졌음 하는 욕심.
그리고 똑똑하신 공자님. 그 똑똑한 말대로 하시면 님은 칠십성상 한번 더 살아도 무직업재. 우리 샘학회의 율동으로 화답할게요.
<팔도강산에 총각이 많은데/ 공자님 아니면/ 시집을 못갈까/ 더럽다 퉤!>
문강이형님 글은 황하장강 대동강낙동강 두만강해란강이 한곩으로 불러터지는 듯이 쏴한 느낌임다. 왕가위 짱이머우 다 저짝가라는 그 날을 미리 박수치면서 청춘이여 포에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