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을 조아하는 나,

그리고 가드닝을 싫어하는 나,

라벤더와 라일락은 보라색을 대표하는 꽃이다.

앞마당에는 이웃이 심은 라벤더가 풍성히 피어있고,

우리집 Backyard에 유일한 나무가 라일락 나무이다.

앞뜰이나 뒤뜰이나 보라 칼라가 있어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라일락과 라벤더로 가드닝은 나한테 이미 enough 이다.

게다가, 작년에 아빠가 심어놓은 대파도 무성히 자랐다.

더 이상 먼가 심지도 가꾸기도 싶지  않다.

3년동안, 가벼운 보라색으로 여름은 충분했다. 

가드닝을 사랑(?)하는 남편이 "기러기 아빠" 를 끝내시고 캐나다에 입국하면서 부터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여름이 되니 한사코 뭔가 심으려고 한다.

심긴 뭘 심어…

잔디밭에 라일락 나무면 충분하다고.

저녁에 퇴근해서, 장화가 뒷문에 놓여있는 날이면 꼭 일을 저지른 날이다.

내가 가드닝을 질색하는걸 충분히 알고 있으니, 일단 심어놓고 보고를 한다.

"호박을 심은게 뾰족하게 씨앗이 자라났다."

"호박은 언제 심었는데?"

"저번날 우리 쪄먹은 호박씨를 모아뒀다가 심었지…"

참 나… 박씨는 제비가 물어와야 하는데…

지난주에는 기어이 해바라기를 심어야겠다고 해바라기 씨앗을 사러 가자고 조른다.

그래서 심어 심어 다 심어 하고 해바라기 씨앗을 사러 갔다.

근데 sunflower 씨앗은 왜 종류가 이렇게 많담.

별의별 sunflower가 다 있다, 심지어 이파리가 아주 어두운 색의 못생긴 애도 있다.

다 패스하고 그나마 우리가 어릴때 봐왔던 오리지날 sunflower 씨앗을 골라서 사왔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뒤뜰로 향하는 즐거운 중년 사나이.

Fence밑에 심어놓고 매일마다 뒤짐을 지고 나가 관찰한다.

언제 자라서 해바라기가 꽃을 피울려나…

앞마당 뒷마당 모두 그냥 아무것도 없는 푸른 잔디밭이 었음 좋겠다.

민들레 한송이도 용납이 안되는 그런 푸르른 잔디밭 말이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는 어긋나게 먼가 자꾸 늘어난다.

5월말, camping가서 하이킹을 하다가 소나무 밭에 들어갔다.

크고 작은 소나무가 엄청 많았다. 

소나무 한그루를 집 앞에 심는게 소원이란다.

파는건 너무 비싸니 하나 뽑아 가자고 제안했다.

일부러 심어 놓은걸 뽑아 오면 안되겠지만, 

옆에 마구 떨어져 자라 있는걸, 뿌리 있는거로 골라서 겨우 몇개 건졌다.

신문지에 소중히 모셔서 집에 데려왔다. 그리고 그 뿌리가 가늘가늘한 아이들을 앞마당에 심어놓았다.

그 애가 바로 얘이다.

파릇하게 자라고 있다고 기뻐하시는 반 80이 넘으신 남성분.

이 애기 소나무가 죽지 않고 크리스마스 트리만큼 크게 자라주기를 바란다.

며칠전부터는 체리나무을 심겠다고 아우성이다.

가격까지 다 알아보고, 소나무처럼 비싸지 않다면서…

자신이 한시간 일하면 한그루 살수 있다고…

캐나다에 와서, 중국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 못받으니 최저월급으로 labor 일을 하고 있는데,

모든 기준이 몇시간 일하면 이 물건을 구매 할수 있는가 이렇게 되어버렸다.

15분 일하면 맥주 한병을 살수 있단다.

이렇게 말하니 맥주가 목에 걸린다.

 이민 일세는 힘들지만, 또 살면서,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면서 물건 사는 경험도 나쁘지는 않은것 같다.

한시간 힘들게 일해서 체리나무 한그루를 왜 사냐고, 나무를 심으면 물을 줘야지 보살펴야지, 

토끼가 먹을까바 또 토끼망을 해야지… 할일만 늘어난다고.

그러니 알았다고 하신다.

쉽게 대답을 할때면 이미 저질렀거나 저질를려고 마음을 다 먹은 상태.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오니, 끌고 뒤뜰로 나간다.

체리 나무 두그루를 심었단다.

이름도 지었단다.

"주니나무" 와 "지영나무"

이제 5년뒤면 체리를 먹을수 있다면서.

애들이 대학교에 가고 나면 우리가 "주니나무" 와 "지영나무"에 달린 체리를 뜯어 먹으면서 아이들을 그리워 할꺼라고.

에고, 말릴껄 말려야지.

하고 싶은대로 하시라요.

암튼 난 가드닝에 손을 안대니, 잔디깎고, 나무 보살피는 일은 전부 다 당신몫.

저녁에 잘려는데 갑자기 집에 랩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

그래서 멀 할려고 그러냐 하니까

체리 나무를 접목 시키겟단다.

"뭐라고 하셨어요 방금?"

"접목"

"접목은 무슨 접목, 금방 심어놓은 체리나무인데 무슨 접목?!"

"뒤뜰에 라일락 나무가 있잖아. 거기에 체리나무를 접목 해 보자구."

"여보시게, 지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시나요?"

"사과배 어떻게 나온거 아니? 사과나무와 배나무를 접목 시켜서 나타난 산물이야."

"글쎄 안다고 그건, 근데 무슨 체리나무에 라일락이냐고?!"

"그냥 해보고 싶아서, 잼있재야…"

"아 쫌… 오빠가 원하는게 라일락 향이 나는 체리야 아니면 체리맛이 나는 라일락이야? 대체 뭘 하고 싶은거냐고?"

"그냥 접목이란거 해보고 싶다고."

언젠가는 접목을 당할 두 아이이다. 금방 심은 체리나무와 아직 꽃이 안핀 라일락나무. 

나무위키 해석은 아래와 같다.

접목: 유사한 종의 두 식물 조직을 접붙여 하나의 개체로 만드는 방법이다.

체리나무와 라일락나무는 유사하지도 않고 완전 다른 개체인데 접목은 무슨…

매일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주니나무"와 "지영나무"가 쓰러질까바 나가서 조심히 지켜보고,

비가 안오는 날이면 물을 받아서 나무에 물을 주고,

애보다 더 열심히 키우고 있다.

내일은 또 어떤 엉뚱한 짓을 하게 될지.

제발 좀 잔디밭만 잘 가꿔줬으면 좋겟다. 자꾸 이것저것 심어 놓지 말고…

잔디깎고 민들레 치우는 일도 할일이 태산인데 말이다.

겨울에는 집안에다 파를 심고, 양파도 심고 이곳저곳 구석구석 화분통에 뭔가 해놓고, 결국 벌레가 끼고, 썩어가니 아예 관여를 않하고, 나중에 내가 그걸 다 버리고 청소하고, 그러니 그냥 일을 벌이는 과정을 즐기는것 같다.

언젠가는 우리집 뒤뜰에는 체리향이 나는 라일락이 필것이고, 우리는 라일락 칼라가 나는 체리를 먹게 될것이다. 

그건 아마 5년 뒤가 될것이고…

이 글을 공유하기:

보라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15
좋아요
오~ 오~
0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0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1. 마당을 가꾸는 일상을 읽으면서 “자연을 좋아하는 부모를 둔 이 집 아이들은 참 행복하겠구나”라는 젤먼저 떠올랐슴다. 캠핑도 다니고, 마당에 꽃나무, 과일나무, 야채를 심어 가꾸면서 일상을 즐기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좋은 본보기라 생각함다~
    보라색 체리가 기대됩니다~ ㅋㅋㅋ 접목에 성공하길 기원함다 ^^

  2. 보라색 코드까지 18-3531 … 한국에서 오기전 함께 앞자리에 있던 남자 직원애가 보라색을 무지 좋아해서 핸드폰 케이스 모니터 바탕화면까지 … 근데, 보라처럼 이렇게 칼라코드까지 기억하고 있는것 같지는 않슴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저 나무들이 잘 자라서 제구실 할때까지 이사 가지말고 오래오래 사셔야 겠군요 ^^

  3. ㅋㅋㅋ 원예사 다 됐네요. 체리와 라일락에서 사과배 이야기가 나올줄이야. 몇시간 일하면 뭐 살수 있다, 이 대목에서 좀 울컥했습니다. 저도 알바하다 보면 내 시급이 이리 싼가 이러면서, 10번 일하면 보통 맥주, 20분 일하면 수제맥주 필이 나는거 한캔, 애가 좋아하는 고급케익 한조각은 1시간 거의 일해야 되고… 이렇게 저도모르게 계산이 됩디다. 이민생활도 원예생활도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