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엔 절망이 없다고 했었나,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침울하고 꿉꿉한 글과 사진들을 자주 봐서 그런지 별로 공감이 되는 말은 아니었으나 그건 나의 알고리즘 탓이었고, 돋보기만 눌러도 쏟아지는 밈과 릴스의 챌린지, 자기계발의 전시회를 구경할 수 있다. 

헬창이라는 단어는 상스럽지만 유행처럼 번지는 운동에 대한 열정과 광기를 잘 드러내는 표현인 것 같아 신조어 중 직관적으로 의미를 명쾌하게 전달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해부학 교재의 모델로 등장해도 될 정도로 선명한 근육을 자랑하는 사진들을 보면 땀에 젖어 지친 육체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놈들은 운동하면 안된다는 자조적인 댓글들처럼, 능력주의를 받아들이면서도 노력이 배신하지 않는 영역이 바로 몸 만들기라는 집합적인 감정을 공유하고 있기에 헬스의 유행이 가능하고 집합적 감성은 개인의 원자화를 넘어서 이런저런 시대를 특정짓는 일종의 아우라의 가능조건을 창조한다. 

물론 난 운동이라면 그다지 ( 게을러진지 반년)  흥미가 없기에 그들의 결과물에 감탄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동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열심히 벤치프레스를 하는 영상이 끝나고 스크롤을 나리면 MZ세대 풍자 영상, 그 다음은 뉴진스의 하입보이, 그 다음은 옛날 무한도전 클립, 이런 릴스의 장점은 댓글창에서 자기랑 비슷하다며 친구를 태그하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고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관객들의 모습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하품이 나올 때 쯤, 핸드폰을 잠근다.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붙여 보려고 하지만 역시 SNS는 청소하지 않은 공중변소라는 생각을 했고 이것은 자랑거리가 없는 내가 받는 벌칙이다. 나는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너네는 아는 게 너무 많아서 너무 생각을 안 한다고 자기위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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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스타, 페북, 트위터, 유튜브… 이런데 추천 알고리즘에서 컨텐츠에 지수를 주는데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컨텐츠가 긍정적인 컨텐츠보다 4배 5배씩 더 점수가 높게 설정이 돼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알고리즘에 의해구축된 허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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