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를 치면 "미니멀리즘"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이라고 나온다. 영어에서 "최소한도의, 최소의, 극미의"라는 뜻의 "minimal"과 "주의"라는 뜻의 "ism"을 결합하여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가 6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연하게 보게 된 이미지 한 장이었다. 일본의 어느 한 아파트의 거실 이었는데, 흔히 거실에서 보이는 소파도, 거실장도, 티브이도 없었다. 거짓말 안 하고 나무로 된 바닥과 흰 벽이 전부 였다. 이사 갈 때만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사람 사는 집이라고 하니 놀랍다 못해 신세계였다. 다음으로 보게 된 화장실 이미지와 드레스룸의 이미지는 나로 하여금 종교처럼 미니멀리즘에 빠져들게 했다. 화장실에는 변기와 욕조, 거울을 빼고 칫솔과 치약이 전부였고, 드레스 룸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옷 모두 포함하여 열 벌도 안 되는 옷들이 걸려 있었다. 오! 놀라워라! 이럴 수도 있구나! 

그 거실 이미지를 보면서 내가 주부로서 했던 첫 생각은 단순했다. 이것이 우리 집의 모습이라면 청소 하기 얼마나 편할까! 문득 이사를 올 때 우리 집의 거실 풍경이 떠올랐다. 주문한 가구가 배송이 안된 시점이라 그때의 거실은 정확하게 사진 속의 모습이었다. 이사업체 사장님이 짐을 다 옮기고 나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뭐가 많이 비어있네요." 실은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왜 비어 있는 공간 그대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그동안 나는 왜 거실에는 당연히 소파가 있어야 하고, 티브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던걸까? 냉장고든 옷장이든 채워 넣는 거에만 익숙해 있었고, 비우는 데는 전혀 익숙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때는 한창 애를 키우면서 기저귀와 같은 육아용품들이 집에 쌓여가는 시점이었고, 나는 육아와 청소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소유"하고 있던 것들이 짐으로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내가 뭔가를 소유한다는 건 그걸 관리하고 유지하고, 무엇보다도 버릴 때면 돈을 내고 버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에야 실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소유"라는 개념을 다시 한번 알아갔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고시원에 살던 시절에, 작고 불편했지만 먼지 한 톨 없이 청소를 할 수 있는 만족감이 있었다"는 허지웅 작가의 글이 떠오른다. 사진 속 텅텅 빈 거실과 화장실이 그렇게 홀가분하고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그 어떤 것에도 묶이어 있지 않고 진정한 자유를 얻은 느낌이었다. 

옷은 왜 사도 사도 입을 것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 걸까. 정녕 나만 그런건가? 맘에 드는 원피스를 사면 그에 맞는 코트가 없는것 같고 코트가 마련되면 같이 코디할 부츠가 없는 것이었다. 악순환같은 그 사이클을 깨고 싶었다.  그 뒤로 옷을 사고 싶은 충동이 들 때마다 나는 내가 아는 언니들 중에 가장 미니멀하게 사는 언니에게 톡을 했다. 

나:"겨울이 되니 입을 옷이 없음…"

그러면 언니는 늘 일관적인 답변이었다. 

언니:"작년 겨울에는 벗고 다녔나."

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는 사는 옷들이 하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쇼핑이 고파서 백화점을 돌고 돌 때도 있었지만 눈요기로 만족을 했고,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면 장바구니에 마음껏 담아두고 결제는 의식적으로 피했다. 

전에는 양말을 사도 여러 켤레씩 사뒀지만 늘 시간이 지나면 쥐가 물어가는 건지 하나둘씩 없어지다가 결국에는 또 새로 사야 했다. 그래서 양말을 하나씩 사기 시작했다. 하나밖에 없으니 하루를 신고는 바로 씻어두고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일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니 잃어버리는 일도 없었고 더 오래 쓸 수 있었다. 

매일 커피 한잔은 먹어야 하니 어느 순간부터 텀블러를 챙겨 다니게 되었고, 텀블러를 넣고 다닐려니 브랜드보다는 에코백이 편해졌다. 작은 생각이 작은 실천으로 옮겨졌고 나의 삶의 방식은 그렇게 하나 둘씩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살아온 흔적들은 결코 하루 아침에 마법같이 사라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는 건 결코 하루 이틀이 아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씩 정리가 되고 실천이 되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디지털 미니멀리즘(핸드폰이나 스크린 등의 사용을 최대한 줄인다는 뜻)이라는 용어도 나오면서 다양한 시도들도 이어졌다. 

"쇼핑을 좋아하고 신상을 좋아하는건 좀 별로다"라는 뜻이 절대 아니니 부디 오해의 소지는 없길 바란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삶의 스타일이고 선택일 뿐이다. 나는 그동안 그저 비우는 데서 오는 기쁨이 이렇게 벅찰 줄은 몰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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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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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을 읽으면서 디지털 미니멀리즘도 그렇고, 그와 비슷하게 줄이면 쉬워지고 행복해지는 일들이 더 많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저녁을 항상 제일 푸짐하게 먹는데, 반찬 여러개 차리고 먹다보면 요리시간 대기시간 설거지시가누다 길어져서 뭔가 밥먹고 나면 꿀같은 저녁시간이 다 없어진 허무한 기분.. 맛있는 집밥을 먹는 행복감도 있지만 기다리다 반찬이 식기도 하고.. 오늘은 야채로 깔끔히 먹고나니 맛도 있고 시간도 남고 폭식에서 오는 죄책감도 없고 좋음.. 그래서 이렇게 알바고 달고 ㅎㅎ

  2. 저도 “미니멀라이프”실천중입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은 아닌 되도록 줄이면서 심플하게 자신한테어울리는 방법을 찾아서 생활의 질을 높이려 노력중 입니다.
    가끔은 버리고 또 사들이고 하는 경향도 잇지만 아직은 시작이니까 ㅋ̆̈ㅋ̆̈ㅋ̆̈ 그래도 나름 만족하고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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