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꽃이 피었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내 진흙탕을 바라보느니 머리를 들고 다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보는 게 더 좋다.


미국에 온 지 꼭 십 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해마다 사람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집 근처에서도 어렴풋이 보인다는 이유로, 굳이 더위 속에서 몇 시간을 버틸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미뤄왔던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왠지 달랐다. 250주년이라는 말이 주는 묘한 울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도 이제는 어떤 풍경 앞에서 조금쯤은 고생을 감수할 여유가 생겼는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세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땀은 옷을 적셨고, 사람들은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한 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가 같은 하늘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첫 폭죽이 터졌다. 

그런데 그 순간, 믿기지 않게도 휴대전화 저장 공간이 모두 차 있었다. 사진도 찍을 수 없었고, 영상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잠깐 당황했고, 조금은 억울했다. 십 년 만에 처음 온 날인데 남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니. 

하지만 그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화면 속에 불꽃을 붙잡으려 까치발을 들고 애쓰고 있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저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쩌면 저장 공간이 부족했던 건 어제 가장 운이 좋았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용량이 남아 있었다면 나 역시 더 예쁜 각도를 찾고, 흔들리지 않게 숨을 참고, 조금이라도 더 선명한 장면을 붙잡으려 애썼을 것이다.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바라보는 대신 기록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래서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폭죽은 너무 빨리 피고 너무 빨리 사라졌지만, 그 짧은 순간을 누구보다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올해 불꽃이 유난히 화려했던 건 분명 250주년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내게는 그보다 다른 이유가 더 컸다. 

그 빛은 단지 밤하늘을 밝히는 불꽃이 아니라, 깊은 구렁텅이에서도 끝내 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드는 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자주 자기 발밑만 내려다본다. 처지와 형편, 부족한 것과 늦은 것들을 헤아리느라 고개를 숙인 채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다. 손에 넣지 못해도, 내 것이 아니어도, 세상에는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은 조금씩 앞으로 걸어간다.

나는 오래전부터 좋은 것을 동경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진흙탕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서 있더라도 끝내 고개를 들어 빛나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비록 폭죽처럼 아주 잠깐 반짝이는 순간일지라도, 

그 짧은 빛은 오래 남는다. 어떤 장면은 사진보다 오래 기억되고, 어떤 아름다움은 기록보다 더 깊게 사람마음을 울린다는 걸 느꼈다. 

어젯밤 내 핸드폰에는 아무것도 저장되지 않았지만, 대신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하늘 하나가 내 안에 저장되었다. 하늘에 핀 꽃 한묶음. 

어쩌면 우리가 평생 간직하는 것은 결국 찍어낸 풍경이 아니라, 끝내 우리의 눈과 마음이 받아들인 빛인지도 모르겠다.

닿지 않는 빛을 바라보며 살아온 날들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사람은, 제 것이 아닌 빛으로도 오래 버티곤 하더라고. 

좋은 걸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동경했던 날들의 선택이, 잘 한 선택이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던 ..

어제의 잊혀지지 않을 불꽃쇼! 

이 글을 공유하기: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