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기적으로 정리정돈을 한다. 

습관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과하고,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 성실하다. 어쩌면 강박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두세 달에 한 번은 집 전체를 뒤엎고, 그 사이사이에도 이 주를 넘기지 못하고 서랍 하나, 선반 하나를 정리한다. 옷장부터 책장, 주방 서랍, 신발장, 욕실 선반, 액세서리 통까지.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집은 언제나 조금 더 가벼워지고, 나는 조금 더 발랄해진다. 

희한하게도 정리를 할 때마다 가장 많이 버려지는 건 늘 옷이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버리고 싶은 옷이 많지?’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랫동안 같은 장면을 반복하다 보니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 이유는, 나는 옷을 많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적지 않게 사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집에 데려온 옷들이 막상 내 몸에서는 자꾸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그 이유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뭘까?’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이전까지는 한두 가지 스타일을 붙잡고 그것만 반복했다면, 그 뒤로는 가능한 한 많은 스타일을 입어봤다. 평소라면 절대 손대지 않았을 색도 입어보고, 어색할 것 같은 핏도 입어봤다.

물론 결과는 화려하게 실패하는 날이 더 많았다. 

후우…

돈은 예상보다 빨리 사라졌고, 정리하는 날이면 쓰레기봉투는 점점 더 커졌다. ‘이게 맞는 건가!’ 싶은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내 옷장이 버려지는 옷보다 남겨지는 옷이 많아질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 지금 나오는 쓰레기는 미래의 쓰레기를 줄이는 수업료라고 생각했다.

화장도 똑같았다. 

유행하는 제품을 사고, 유명하다는 방법을 따라 했다. 어울리지 않는 색조를 수없이 닦아냈고, 몇 번 쓰지 않은 화장품을 버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남에게 예쁜 얼굴을 만들어주는 방밥과 나에게 편안한 얼굴을 만들어주는 절차는 꼭 같은 것이 아니라는 걸.

몇 년을 그렇게 헤매다 보니 올해 들어서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정리정돈이 훨씬 쉬워졌다.

옷을 버릴 일이 줄었다. 화장대 위에는 물건이 줄었는데, 이상하게 준비하는 시간은 더 만족스러워졌다. 이제는 ’이건 내 것이 아니다. ‘ 를 꽤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예전에는 큰 변화만 보였다면 이제는 아주 작은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셔츠의 칼러 깊이가 조금 달라졌을 뿐인데 얼굴이 달라 보이고, 귀걸이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전체 분위기가 정리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립 색상 하나가 눈화장을 살려주고, 바지의 기장이 신발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하는 일들. 남들은 알아채지 못할지 몰라도 나는 혼자 작은 감탄을 했다. ‘아, 이게 맞는 조합이구나.’

문득 궁금했다. 

예전에도 분명 나는 옷과 화장에 관심이 많았다. 그때도 나름 열심히 연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금 같은 성장은 없었을까.

가만히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점과 점만 연결할 줄 알았지, 면과 면을 이어 하나의 장면으로 볼 줄은 몰랐다. 

옷이 괜찮으면 신발이 어색했고, 신발이 괜찮으면 가방이 튀었다. 눈화장이 마음에 들면 립 컬러가 따로 놀았고, 얼굴이 괜찮은 날에는 머리가 아쉬웠다. 하나씩은 볼 줄 알았지만, 전체를 보는 눈은 없었던 것이다.

몇 년 전부터는 분위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옷만 보지 않고 몸의 라인을 보기 시작했고, 여성복만이 아니라 남성복의 실루엣도 두루 살폈다. 

자연스러운 화장을 하고 싶다면 화장을 연구하기 전에 생얼을 오래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화장을 자주 하지 않았고, 대신 하는 날에는 미용실에서 전문가에게 받듯 하나하나 이유를 생각하며 공들여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올해 6월쯤부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옷장은 예전보다 훨씬 비었는데, 막상 외출할 때는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화장대 위의 제품은 절반 가까이 줄었는데 얼굴은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졌다.

물건은 줄었고, 선택은 쉬워졌고, 전체 인상은 더 정돈되었다. 

이상하게도 덜 가졌는데 더 갖춘 사람처럼 느껴졌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조금씩 허락되는 눈 같은 것이 새롭게 생겨난 거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무언가를 탐구할 때 결과를 너무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목적은 분명히 세우되, 그 목적에 짓눌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조급함은 시야를 좁히지만, 여유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연결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점은 결국 면이 되고, 면은 어느새 한 사람의 분위기가 된다라는 걸 실천에서 배웠다. 

돌이켜보면 

내가 정리한 것은 옷장이 아니라 취향이었고, 

버린 것은 

물건만이 아니라 ‘남처럼 보여야 한다’는 조급함이었다. 

비워낸 자리마다 조금씩 내가 남았다. 

그리고 그 ‘나’는, 생각보다 오래 걸려 만난 조금은 내 맘에 드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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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아닌 생각, 소소히 적기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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