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새회사 만들고 특허 내고 상표 등록하고 모든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듯 했지만 사실은 겉치레 허울뿐 시장 수요나, 동향에 대한 조사, 제품 기능이나 디자인에 대한 업그레이드에는 전혀 신경을 못쓰고 투자 유치를 한답시고 설치고 다니던 맹꽁이 시절을 생각하면 얼굴이 뜨거워져서 냉장고 맨 안쪽 가장자리 얼음처럼 땅땅 얼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심하게 느끼군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치는 '아하 '  순간의 짜릿함과는 달리 비지니스 센스의 장착과 깨달음은 꽤 오랜 시간의 고통과 성찰이 동반되는 장거리 마라톤 같은거 같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지만, 그래서 망설이고 서성이기도 했지만, 끝내는 나만의 코스 하나는 제대로 밟고 섰다는 안도감에 힘입어 정신 차리고 맨처음 한 일이 철저한 시장조사다.  1차 데이터와 2차 데이터의 수집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을 하면서 구멍 뚫린 지갑을 위해 재취업 시도도 병행을 했다. 

1차 데이터는 포커스 그룹 스터디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수집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사람 1 

오래만에 연락하는 류사장님은 10년전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옛날 동료, 지금은 상해에서 임직원 40여명을 거느린 온라인 게임 개발 회사를 운영중인 조선족 사장님 – 아득히 젊었을 때 트레이드 마크였던 통통한 볼살은 흔적없이 사라졌지만 사람 좋은 웃음은 여전히 매력적이였다. 

10년만의 재회, 어제도 회사 엘레베이터 입구에서 가볍게 아침인사를 나눴던 사람들처럼 스스럼없는 우리 사이가 나는 참 신기했고 좋았다.  

류사장님은 연변 도문 태생의 컴퓨터공학도, 문과생인 나와는 크게 통하는 구석은 없었지만 같이 있으면 편했고 허물없이 서로를 대했던거 같았다 옛날부터.  

10년의 회포도 잠깐, 찾아 온 의도를 알고 난 뒤, 류사장님의 느긋함과 부드러움은 급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말의 속도는 한템포 빨라졌고 말하는 중간중간 힘있는 손 제스쳐가 보내는 싸인은 "NO!", "안돼!", "스톱!" 온통 부정이였다. 

"누나, 창업이라는게 말이 쉽지 정작 해보쇼 정말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다. 첫번째 벤처 자금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 실패하고 두번째에 이어 세번째 투자를 받아서 현재 회사 운영해 나가고 있지만 지금 다시 선택하라문 나는 그냥 오솝소리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월급쟁이가 훨씬 낫다고 생각함다… "

"투자 유치를 시켜준다구 전화 오는 중개업소 사람들한테 절대 휘둘리지 마쇼. 아이템이 좋아보쇼 그 사람들이 아니여도 투자자가 찾아옴다… 그냥 맘만 급한 초보 창업자들의 삥이나 뜯어먹는 놈들이니까 섣뿔리 중개비용 같은거 내지 마쇼…"

"새로운 걸 배운다는것이 의미하는게 어렵고 힘들고 고통이 함께 하는 과정인데, 놀면서 배운다, 즐겁게 배운다는 구호 자체가 모순되고 잘못 된검다… 그런 아이템이, 그런 전략이 어떻게 성공하겠슴까? " 

"특허를 받았다고 해서 머가 되는게 아님다. 시장성이 있어야지. 돈을 내고 살려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슴까? 아무 시장 가치가 없는 특허들도 허다함다…"

"시장 크기는 생각해밨슴까?"

… … 

처음에는 쓴 소리 좀 더 들어보자고 시작했는데 듣다 보니 이유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  걸어본 자, 앞서 간 자가 열변을 토하면서 창업을 말리는데, 온 몸이 뱅뱅 탈리고 말라가는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가,  대책없이 무기력해진 자신한테 화가 많이 났었던거 같다. 

퇴근 시간에 맞춰 만나서 류사장님 회사 근처에서 저녁밥 간단히 먹고  오후 6시부터 거이 밤 11시까지 장장 4~5시간의 불꽃 튕기는 설교를 듣고 집에 왔을 때는 이미 12시가 넘었고 온몸은 감기 몸살 앓듯이 쑤시고 아프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틀 후, 실망도 잠간, 나는 후다닥 자료들을 다시 수정하고 보충했고  류사장님 사무실에 또 찾아갔다.  하지만 대화 내용이나 패턴은 그 전이랑 크게 다를게 없었다. 다만 류사장님이 시무룩해진 나를 의식해서인지 같은 말이라도 어투를 부드럽게 할려고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내 맘은 더 불편했다. 

그렇게 혹독한 첫 인터뷰 신고식을 치르고 다음 며칠은 진짜 시름시름 앓기까지 했다.  

그 후로는 류사장님을 다시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류사장님의 독설들 때문에 나의 아이템은 창의성에 있어서 획기적인 변화를 하게 되었다.  유일성, 독창성도 중요하지만 시장성에 있어서 처음부터 컨셉을 뚜렷하게 잡고 가는게 제품의 가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류사장님 사무실에 다시 한번 들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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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글로 적는게 너무 좋아서 밑도끝도 없이 사는 이야기 주섬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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