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의 어느 날 오후, 마을 가장 변두리에 위치한 마이 가족의 2층짜리 집. 마이는 1층 거실 옆의 방에서 낮잠을 자다가 너무 더워서 깼다. 선풍기를 켜도 오늘은 너무 덥다. 땀으로 푹 젖은 대나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한 마이, 냉장고에서 콜라 한 병 꺼내 들고 거실로 가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활짝 열려있는 대문 앞의 큰길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큰 길 건너편 저 멀리 보이는 논에는 벼들도 더위에 지쳤는지 축 처져 있다.
옅은 회색 빛 구름이 하늘 전체를 가려져 햇볕은 없지만 평소보다도 더 무덥다. 공기는 정지된 듯 도무지 바람 한 줄기 안 분다. 이상하리만치 고요하다.
마이는 콜라를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캬아~~~ 이제 좀 살 것 같다. 손에 든 콜라 병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다시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닥난 콜라 한 병. 마이는 올라오는 트림을 시원하게 뱉어내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 대문 앞 바나나 나무 잎이 우수수 흔들리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까만 해도 정지화면 같았던 밖의 사물들이 마치 누군가 스타트 버튼을 누른 듯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풀잎, 나뭇잎, 논밭의 벼들, 그리고 갑자기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를 진 회색 구름들.
구름은 눈 깜짝할 새에 하늘을 뒤덮었고 멀리서 가까이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무섭게 몰려왔다. 밑으로 내려 올수록 진해지는 구름의 색깔, 맨 밑은 검은색에 가까운 청색, 변두리는 기이한 청록색을 띄고 있다.
구름 저편에서 천둥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더니 바람의 세기가 강해졌다.
‘엄마, 아빠, 일어나 봐요~’ 순식간에 거세진 바람과 하늘색에 살짝 겁이 난 마이, 2층을 향해 소리질렀다.
먹물에 적신 솜 뭉치처럼 무거워 보이는 시커먼 구름 덩이가 금방이라도 머리 위로 떨어질 것 같다. 바로 그때 바람이 더 차갑고 거세지더니 구름 사이로 섬광이 번쩍하고, 우르릉 쾅 하는 천둥 소리가 귀청을 찢어 놓는다. 뒤이어 쏴아~ 하고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이는 얼른 뛰어가 대문을 닫고 열려있는 창문을 돌아가며 닫았다. 휘몰아치는 비바람 사이로 휘리릭 날려가는 나뭇잎과 쓰레기가 보인다. 마이의 부모님과 오빠도 잠에서 깨었는지 말소리와 창문 닫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구, 바람이 무섭게도 부네~’ 마이의 어머니가 1층으로 서둘러 내려오며 푸념한다.
‘비 소식은 있었지만 이건 뭐 폭풍 수준인데!’ 오빠도 내려와 창 밖의 상황을 살펴 본다.
뒤따라 내려온 아버지는 장대비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 논을 걱정스레 바라보신다.
불과 5분전까지만 해도 쥐 죽은 듯 고요하던 세상이 온통 여러 가지 소음으로 시끄러워졌다. 유리창 부서져라 두드려대는 비 소리, 귓가에 폭탄을 터뜨리는 듯한 천둥소리, 귀신의 비명처럼 날카롭게 울려대는 바람 소리, 큰 바람에 덜그럭거리는 지붕 기왓장 소리…… 마이는 예사롭지 않은 날씨에 겁먹고 아버지 옆에 꼭 붙어 앉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바람이 드디어 잦아드는 듯 하더니 비가 그치고 하늘도 개었다. 마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빠와 함께 농작물이 괜찮은지 살피러 나가셨고, 마이는 TV를 틀어놓고 방학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TV에서는 속보로 중부 지역에 특급 폭풍이 지나간 소식을 전하고 있다. 대부분 마을이 논이 침수 된 것 말고는 큰 피해가 없지만 응위엔은 거센 바람에 20여채의 집이 파괴되고 3명의 인명 피해가 있다고 한다.
‘응위엔이면 외삼촌이 사는 마을인데……’ 마이가 숙제책에서 눈을 떼고 머리를 들었을 때 화면에서는 마침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물더미 속에서 작은 아이를 구조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축 늘어진 아이를 붙잡고 통곡하는 낯익은 남자와 여자의 모습…… 그들은 다음 아닌 마이의 외삼촌 부부였다.

017_폭풍으로 삼촌의 헛간이 부서지고 여섯 살 난 조카가 목숨을 잃었다. 폭풍이 휩쓸기 전 하늘의 색깔을 묘사하라. (글쓰기 좋은 질문 642)
폭풍이 휩쓸기 전에는
파란 하늘이였기를…
즐거웠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