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성실을 미덕으로 칭송하고 불로소독을 죄악시하는 사회에서 욕먹기 딱 좋은 글이지만 내가 복권을 사기 시작한지도 어언 1년이 넘었다.
워낙 똥손(?)에 공짜라고는 먹고 죽을래도 도무지 차려지지 않는 팔자인지라 같은 아파트 단지안에 복권판매점이 있었지만 몇년동안 오며 가며 한번씩 올려다보기만 했을뿐 사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지루한 회사생활에 지쳐있던 어느날 갑자기 (복권이나 사볼까?)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퇴근길에 늘 지나치던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던것이다.
복권구매는 일단 원리가 간단하다. 그냥 긁어서 같은 숫자나 그림이 나오면 그 옆에 있는 상금을 타가거나(刮刮乐) 몇십개의 숫자중에서 랜덤으로 몇개 숫자를 골라서 같은 숫자가 많이 나올수록 상금이 올라가는 식이다.(双色球,大乐透等).
또 주식이나 펀드에 비해 투자액수도 적다. 국내의 주식시장은 외국과 달리 매수와 매도의 기본단위가 백주(一手-100股)다.적게는 몇백원에서 많게는 몇십만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 말로는 국가가 금융시장 진입문턱을 높여 개미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하는데 아무튼 복권은 가난한 사람들한테 허락된 유일한 투자처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복권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대체로 학생,농민공,직장인,퇴직한 노인 등 수입이 고정된 계층이 많다. 운이 좋으면 단돈 2원으로 몇십만,몇백만배의 수익율을 올릴수 있다. 몇년전에 기계조작 풍파가 있은 해에 일시적으로 몇백억의 매출감소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뒤로도 매년 꾸준히 매출이 증가하는걸 보면 행운을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는 변하지 않은것 같다.
그러나 모두한테 그런 행운이 차려지는것은 아니다.어느 다큐에서 과학자들이 운은 랜덤이라는것을 공기중의 분자가 어쩌고 하면서 3D로 시물레이션까지 해가면서 설명하던데 정말 1등당첨은 신의 선물인가 싶기도 하다.
1등당첨이 재물신의 고유권한인 것을 깨닫는다면 과도한 투자를 막을수 있다. 워낙 간이 콩알만하고 또두어장 긁어보면 그날의 운세가 어떤지 가늠할수 있다는것을 오랜 경험으로 터득해서인지 지금은 맞히던 못 맞히던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득도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초창기에는 못 맞히면 부아가 나서 계속 사고 맞히면 더 큰 금액을 벌려고 또 긁는 심리과정을 나도 겪었었다. 언젠가 복권사러 갔다가 먼저 구매한 아주머니 한분이 아까 나간 저 총각이 운이 참 좋다고, 긁는 족족 상금을 탔다는 소리에 솔깃해서 같은 종목으로 골랐다가 긁는 족족 '꽝'에 당첨되는 아픔을 겪은적도 있다.ㅠㅠ
그래서 내가 스스로 정한 룰은 '투자는 수익금만으 로 충당하자' 였다. (쓸데없이 비장하다.)일단 지금까지는 성공이다. 내가 복권사던 첫날 3년동안 300원 벌었다며 울상을 짓던 사람에 비하면 큰 금액은 아니지만 어찌됐건 수익률은 플러스니까.
나는 오늘도 '축 ×××님 1등 756만 당첨!'이라는 현수막과 수십장을 긁고 씩씩거리며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공존하는 복권판매점에서 복권을 산다.
제발 만원이라도ㅠㅠ

가끔씩 사는 일인, 큰것에 당첨되지 못한 일인, +1
저만 그런줄 알았더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