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아주 긴 시간 방학 아닌 방학을 가졌다. 이렇게 깊게 빠진 방학의 늪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직껏 방학은 듣기만 해도 마냥 신나는 단어였는데, 의도치 않은 방학의 장기화에 마음은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했다. 소질이 없는 건지 간절함이 부족한 건지 무기한 연장되는 연구생 생활에 나는 핏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에 휩쓸리던 중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나는 논문을 절반만 접어두고 일과 병행하기로 했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더이상 1년을 학기로 나누지 않게 되었다. 과제에서 과제로 이어지는 마감기한에 시달리는 일도 사라졌다. 일을 새로 시작하고 적응하느라 바쁘다보니 소화불량이라도 걸린 것 같은 논문을 잠시나마 잊어서 좋았다. 원하지 않은 방학에서 빠져나온 것 같아 나름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논문과 거리를 두었더니 생활에 다시 생기가 감돌았다.
논문에 지쳐 나에게도 마음을 쓸 틈이 없고 조그마한 바람 한 점에도 울먹거리던 날에는 끝 모를 방학이 싫었다. 직장을 다니며 1년에 한달도 안되는 공휴일들이 기다려질 때면 방학이 있던 생활이 그립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반쪽자리 연구생이며, 반쪽자리 직장인이다. 좋게 말하면 직장인인데 방학이 있는 셈이고 우울한 말이지만 논문만 빼고 다 좋아 딴청 피우러 직장에 온 셈이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묵직한 미련때문에 놓아주지 못하는 논문과, 언제라도 미련없이 떠나도 그만인 직장 사이에서 나는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어디에도 나의 쓸모가 있으리라 믿으면서.
썸네일 BY 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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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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