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창작원고 편집을 맡게 되었다.
작년하고 올해는 논문집 편집만 맡았었다. 논문집 편집은 따분하기가 그지없다. 잘 모르겠는 이론적인 단어들의 조합을 아무리 눈 부릅뜯고 들여다보아도 나같은 문외한이 알아볼리가 없다. 누구나 알아본다면 그건 대중서지 논문집이 아니었을 것이다.
편집으로서의 나는 그저 각주 배열이 제대로 됐는지, 인용문은 원문과 똑같은지, 밝힌 연도 수가 확실한지, 참고문헌 기록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체크하기만 하면 그뿐이다.
거기에 내 감정을 넣을 일은 없다.
그래서 창작원고를 받아안고 조금은 흥미롭게 훑어보았다. 얼추 보아 괜찮은 것 같았는데 써개를 캐며 훑어보자니 이건 속이 뒤집어지고 머리에서 김이 나려고 한다.
나는 그저 일꾼일 뿐이다, 오류를 찾아 수정해주면 그뿐이다. 라고 생각하려고 애를 썼지만 자꾸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심경이 복잡해진다.
편집은 감정노동인 게 분명하다.

이런 기술을 많이 보았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언급하면서 내 처지를 위안하는 식의 글들. 저자 본인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애써봤다. 그저 글을 쓰는 일이 익숙치 않았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리라… 후………
언젠가 동료 편집의 하소연을 들었다. 어떤 교수라는 사람이 글에 "코로나는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코로나에서 얻은 것이 많다."라고 글에 적었다고 한다.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준 코로나에게서 뭘 얻었다는 것인가? 그것을 거치면서 나름 깨닫는 바가 많았다고 했던들… 기술의 문제이지 저자의 양심을 의심하진 않겠다.

하, 그러니까 알려지고 싶어하지 않는 친구의 사연을 글에다까지 이렇게 적어서 널리 알리니 친구가 맘 터놓고 말하기 싫어진 거 아니겠어요? 그게 친구 탓인가요? 기술의 문제인가? 저자 3관이 문제인가 더 따지지 않기로. 아, 알골이야.

그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을 쓸 수밖에 없다. 그건 소심함이 아니라 글에 대한 예의고 양심이다.

글 쓰는 목적이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흉을 보는 거라면, 그건 참말이지 곤란해요.

문학이란 개별적인 것에서 인류 보편의 정서와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리 어려운 이론이 아니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견해 때문에 죄 없는 보통 독자가 총 맞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찌해볼 수 없는 누군가의 삼관까지도 주제넘게 수정하고 지적하고 있는 건가? 이건 내 업무 소관이 맞는 건지… 약간, 좀 쎄기, 잘 모르겠어요.

아 편집도 참 애매한 일이지 말입니다. 내 글이 편집 당할때와 남의 글을 편집할 때 입장은 참 다를 것 같다는…
와.. 그냥 훑어보는데두 김이 남다에. 두번째 사진 ‘요즈음 현실이이다’는 또 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