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쓸지 고민하다가 내가 잘 알고 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민족악기를 소개해 보고자 이 글을 쓰게 되였다. 어릴 적부터 민족음악을 들으며 자라왔고 장새납이라는 악기를 배우며 꾸준히 민족음악을 연주해 왔다. 그래서인지 나는 민족음악에 대한 애착이 매우 깊다.
그런 원인으로 중학교를 다니는 동안 동창들에게서 “촌스럽다”는 말이나 “아바이”라는 별명을 자주 듣기도 했다. 그만큼 평소에 우리 민족악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너무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류행음악을 즐기는 반면 민족음악에는 비교적 무관심하고 가야금이나 장고처럼 비교적 흔히 알려진 악기 외의 다른 민족악기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민족악기는 전통악기와 개량악기로 나뉘어 종류도 매우 다양하고 음색도 무척 풍부하다.
또한 우리 민족악기는 조선과 한국은 물론 중국 및 일본에까지 그 발자취를 남기며 전해져 왔고 각 지역마다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더욱 나를 민족악기에 끌리게 만들었다.
그래서 현재 연구생 공부 하며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민족악기에 관한 글을 시리즈로 써 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으로 오늘에 소개할 악기는 새납과 장새납이다. (음악전공이 아니기에 내용 중에 부족하거나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리해해 주시길 바람.)
P1. 연길시 민족악대 장새납 협주곡 <그네 뛰는 처녀>
새납
새납은 쇄납, 태평소, 날/랄라리 등으로도 불리는 민족악기로서 기원은 페르시아(波斯)에 두고 있으며 금·원 시기(金元时期)에 중국으로 전해진 뒤 다시 조선반도로 류입되어 발전해 왔다. 한국에서는 주로 태평소라 부르고, 중국과 조선에서는 새납이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된다.
고대에는 궁중음악과 군악에서 주로 사용되였으며 이후 민간음악으로 보급되어 농악과 풍물놀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특히 조선 후기부터는 더욱 대중화되여 오늘날의 농악무에서도 빠질 수 없는 핵심 악기로 자리 잡았다.
태평소의 구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 관대(管臺)
악기의 본체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앞면에 7개, 뒷면에 1개 총 8개의 지공이 있다. 자단나무나 대추나무처럼 단단한 나무로 제작된다. - 취구(吹口) / 조롱목
리드를 끼우는 부분으로, 조롱박을 닮은 형태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주로 금속으로 만들어지며 소리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 공명관 / 아사관 / 나팔
악기 끝에 꽂혀 있는 금속 나팔로, 음량을 더욱 크게 하고 음색을 강조한다. - 리드
갈대를 깎아 만든 부분으로, 태평소는 본체 자체에서 소리를 내지 못하고 리드가 만들어낸 소리를 지공과 지법으로 조절하여 연주한다.
P2. 전통 새납(태평소)의 구조
태평소는 음색이 비교적 거칠고 음량이 매우 커서 민족악기 가운데서도 가장 요란한 악기로 꼽힌다. 이로 인해 합주에서는 다루기 까다로운 면도 있다. 또한 도·레·미·쏠·라의 5음계만 연주할 수 있어 기타 전음이나 반음이 포함된 음악을 연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동아시아 음악 전반이 5음계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나타나는, 많은 전통악기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성이기도 하다.
한족 새납(唢呐)과의 구별
이 두 새납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음색은 완전히 다르다. 조선 새납은 관대가 한족 새납에 비해 굵고 구조가 비교적 간단하고 오음계를 중심으로 하여 음색이 거칠고 직선적이며 농악과 무용, 의식 음악에서 장단과 움직임을 강하게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한족 새납은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고 표현 폭이 넓어 반음과 음색 변화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며 혼례, 장례, 희곡 등에서 감정의 흐름과 극적 효과를 강조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P3. 한족 새납
개인적으로는 한족 새납은 크기와 종류가 다양하고 넓은 음역과 반음 운용을 바탕으로 표현력과 연주의 령활성 면에서 더욱 강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는 조선 새납과의 우렬을 의미하기보다는 두 악기가 각기 다른 음악적 요구에 맞추어 발전해 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조선 새납은 장단과 절주를 중시하는 음악에서 그 특유의 맛이 살아나며 한족 새납은 표현력이 강한 음악에서 그 장점이 두드러진다. 례를 들어 농악가락과 <百鸟朝凤>과 같은 각자의 맛을 살려낼수 있는 음악의 대비 속에서 말이다.
한족 새납도 역시 뒤에 소개할 장새납과 마찬가지로 근대에 들어 여러 차례의 개량을 거치며 발전해 왔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음역을 지닌 여러 종류의 개량 새납으로 체계화되였다.
P4. 홍콩 중악단에서 연주되는 개량 새납
장새납
장새납은 1970년대 조선에서 기존의 새납을 개량하여 발전시킨 악기이다. 이후 중국 연변 등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현재는 민족관현악대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악기로 자리 잡았다. 기존 새납보다 관대의 길이가 길어진 형태적 특징 때문에 ‘장(長)새납’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였다.
P5. 본인의 장새납
겉모습을 보면 전통 새납과 매우 흡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양의 목관악기와도 매우 닮았다. 이는 새납을 기본으로 관대를 길게 늘이고 오보에나 클라리넷처럼 누르개(건반)를 달아 지공 수를 늘린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개량을 통해 12평균률 반음계 체계로 조률이 가능해졌다.
장새납은 새납 특유의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고 음량 조절 역시 훨씬 수월해졌다. 그리고 빠르면서 기교적인 연주가 가능해졌으며 동시에 롱음이나 끌소리와 같은 전통적인 연주법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장새납은 개량 민족악기로서 많은 한계를 극복해 냈지만 여전히 미숙한 점도 남아 있다고 느낀다. 구조가 비교적 섬세해 고장이 잦고 반음이 서양악기에 비해 정확하지 않을 때가 있으며 다른 관악기에 비해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그 례이다.
사용 범위:
1. 조선
조선에서 개량된 악기인 만큼 조선에서는 독주와 합주 모두에서 매우 흔히 사용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그네 뛰는 처녀〉, 〈룡강기나리〉, 〈휘양닐리리〉, 〈만경대의 봄〉,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 등이 있다.
2. 중국
중국 연변 지역에서도 장새납이 적지 않게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대략 전체 연주 가능한 인원수는 스무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연변 음악을 들어 보면 반주에 자주 등장하는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례를 들어 〈잊을 수 없는 그날〉의 전주에서도 장새납으로 주선률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연변대학 예술학원에서 장새납 전공 학생을 몇 년 건너씩 한 명 정도밖에 모집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연변 외에도 대련, 장춘 등 산재 지역의 조선족 문화관에 소수의 연주자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변에서 연주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풍년 든 기쁨〉, 〈메아리〉 등이 있다.
3. 일본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일본에서도 장새납은 매우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장새납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열풍〉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이 일본에서 창작되였다. 이는 조총련의 지지 아래 재일조선인들이 일본 각지에 조선학교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민족교육과 함께 민족악기 전승을 중시해 온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각 학교마다 민족관현악단이 있으며 장새납을 연주하는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P6. 일본 니시도꾜 조선제1초중급 학교 학생들
(장새납 & 대피리 2중주)
장새납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최영덕 선생님 역시 일본 조선학교 출신의 재일조선인이다. 그는 장새납의 연주 가능성을 극대화하여 악기의 색채와 표현력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린 분이다. 특히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작곡한 〈열풍〉은 장새납의 화려한 음색과 파워풀한 에너지를 통해 민족음악의 향수와 현대성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곡은 이후 일본과 조선을 넘어 한국과 연변가무단까지 전해지며 지금도 꾸준히 연주되고 있다. 일본에서 연주되는 대표작으로는 〈열풍〉, 〈풍년 든 금강마을〉 등이 있다.
4. 한국
반면 한국에서는 민족악기 사용에 있어 개량악기보다는 전통악기를 중심으로 하여 장새납의 활용은 비교적 드문 편이다. 장새납을 제작하는 공장도 없어 일본이나 중국을 통해 조선에서 만든 악기를 2차수입해야 하며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배우는 사람 역시 극히 적다. 다만 한국 국악단에서는 전통 새납(태평소)을 주로 사용하며 12평균률 작품을 연주해야 할 경우 제한적으로 장새납을 사용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또한 연변이나 일본의 연주자를 초청해 장새납 협주곡을 연주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P7. 한국 청주 국립악단에서 연주한 장새납 협주곡
(재일조선인 출신의 연주자)
악기 산지
1. 조선의 악기공장
평양민족악기공장 등, ‘아리랑’, ‘은방울’ 등의 브랜드가 있다.
2. 연길시 민족악기공장
몇 년 전 장새납의 자체 제작에 성공하였다. 그 이전에는 연변에서 사용되는 장새납을 전부 조선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주소: 연길시 북산가두 애단로 125-2호)
P8. 연길시 민족악기 연구소
P.S.
내가 연주하는 장새납도 역시 조선에서 수입한 것이지만 수공이 상당히 거친 편이다. 당시에는 연변에서 장새납 제작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누르개(건반)의 규격이 맞지 않아 아래에 해면을 깎아 대기도 했고 오래동안 수리를 하지 않으면 금속 건반에 녹이 슬거나 윤활이 잘되지 않아 바람이 새고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기도 했다.
몇 년 전 악기 수리를 위해 연길시 민족악기공장을 찾았을 때 마침 연변에서 자체적으로 장새납 제작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곳에서 연변산 장새납을 직접 불어 보았는데 음색은 조선산에 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훨씬 저렴했고 (조선에서 수입되는 과정에서 중개 비용이 상당했던 듯함……) 수공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고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었다.
새납과 장새납은 형태와 음계, 연주 방식에서 차이를 지니고 있지만 결국 같은 뿌리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길로 발전해 온 민족악기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전통을 지키는 새납과 시대의 요구 속에서 변화해 온 장새납은 각각의 방식으로 오늘날까지 민족음악의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P9. 본과 시절에 친구들과 합주놀이ㅎㅎㅎ
(피아노 & 바이올린 & 장새납 3중주 <비단 짜는 처녀>)
나에게 있어서 장새납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민족음악과 이어 주는 하나의 언어였다. 때로는 촌스럽다는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그만큼 더 오래 곁에 두고 불어온 악기이기도 하다.
음악 전공자는 아니지만 한 연주자로서 직접 악기를 불며 느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민족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써 나가고 싶다. 빠르게 변해 가는 시대 속에서 민족악기는 점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다른 음악이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소리와 정서가 여전히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민족악기를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작은 안내서가 되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감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다음 글에서는 또 다른 민족악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장새납 협주곡 ‘열풍’ 찾아서 들어봤슴다. 좋슴다에. https://www.youtube.com/watch?v=GfKbAOsQEG4
이 글이 열두시간 전에 올라온 건데 ‘장새납 협주곡 열풍’으로 검색하니까 동영상 제외한, 텍스트 검색 결과 제일 위에 올라옴다, 틈새 검색 순위 1위 ㅎㅎ
어릴적 사물놀이를 잠깐 배웠는데 저희를 배워주신 선생님의 친구분이 장새납을 전공으로 하셨는데 저희한테 사물놀이를 가르쳐 주시러 왔습니다. 그 선생님께서 연주하신 장새납이란 악기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민족악기공장에 방문해보고 싶은데 도움 주실 수 있으실까요? 한국 거주 중 입니다.
제가 연길에 안 간지 오래 되여서… 근데 제가 거기 악기공장에 출근하는 선생님의 연계방식이 있어요~ 혹시 필요한가요?
그렇습니다. 개인 메시지로 연락드려도 될까요?
네~
제가 개인메세지로 악기공장 선생님의 연계방식을 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