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가?

가만 생각해 보면, 나는 결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냥 집구석에서 뒹굴뒹굴하는게 좋다. 어릴 적에는 그래서 맨날 '굴쥐'라고 불렸고, 주민이 40호 정도밖에 안 되는 동네에 살면서도 앞집, 옆집 외엔 누가 어디 사는지 잘 알지 못했다.

게다가 눈은 심한 근시안인 주제에 안경을 끼지 않아서, 사람 얼굴을 잘 분간하지 못했다. 오래 안경을 안 끼고 지내다 보니 사람 얼굴을 잘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누가 앞에서 걸어오면 딱 턱밑까지만 보고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사람의 착의만 기억할 뿐, 얼굴을 알지 못했다. 

부모님이 안 계실 때 누가 집에 찾아왔다 가면 "오늘 누가 왔댔습다."라고만 이야기했다. "누가?" 하면 "모르겠슴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내가 소학교를 졸업하자 동네에 초중이 없어서, 초중을 졸업하자 그 지역에 고중이 없어서, 고중을 졸업하자 대학에 붙어서 등등의 이유로 점점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다닐 때도 사람 얼굴을 잘 쳐다보지 않았고, 쳐다봐도 눈을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고향 쪽으로 가서 공부를 더 하게 되면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가 더 좁아지고, 어쩌다 보니 친구들 모임에 자주 끼게 되고 그러면서 사람 얼굴을 쳐다보고 인사를 하게 되었다.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 눈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름과 인상착의를 기억하려고 애를 쓰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여행이라는 걸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뭔가 안목을 넓혀주고 세상을 알게 해 주는 것이고,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피곤한 것을 싫어하는 내가, 사람 만나는 것을 어색하고 부담스러워했던 내가 지금은 왜 자꾸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푼수처럼 수다를 떨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아마 세상에 끌어내짐으로 인해 발동한 생존 본능이 아니었을까? 굴에서 벽만 바라보던 쥐가 먹이를 찾아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자동으로 빨빨거리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티켓을 끊고 타지로 나가게 되면 일단은 시간의 제한이 생긴다. 2박 3일이라면, 대락 이틀 정도 머무를 시간이 생기는 셈이다. 여행에 들인 돈과, 굳이 떼어낸 한정된 시간 안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몸음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타지로 와서 호텔에만 머무르다 갈 수는 없지 않는가? 돈과 시간을 투자한 이상 가성비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여행은 보통 자주 갈 수 있는 지역으로 행선지를 잡지는 않는다. 앞으로 또 올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최소한 자주 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래서 가능한 어디를 가 보고, 누군가 거기 있다면 만나려고 애를 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늦게라도 배낭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게 된다. 유적지가 있으면 찾아보고, 볼거리가 있으면 가 보고, 먹을거리가 있으면 찾아 먹고 하게 된다. 어제 만난 사람도 만날 수 있으면 오늘 또 한 번이라도 더 만나면 좋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곳을 방문하게 되고, 예상치 못했던 경험도 하게 되고, 몰랐던 것도 알게 된다. 

힘들 때도 있고, 실망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방구석에 있을 때보다는 뭔가를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학교가 바뀌면서 점점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자신을 일상생활 밖으로 끌어내는 일이다. 

게을렀던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들고, 절약하던 사람을 돈을 쓰게 만들고, 닫혀 있던 시야를 개방하는 일이다. 내가 1년 동안 잠시 머물렀던 고장에서는 정말 많은 곳을 가 보았지만, 10년째 살아온 도시에서 가본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은 게으른 사람에게 여행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게으른 나여, 내일은 또 여행을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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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안

중국 남쪽의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한국과 연길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철새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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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람을 만나는 것은 사람이 좋아서도 있지만, 일단 “나”를 좋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때 자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는 어떤 성취보다는 나의 성격 즉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한다는 의미인것 같습니다. 즉 누군가를 만나서 나의 매력을 뿜뿜하고 싶다는거죠. 또는 나를 좋게 봐줄 안전한 대상이라서 그럴수도 있고요. 물론 만나는 대상에 대한 호감이나 관심도 한몫하고요. 뭐 그렇다고 자기애가 높은 사람이 늘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아니고요. 그냥 일가견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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