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창가에 앉아서 무심결에 바라본 하늘에서 구름들이 서로 겹치고 엉켜들며 서로에게로 깊숙이 섞여들고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그 화려한 몸짓들을 나는 참으로 오래도록 지켜보며 눈에 고여오는 물기를 느끼기까지 했다. 그뒤로 나는 고개를 들어 자주 하늘을 바라본다. 파랗게 빛나기도 하고 흰구름이 뭉게뭉게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거대한 날개 같은 구름이 펼쳐져있기도 하고 해가 떠오르거나 해가 지면서 신비의 색갈로 물들기도 했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도 자주 길가의 작은 꽃송이들에 눈길을 앗기기도 한다. 한참 쭈크려 앉아 고 작고 보드라운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잎잎의 잎잎들의 숨결에 귀를 강구기도 하다가 떠난다. 때로는 락엽 한잎을 주어들고 한참 들여다보는 때도 있다. 가을바람에 좀은 마르고 찢기고 먼지가 오른 나무잎일뿐임에도 색갈과 엽맥들이 뻗어간 섬세한 무늬까지 아름답게 보여진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무작정 너무아름다웠고 눈물이 날려고 했다. 그러면서 아, 가을이구나 그래서 이렇게 모든 것이 아름다워졌구나 하고 여겼다.
그렇게 얼마후 나는 가을 때문에 세상이 통채로 아름답게 변화되여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아니라 내가 세상 모든 것들을 참으로 아름답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였음을 놀랍게 깨달았다. 그래 그런 것이다. 내가 세상을 아름답게 보아주기 시작한 것이였다. 세상은 예나다름없이 그 하늘 그 산 그 꽃 그 나무들이였음에도 내가 요즘 모든 것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였다.
때로는 혼자 노래를 조용히 듣다가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선률을 몇번을 반복해 들으며 눈물을 글렁이기도 한다.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글줄에서 그 글줄의 보이지 않는 뒤면에서 느껴오는 일종의 감동에 뭉클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초라해보이기까지 하는 어느 집 베란다에 널린 옷가지들에서도 따스한 가족애를 느끼며 울먹이기도 한다…
이제는 내가 미워하고 싫어했던 사람들도 뭐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리해되고용서된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햇던 멋진 모습들을 엿보면서 포용할 수도 있을 것같다. 항상 흠집만 찾아내며 까탈스럽게 굴었는데 왜 그랬는지 이제 도리여 자신을 리해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고요해져가고 평화로워져가는지도 함께 느끼게 되였다. 항상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해 악을 쓰고 몸부림하며 긴장하게 살아오느라 여류롭지 못했던 내가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은 내 의지에 따라서 다가오고 떠나가는 것이 아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 모두를 담담하게 바라볼 수가 있은 것이다. 갖가지의 탐욕 때문에 여태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살아온 자신을 향해서도 마주 바라보기 시작하며 진실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조용히 혼자 있을 때면 늘 알수없이 느껴야 했던 공허와 허무를 이제 아름다움이 와서 채워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결 깊어지고 따스해지고 순수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러한 마음만이 아름다움이 머무를 수있는가 본다. 비로소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릴줄 아는 나이가 되여가는 것같다.
이제는 외계의 아름다움이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아름다움이 세상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임을 그래서 내가 지극히 행복해질 수있는 것임을 잘 알겠다. 내가 아름다운 마음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이상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더는 내게서 사라져갈 수도 또누구도 뺏어갈 수도 없는 것이되여버렸다. 그러고보니 내가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다가와주는 것은 참으로 아름차게 많은 것이고 소중한 것임을 알겠다.
밝은 해살이 엷은 안개사이로 쏟아져내려와 나의 얼굴에 닿아오는 것도 찬연한 날개를 반짝이며 하늘을 날아예며 나와 마주바라본 나비도 어느 어두운 밤 내 가슴에도 피여오르던 작은 별들이며…아침이면 금방 일어난뒤 체온이 남아있는 이부자리며 나를 바라보며 이쁜 미소를 짓던 얼굴도 두팔 벌려 껴안아주는 행위도…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이였는지를 잘 알겠다. 웅장하고 화려하고 빛나는 것들에만 마음을 앗겨왔던 내가 이제 작고 평범하고 진실한 것들에서 우러나는 참되고 깊은 아름다움을 보기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감정들인 사랑이나 그리움이나 감동이나 리해나 용서나 믿음이나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또렷이 알 것같다. 그리고 생명이나 죽음이나, 생활이나 시나, 령혼이나 육체나 때론 도저히 한곳을 바라고 비상할 수없다고 여기는 것들이 리해할 수없이 서로 순간순간 만나지고 조금조금씩 이어지면서 보다 진실되고 어여쁜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음을 알겠다. 나는 지금 나에게 선사된 이 삶이 참으로 고맙다.
이제야 아름다움이 보이는데 이러한 아름다움을 남겨두고 어떻게 떠날가? 먼 후날에 이 세상을 오래오래 붙잡고 있으려고 억지를 부리지는 않을가 겁나기도 하다. 늘 불평이나 불만으로 또미움이나 욕지거리로 대해왔던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게 다가와주도록 만들어주는 내 나이에감사해한다.
그러고보니 가끔 누군가 나를 향해 찬사나 박수를 보내 줄때면 괜히 으쓱했는데 이제보니 그들의 눈이 아름다워서 내가 그들에게 아름답게 비쳐진 것임을 알겠다. 여태 내가 저질러온 부끄러운 실수와 몸에 붙어있는 많은 결점들로 인해 미안해진다. 그리고 이제 그런 자신도 좀은 너그럽게 보아주며 토닥거려줄 수가있을 것같다. 그래 다 괜찮아. 아름다움에 머물며 그속에 잘 어울릴 수있도록 노력한다면 역시 하나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가 생각한다.
옹근 세상이 온전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때는 자주 눈물을 흘려도 좋으리라. 그 맑고 따스한눈물에 이제 더 말쑥하니 눈과 가슴을 씻고 아름다운 것들과 더불어 하나의 아름다움이 되여가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는 이제 보다 아름다워지는 너와 더불어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다 가고 싶다.

글을 읽는동안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나이는 아니지만, 저도 사랑하는 눈을 가져보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