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매’의 연애편지》
리은실
영화 《给阿嬷的情书》의 누적 박스오피스가 18.5억을 기록했다. 올해 개봉한 국내 영화들 중 2위이다.

영화를 본 지 한 달이 넘는데 여전히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 봐서 “뭐 그리 인터넷 평가에서처럼 좋은 줄 모르겠더라.”라고 한 내 말은 진심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조선족들 생각이 많이 났다.

한국 대림시장의 일각
부인을 그렇게 사랑하고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했으면서 남 주인공은 왜 한 달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는 미지의 땅으로, 살아돌아올지도 모를 그 그 길에 올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그렇게 살던 곳을 떠난 이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다가 5전 이자라는 어마어마한 고리대를 꾸어 한국길에 올랐던 우리 윗세대 부모님들이,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 갈 수밖에 없었던 동네 언니들이, 목숨 걸고 밀입국을 한 아저씨들이 떠올랐다.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민족을 막론하고 살아내는 일, 생존을 위한 일이란 그렇듯 거스를 수 없는 막중한 일이었을 테니.
코리안드림, 그거 하나 믿고 모진 고생 끝에 당도한 조상의 나라에서 겪어냈던 우리 윗세대들 이야기를 영화로 찍어내면 이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왜? 라는 의문이 잇따랐다. 왜 우리는 이런 영화를 가지지 못했을까.
우리의 영화 시장이 턱없이 좁아서였던던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장률 같은 글로벌한 조선족감독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물론 조선족들의눈물나는 이주사, 분투사 이야기는 소설로도 이미 꽤 많이 나와있다. 번역을 통해야만 타민족에게 읽힐 수 소설은 대중적으로 범민족적으로 널리알려지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으리라라 생각한다.
그러나, but!
오직 그것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먹고 살기 위해 살던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모험을 시작해야 했던 그 서사를 우리는 <아매의 연애편지(给阿嬷的情书)>에서처럼 자연스럽게 다루지 못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서사 앞에는 언제나 거창한 이데올로기가 함께 등장했다. 정체성, 디아스포라…
자식 교육을 위해, 생존을 위해 올라야 했던 한국행, 우리는 결코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데올로기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떠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한국행은 생존이었다.
전 인류를, 어쩌면 먹이를 위해 길고 오랜 이동을 선택해야 하는 동물에게까지도 공감대 형성을 이룰 수 있는 이 서사를 우리는 <아매의 연애편지>처럼 편안하게, 누구에게나 마음에 와닿도록 풀어내지 못했다. 그 서사를 풀어냄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 경직되었고 그 틀에 박힌 서사를 꽤 오랫동안 복기해 오지 않았나 싶다.
<아매의 연애편지>에서는 인도경찰들의 눈을 피해 중국어를 배우는 중국 출신의 어린 아이들과 문맹이었던 어른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우리처럼 bpmf, dtnl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제법 당시를 읊는다.
중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어린이들처럼 ㄱㄴㄷㄹ와 가/이 는/은부터 배우지 않고 <진달래 꽃>이나 <서시>를 외우는 셈이다. .
로어를 갓 배우기 시작하는 외국인들에게 러시아인들은 푸쉬킨의 시나 톨스토이의 문학을 먼저 소개한다고 한다.
우리말 교육에 있어서 이것이야말로 맹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초학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겨우 철자를 알아보는 애에게 <서시>를 어떻게 가르치겠어? 걔가 <진달래꽃>을 이해하기나 하겠어?
어쩌면 노파심이 아닐까 싶다.
우리말에서의 보석 같은, 진주 같은 시어를 입에 올려 읊어볼 때 그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배워 내서 그 명시를 이해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싹트지 않을까?
그 생각은 우리말을 배움에 있어서의 내재적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그저 좋았던 ‘不明觉厉’의 기억을 우리는 갖고 있다. 우리말에 저렇게 아름다운 시와 소설이 있음을 먼저 알려준다면 초학자들이 우리말을 배움에 있어서 큰 동력이 될 것 같다.
우리 문화를, 우리 말과 글을 배우려는 초학자들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옛날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외국 사람이나, 우리 나라 사람이나, 다른 민족이나 우리 민족이나 다른 것 같지만 많이 닮았다. 그 다르면서 같은, 같으면서 다른 지점을 파헤치다 보면 보다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우리의 이야기가 박스오피스에 오를 날이, 머지 않은 장래에 있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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