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타이거]

아홉살 생일엔 초를 아홉개 꽂았어. 케이크는 작고 초는 많아서 뒤쪽에 불을 붙이는 동안 앞쪽 초가 벌써 녹기 시작했지. 촛농이 크림 위로 떨어져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어. 그게 아홉살의 특권이었나봐.

언제부터였을까. 초 한개가 열살을 대신하기 시작한 게. 긴 초 세개, 짧은 초 아홉개. 우리는 그걸 서른아홉이라고 부르기로 합의했고, 그렇게 나는 어느새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로 축약된 사람이 됐어. 어른이 된다는건 어쩌면 자꾸 자기를 요약하는 일이었나봐.

애들 생일엔 안 그러면서.

다섯살엔 다섯개.

여섯살엔 여섯개.

하나도 안 깎고,
꼬박꼬박.

그래서 다음 생일엔 마흔개를 꽂을 거야. 4개 말고 40개. 케이크가 안 보여도 상관없어. 케이크는 해마다 사지만 마흔번째 해는 내년 딱 한번이니까. 초 하나에 한해씩, 손으로 세어 가며 꽂을 거야. 그게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인정이라서.

한번에 못 끄면 어때.

나눠서 불어.

마흔해도 한번에 산 거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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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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