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스마트폰이 서툴다. 그래서 뭔가 설정이나 어플에 문제가 생기면 그대로 놔뒀다가 일년에 한두 번 가족이 모여앉을 때 꺼내서 나보고 해결하라 한다.
어머니는 항상 뭔가 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뚀우피따이(貂皮大衣, 밍크코트) 사진을 보내 오면서 며늘아기에게 사주겠다고 하신다. 요즘 젊은이들 안 입는다고 해도, 비싸서 사기 부담돼서 그러는거지 한벌 쯤은 갖추어야 한다고 "막무가내"다.
어머니는 외래어가 낯설지만 많이 표현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매일 쓰는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을 "아모레레시피"라고 하고, 현재 등록하여 일하고 있는 조직기관을 일컫는 "바우처"를 "파우처"라고 스스럼없이 말씀하신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머니는 시대에 뒤떨어져 사시는 것이 아닌가고. 그리고 또 가끔은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 나를 발견한다. 심지어 답답하다는 듯 가르치려고까지 든다.
헌데,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과연 어머니가 시대에 뒤떨어진 걸까? 이 시대에 계속하여 나타나는 새로운 문물들, 그걸 어머니가 다 아셔야 하는가? 지금도 시대를 따라가야 하는가?
어머니 세대는 이미 수십년을 당신 시대의 기관차로 그 시대를 이끌어 오셨다. 그 누구도 어머니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시대에 뒤떨어지기는커녕 우리가 "시대"라는 열차에 탑승하지도 못했을 때, 침목을 깔고 레루를 펴고 역을 만들어 주셨다. 다만, 이제 그들은 시대를 이끌 자리를 우리에게 넘겨주시고 제2선으로 물러났을 뿐이다.
어머니는 시대에 뒤떨어진게 아니었다. 기관차 머리의 자리를 물려주고 뒷바곤에서 묵묵히 시대를 따라주고 있다. 그런데 아들딸을 잘 키워서 실컷 대학까지 보내줬더니 이제는 날개죽지가 튼튼해졌다고 어머니의 얘기를 귀등으로 듣고 지어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유치하고 미숙한 모습인가. 내가 철부지다. 나의 젖내가 아직 덜떨어진 것이다.
오늘은 어머니날이다. 이 세상의 어머니의 모든 수고와 희생과 헌신에 감사와 사랑이 전달되고 기억되는게 마땅하지 않은가. 그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을, 오늘은 온전히 첫 글자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되새겨야지 않겠는가.
어머니의 시대는 위대하였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2017년 어머니날의 글
2019년에 다시 새기다
이 글을 랜덤추천으로 봅니다. 아모레레시피에 웃었습니다. :D저의 어머니도 코트는 코드라고 하시고 카드는 카트라고 하는 것이 신기하고 애틋합니다. 누구든 자신의 시대를 벗어나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저 정도로 따라오는게 오히려 쉽지 않다는 생각을 요즘은 합니다. 제가 과연 저 나이대가 되면 그럴수 있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