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갑자기 시간이 비었다. 

남편과 둘이 연길의 자랑이라고 하는, 불빛찬란한 하남강변에 산책을 갔다. 이런 말 들으면 욕먹을지 모르겠으나 말하련다. 솔직히 나는 이 불빛찬란함이 어디가 그렇게 멋있는지 잘 모르겠다. 부의 상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알록달록 산만하다. 이게 과연 최선인가. 그 왜 부다페스트처럼 은은한 노란색으로 통일하면 훨씬 예쁠것 같은데. 글쎄 나도 부다페스트에 가본건 아니지만. 사진으로 봤다.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대열을 지어 광장무를 추고 있다. 서로 다른 소리의 음악이 섞여 있었으나 전혀 방해받지 않는듯 하다. 많기도 하다. 제일 큰 대오는, 음, 학생이 가장 많았던 나의 중학교 반보다 대오가 더 큰것 같다.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이는데도 거의 칼군무다. 

강뚝을 따라 반쯤 걷다가 바람이 차서 집에 돌아왔다. 해야 할 번역일이 있어 컴퓨터를 켰다가 노래나 먼저 한곡 들으려고 유튜브를 켜고 손가락은 자기 맘대로 며칠전에 알게된 "김나영의 노필터 티비" 채널을 검색하고 있다. 음, 놀려고 하는 자는 무엇도 그를 막지 못한다.

"이사 가는 날"이라는 새 영상이 올라왔다. 

내가 기억하는 김나영은 몇년 전에 예능에 조연처럼 끼어서 스스로를 약간 푼수스럽게 보이면서 웃음을 주던 개그우먼이었다. 그녀의 다른 면을 보게 된 것은 그녀가 패션위크에 나타나기 시작해서부터였다. 

눈과 입으로 패션을 하는 나는 옷 잘입는 여자를 좋아한다. 김나영은 분명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었다. 셔츠를 뒤로 돌려 입고 어깨를 드러내고 나온건 아무튼 고준희보다는 김나영이 먼저였다. 

그녀를 잊고 살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사이 그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두명이나 낳았나보다. 서울의 소위 부촌인 평창동에서 아주 큰 집에 살고 있었고 자랑하지 않는 다정한 말투로 차분하게 "랜선집들이" 즉 온라인으로 집구경을 시켜주는 영상도 있었다. 

다시 보니 그녀는 아주 차분하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유쾌하다.

그런데 영상들을 보다보니 댓글들이 이상했다. 이렇게 부유한 사람한테 "언니, 힘들겠지만 힘내요", "노필터 티비 잘 보고 있어요. 아이들과의 새로운 삶을 응원해요" 등등. 세상 쓸데 없는게 연예인 걱정이라 했는데, 이 사람들은 지금 누구 걱정을 해주는건가. 

살짝 검색이란걸 해봤다. 음, 키워드만 말하자면, 결혼-사업가 남편-아이 둘-남편 거액 사기 피소-김나영은 그동안 전혀 모름-이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5일전 이사가는 영상을 올렸다. 새 집에 타일을 깔고 벽지를 붙이고 선반을 맞춰넣었다. 평창동에서 이사나가면서 큰아이인 신우와의 대화.

"이제 여긴 다신 안올거야?"

"응"

슬프면서도 힘있는 엄마의 대답. 이 여자는 분명히 잘 살거다. 전보다는 훨씬 작은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고 이제 그녀는 그 곳에서 아이 둘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집과 자신을 멋지게 꾸밀줄 아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꼭 더 좋은 날들이 있을거라 나는 생각한다. 

필요하진 않겠지만 나도 응원을 보낸다. 그 집에 밥 짓는 냄새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녀의 노래소리가 서로 깍지 낀 손가락들처럼 어울려 서서히 그녀만의 온도를 만들어낼거라 생각한다. 

2019.5.10. 本文首发于个人公众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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