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상 어쩔수없이 몇개월에 한번씩은 병원출입을 해야 한다. 이젠 무뎌질만도 하건만 눈에 비치는 병원의 풍경들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는다.
풍경1
이 병원은 올때마다 늘 환자들로 미어터진다.
중국사람들은 걸어다니는 원소주기표라는 중국의 식품안전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인구대비 턱없이 부족한 의료자원 때문인지,그것도 아니면 동물병원 수준이라는 지방병원을 못 믿어서 다들 그나마 큰 병원으로 가는 탓인지 연변병원은 언제 가도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문진과 입원예약 대기 줄은 무슨 기차역 매표실을 연상케 한다. 도대체 왜 아픈 사람이 이다지도 많은것인가? 한두시간 정도 뒤면 나오는 수백명의 검진결과는 믿어도 되는것일까?
기나긴 대기줄을 뚫고 의사앞에 앉는 순간 그때부터 진짜 지옥이 시작된다.
풍경2
요즘 다시 시작된 코로나로 환자들은 진료실 밖에 줄서서 대기해야 한다.덕분에 자연스럽게 여러 진료실(科)에서 오고가는 대화들을 들을수 있게 된다. 마침 맞은편 종양과에서 의사와 환자의 대화가 흘러나왔다.
의사:어디가 불편하세요?
환자가족: 요즘 자꾸 위가 아프다고 하십니다.소화도 잘 안되고
의사: 환자분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환자가족: 80이 넘으셨습니다.
의사:일단 입원해서 전면검사를 해봅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입원해도 검사를 할수 없으니 월요일에 입원수속을 하고 내과빌딩 14층으로 오세요.조직검사(穿刺)를 해서 양성이면 바로 퇴원하시고 만약 악성이면 다시 치료방안을 논의합시다. 환자분 연세가 너무 많으셔서 수술은 안됩니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의사들은 환자의 증상이 어떻든 무조건 CT나 MRI를 권한다고 한다. 그걸로 의사들의 성과금이 책정된다고…)
환자가족: 알겠습니다.
의사:환자분 의료보험 있어요?
환자가족: 없습니다.
의사:없어요?아…
환자가족: 그럼 선생님 ,현금을 대략 얼마정도 준비하면 될까요?
의사: 먼저 한 2만정도 준비하세요.
(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맞은편 진료실을 들여다봤다. 의사앞에 선 사람은 누가봐도 힘든 체력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옷은 새까맣게 때가 탔고 피부는 해빛에 그을려 까무잡잡했다)사람이었다. 옆에는 백발인 할아버지가 휠체어에 앉아 계셨다.
환자가족:2만원이요?…..알겠습니다.
이게 무슨?!!!!
만약 진짜로 악성인 경우 보험적용이 안되면 화학치료,방사능 치료 등 항암치료에 적게는 몇만원,많게는 수십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불행하게도 종양과 문진은 항상 대기줄이 제일 길다.
종양과 오진확률은 몇프로나 될까?
뭐가 있어도 병은 있으면 안된다 했던가…
풍경3
볼일 다 보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할머니의 대화
할머니1: 혼자 입웠했슴두?
할머니2:예
할머니1:자식들이 곁에 없슴두? 다 외국 나갔슴두?
할머니2: 아이 딸이 여기서 쌍발하꾸마. 근데 일하는거 또 점심에 불러내겠는가.혼자 댕길만하무 댕기지무슨
할머니1: 개재쿠.자식들두 일하는데 자꾸 불러내무 좋아 아이하꾸마.
할머니2: 예.아프무 다 쓸데 없으꾸마.
……..
할머니는 병원 안 마트에서 죽이랑 간단한 요깃거리 몇개를 사서 병실로 돌아갔다.
풍경3
잡다한 수속들을 다 마치고 밖으로 나오다가 애기 울음소리가 들려서 무심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니 한 세살쯤 되었을까? 자기가 누워있는 병원침대 길이의 1/4 사이즈도 안되는 작은 남자아이가 CT실 앞에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이란 공간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때문인지 아니면 어디가 많이 아픈건지 꼬마는 엄마를 찾으며 서럽게 울고 있었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이한테 쏠려있었다.다들 똑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저렇게 어린데 몹쓸 병은 없어야 할텐데 하는…(골절과 같은 눈에 보이는 외상은 없었으므로)
풍경4
읍급실 앞 침대에 한 할아버지가 산소호흡기를 꽂고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옆에는 젊은 장정 두명이 침대를 지키고 있었다. 병실이 안 정해졌는지 가족들은 환자를 옮기지 못하고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할아버지가 옹알이 하듯이 장정한테 뭐라 말했고 장정은 할아버지 귓가에 다가가서 금방 된다며 안심 시켰다.
이런 풍경을 보면 우리 모친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이래서 아들아들 하는거다.이럴때 아들이 있으면 든든하지. 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아파도 마음대로 운신하재. 니처럼 예상채서 "
내가 왜소하고 힘도 없어서 저런 상황이 닥치면 간호를 못한다는 뜻이다.
그럼 아들 하나 더 낳지 그랬수🙄
만약 두분이 동시에 아프면 나는 진짜 답이 안 나온다.
이런 풍경들때문에 한번 병원을 다녀오면 마음이 피폐하고 우울하다. 환자들 말처럼 없는 병도 생길것 같은 공간.하지만 살면서 반드시 가야 되는.
언젠가는 무뎌질까?
병원은 갈 데가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또 다녀야 하는…
그니까요.젊을때부터 건강관리 열심히 하는걸로…
글 잘 읽고 갑니다.. 어디가 불편하신지는 모르나 쾌유를 빕니다. 건강하세요
저는 아니고.. 암튼 감사합니다🙏🙏
몸도 아픈데 병원에 가면 마음마저 더 힘들어질 때가 있지요… 토닥토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