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현재 나와 같은 도시에 있다.

그리고 어제 모임에서 만났던 여러 예술계 종사자들은 그와 알고 지낸 사이였다.

나: "구더신이 아직도 북경에 있나요?"

아티스트1: "아마도 있을 것 같은데? 2019년 쯤 내가 수영하러 같을 때 마주친적이 있어. 얼굴에 생기가 도는데 안색이 어찌나 좋던지!"

아티스트2: "어…저기 그 누굴 통하면 만날 수 있을 텐데, 집접 만나볼래?"

나: "아니요, 아니요! 저는 부담주기 싫어요."

그렇게 어렵게 나의 우상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놓아버리고 말았다.

구더신은 나의 박사논문의 주인공이다. 그만큼 내가 큰 애정을 품은 아티스트다. 가끔 나는 우연이라도 그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반응 해야 할지 수도 없이 시뮬레이션을 해왔다. 그중 내가 생각해온 가장 절제적이고 예의를 갖춘 반응은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게 작은 미소 짓는 것이다. 아마도 그 작은 미소는 주체할 수 없는 나의 벅차오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일 것이다. 

큐레이터: "딱 봐도 이분의 덕후야 ㅎㅎ"

그래서인가 나는 이토록 치열한 "취업난" 형세 속에서도 세상 태연하다.

구더신은 "예술가"라는 "직업" 마저 거부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나에 대한 영향은 그야말로 "지대하다".

그래서 주변의 질문들: "어디 알아본 곳은 있어?" "어느 도시에 갈꺼야?" "편제 주는 곳으로 갈꺼지?" "선생님이 될꺼야?" ….등등에 나는 그들이 원하는 답을 줄 수 없었다.

"어디든 상관없어요" "딱히 가야 되거나 거부하는 곳도 없어요."

참으로 어쩜 내가 연애 대상 찾는 태도와 똑같을까?!

가장 열린 마인드와 가장 까다로운 선택.(선택지가 있는지도 고려하지 않은 채ㅎㅎ)

그래서 힘을 안준다. 모든 일에. 그리고 나의 태도가 낳은 내 운명에 몸을 맡긴다. 의도의 힘을 빼고 운명의 힘을 탄다. 이것이 내가 세속과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인 것 같다.

그렇게 가장 고집스러운 자는 가장 여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동안 가장 못된 자신을 선택해야만 했다. 

이 못됨의 가장 큰 반영은 어쩌면 "불효", "자기중심", "미숙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백신을 강요한 시기에 모든 비난을 등에 업고 버텨왔던 나와 마찬가지로, 현재 내가 타협하지 않았던 모든 것이 결국엔 또 한번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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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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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도의 힘을 빼고 운명의 힘을 탄다- 이거 응원해!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할수 있는 최선은 최대한 힘을 빼는거라고.
    인생도 그 사랑하는 사람이랑 다를게 뭐가 있을가
    결국 우리가 가장 갈망하고 원하는거지뭐…
    못됨의 가장 큰 반영은 어쩌면 “불효”, “자기중심”, “미숙함”이 될 수도 있다- Not b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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