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의 위기 상황을 ‘지구의 위기’라는 등 남의 일처럼 여기며 한 발짝 멀어진다. 지구는 나보다 훨씬 크고 강인하니까 알아서 위기를 극복하지 않을까 막연히 낙관하면서. 하지만 직시해야 한다. 지금은 시혜적인 마음으로, 애틋한 동정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지구를 위해 봉사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5년 후의 우리가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10년 후에도 여전히 사계절이 존재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나는 ‘우리의 지구를 지키자’를 ‘지구의 우리를 지키자’라고 고쳐 써본다.” (홍인혜, <고르고 고른말> 중, p302)

무심하게 책을 읽어 내려가다 이 대목에서 정신을 가격당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기후위기 속에 살고 있음을 날로 실감하는 요즘이다. ‘지구가 아파요’를 외쳤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정말로 지구의 ‘우리’가 아파하고 있다. 아마 더 아프게 될지 모를 일이다. 기후위기는 이젠 단순히 자연환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익숙한 구호는 이젠 호소력을 잃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고통이 환경 이외의 곳까지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인간의 일상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일상생활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나는기후위기로 인해 변해가는 우리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주관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 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인식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나에게는 대단한 힘이 없지만 책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기에 요즘 읽은 책 한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 홍종호, 2023, 다산북스.

이 책은 다양한 시각으로 기후위기를 분석하고 있다. 왜 사람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호소하는지, 왜 기후위기가 더 이상 자연환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지, 기후위기가 인간의 일상에 어떤 영향들을 끼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래에는 기후위기가 미치는 영향들을 위주로 정리해보았다. 원문도 꼭 찾아서 읽어볼 것을 추천드린다.

기후위기는 불공평을 나았고 후세대들은 미래를 도둑 맞았다.

“기후문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왜 어른들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때문에 우리가 미래를 도둑맞아야 하냐고. 스웨덴에서 태어난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세대 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고통으로 더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말이다.”(p76)

기후위기로 인한 폭우는 저소득층에게 더 큰 악몽이다.

“실제로 2021년 가을 기록적인 폭우와 돌발 홍수가 뉴욕을 덮치며 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는 연령, 성별, 계층에 상관없이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지만, 뉴욕의 폭우 피해에서 눈여겨볼 점은 사망자의 80%가 지하층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이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영화 <기생충> 속 적나라한 아픔이 영화 속 상상에만 그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p198)

기후위기로 인한 폭우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에는 그간 기상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폭염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동시에 겨울철 한파도 심각하다. 2020년 겨울, 서울이 영하 18.6섭씨도까지 떨어지면서 20년만의 한파가 찾아왔다. 2019년에는 태풍이 9개나 한반도에 상륙했고 2020년 여름에는 54일이라는 역대 최장 장마가 찾아왔다.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당장 농업생산이 급감하고 농민의 농사 활동과 소득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지면서 밥상 물가에까지 영향이 미쳐 도시민의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p224)

기후위기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안가 주거지의 침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침수 위험에서 자유로운 고지대에 위치한 지역의 집값이 오르게 되고 해안가 고급 주택에 살던 고소득층이 고지대로 거주지를 이전하면서 기존에 살던 주민들을 외지로 밀어내는 일이 발생한게 된다.”(p199)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학교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폭염이 학교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에어컨이 구비돼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하교 간 학업성취에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 냉방시설을 제대로 가동하는 학교 학생들의 경우 더위로 인한 성적 저하를 무려 73%나 감소시킬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더위가 시험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인종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학교별 냉방시설 투자가 인종별로 다름을 보여준다. 기후와 관련된 인종간 불평들이 10대 청소년들의 학교 성적에서까지 현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더울 때 공부하기 힘든 건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하실지도 모른다. 에어컨을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에어컨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사용해야 하고, 전기를 만들어내려면 석탄과 가스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석탄과 가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탄소를 매개로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된다.”(p206-210)  ‘Park, R. Jisung, Joshua Goodman, Michael Huuwitz, and Jonathan Smith, “Heat and Learning”, American Economic Jornal: Economic Policy, Vol. 12, No.2, 2020.

기후는 인간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편 우울증과 치매 환자가 응급실을 찾은 날도 유독 폭염이 심한 날들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p212)

기후는 신생아의 울음소리와도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조산, 저체중아, 사산과 같은 부정적 임신 에후와 관련성이 있는가?' 답은 YES. 2.8섭씨도 이상의 기온 상승은 조산 위험을 8.6~21%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임신 마지막 3분기 기간 중 일정 수준 이상의 기온 변동성 증가는 아기 몸무게를 3.7~29.7g 줄인다는 결과를 얻었다. 출산 직전 주간 기온이 1섭씨도 상승한다면 그 시기가 여름철일 경우 사산 가능성이 평균 6%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더위가 분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의학적 이유 때문이다. 임산부가 열에 노출될 경우 탈수나 혈액점도 변화, 체온 조절의 어려움 등이 진통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것이 조산을 일으킨다. 더위는 자궁 혈류를 감소시켜 태아 성장을 저해할 수 있고, 기온 상승은 조기 진통과 양수 감소, 태반 손상 등을 야기해 사산에 이르게도 한다.”(p211) Bekkar, Bruce, Susan Pacheco, Rupa Basu and Nathaniel Denicola, “Association of Air Pollution and Heat Exposure With Preterm Birth, Low Birth Weight, and Stillbirth in the US”, JAMA Network Open, Vol.3, No.7,2020.

기후위기로 인한 불황은 보험 산업과도 관련이 있다.

“기후불황Climate Recession의 심각성은 보험 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8년 보험사들이 일제히 보험료 인상을 고민했다. 열대성 저기압으로 인한 대형 태풍과 산불 때문에 어마어마한 보상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태풍과 홍수, 산불과 산사태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을 내리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재난이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한마디로 기후변화가 보험 산업에 엄청난 위험 요소로 등장한 셈이다.”(p226)

기후위기는 질병위기를 촉발하게 된다.

“질병위기가 왜 경제위기를 가져오는지, 어떤 현상이 별어지는지 지난 3년간 우리 모두가 삶의 현장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다. 왜 질병위기가 발생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광범위하게 발생할 것인지, 학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요한 점은 기후위기가 질병위기를 촉발한다는 사실을 보건전문가와 의학자들이 한결같이 주장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야생동물의 활동 반경을 넓히고 생존공간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기후변화는 인간과 야생동물 접촉점을 넓히고 빈번하게 만듦으로써 사스나 메르스와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p227)

질병위기, 경제위기, 그 근저에는 기후위기가 있었다.

“현재 인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위기와 그에 따른 경제위기, 그리고 그 근저에 있는 기후위기라는 3중 복합위기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성장주의에 입각한 낙관론과 자원과 환경의 고갈과 파괴라는 비관론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지속가능발전 전략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제3의 미래 경로가 될 수 있을까요? 참으로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p190)

기후위기 극복에 왜 동참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가.

“영국의 기후운동 전문가 조지 마셜은 2014년 ‘기후변화의 심리학:우리는 왜 기후변화를 외면하는가’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제발 애원하건대 생태 타령 좀 그만하라. 북극곰과 지구를 구하자는 구호를 비롯해 기후변화를 환경보호 문제로 국한하는 언어는 중단하라.’는 참신함을 넘어 충격적인 부분이 나온다. 북극곰은 기후위기의 상징인데 말이다.

조지 마셜은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자고 호소하는 전문가나 환경운동가들이 너무 당위적인 언행에 익숙해져 있다고 지적한다. 대신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행동 변화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들어 호소하는 것이 공감을 사는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자녀사랑, 건강유지, 안전보장, 공동체 번영 때문임을 강조하는 식이다.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보편적인 가치와 연결해야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p255-260)

그럼에도 왜 극복이 어려운지.

“아무리 심리적 각성이 높아진다고 해도 생활수준의 하락을 꺼리는 마음을 극복하지는 못해서다.

산업화 세대는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불확실로 점철된 내일보다는 오늘의 생존이 중요했던 분들에게 기후위기는 너무 배부른 먼 나라 얘기로 들리지 않을까. 나와 내 가족이 당장 먹고살 집이 없어 거리에 나앉을 판에 무슨 한가한 날씨 타령이냐? 공장을 제대로 돌리려면 커다란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야지,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기로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다 충당하겠느냐? 이것이 산업화 세대가 공유하는 정서 아닐까. 전형적인 기후변화 회의론자의 모습들이다.“(p255-260)

-끝-


<에필로그>

에너지과학을 전공하는 남편에게 물었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그 연구와 기후위기가 연관성은 없는지 궁금했다.

“나는 태양에서 오는 빛을 아인슈타인의 광전변화효과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세상에 없는 태양광전지판을 만드는 이론적, 물질적 기초를 발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나노필름 같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면 모든 물질에 태양전지판을 부착할 수 있게 된다. (슈퍼맨이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슈퍼맨 피부가 될 수도 있지만 진짜 어려운 일이지. 만약 그때가 되면 기후위기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 ㅎㅎ”

과학도의 진지함과 기발함이 섞여있는 그의 대답은 의외로 명료했다. 그의 대답을 듣고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그의 연구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썸네일 BY 재미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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