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6

죄송하지만 고맙습니다.


날짜를 제목으로 적는 경우는 보통 일기의 형식에서 자주 보게된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오늘도 루틴 그대로 자습실에서 보내는 하루였다.

드디어 부모님도 나의 취업에 대해 두손 두발 다 든 모양이다.

주변의 관심도 나의 무심으로 인해 서서히 식어갔다.

그렇게 나는 이 낯선 나를 알게 된 것에 또 한 번 놀라고 만다.

"취업" 기간은 고통스럽다. 

이는 나한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하지만 나의 고통은 "취업"하지 못한 사실이 아니라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서 연유되었다.  

나는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침투해 온 이 "속썩임"과 "걱정"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감사한 마음, 위로, 변론, 설득, 해명을 반복해본다. 

나는 나보다 다급한 주변인들을 보며, 주객전도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어리석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일 내가 취업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 한다면 그것은 나의 본심과 일말의 연관도 없다.

그래서 나는 소위 말하는 "취업"이 급하지도 달갑지도 않다. 

혹여나 이러다 부모님께서 나의 취업에 기대하지 않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이리 저리 떠돌며 유랑인이 되었을 것이다.(어쩌면 우연한 계기로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부모님 때문에 살고 싶은 방식대로 살지 못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어떤 성공도 이루고 싶지 않기 때문에 궂이 성공을 위해 유랑하거나 사업할 마음도 없다. 그저 적어도 거슬리지 않은 선에서 일자리를 찾아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클 뿐이다. (다만 부모님께서 내 맘대로 해라면 아마도 보다 자유롭게 살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래서인지 나는 현재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천천히 나를 다듬고, 나의 템포대로 독서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학습하고, 지식의 파편들을 정리하는 이 시간이.

친구는 나한테 말한다. "되도록 취직하지 말고 프리랜서로 살아. 나는 지금 너가 제일 부러워. 쥐똥 같이 벌면서 몸도 망가지고 자신한테 주어진 시간이 하나도 없어…"

위로하는 말인 걸 너무 잘 알지만, 나는 이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왜냐하면 정말 나의 시간과 공간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희망사항과 직장의 요구사항이 적절히 절충되는 경우는 기적에 가깝다.

 

그래서 현재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이력서를 사방에 뿌리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있지만 오로지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을 되도록 길게 늘리고 싶은 마음이다. 

마음대로 시간을 조율하며, 자신의 사유체계를 구성하며…

이 시간을 허용해주신 부모님께 너무나도 죄송스럽지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出自微信表情包: [优优的一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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