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했으나 요란한

70년대 디자인 스튜디오 힙노시스


어느 늦은 오후 혼자 보낸 시간. 

그날 본 이미지들 중에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장면. 힙노시스의 다른 이미지들과 마찬가지로 이 포스터 또한 당시 어떤 밴드의 앨범디자인.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생님처럼 보이는 노부인의 손끝에 있는 저 검은 직사각형의 기둥같은 물체인데, 사람들에게 지혜, 에너지 등 필요한 추상적인 개념들을 부여하는 충전기 같은 신비로운 가상의 물체. 저 학생은 아마 타의에 의해 성실함이나 얌전함을 충전받고 있는 듯. 

그 밴드의 음악을 상징할 수 도 있겠지만, 사람들 속에 내재한 종교적 성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생각의 희한함, 그걸 관철시킨 실행력, 자기들의 감각을 믿는 배짱, 뭐 하여간 그런 대단한 것들을 보고 온 조용하면서도 요란한 한시간이었고, 

밖에 나오니 뭐든 새롭게 보고 싶어지는 후유증과 함께, 상관없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힘이 잠시동안 머물다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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