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나의 눈이 머리 꼭대기에 자라났다면
나의 시야를 가로막는 사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시야가 자주 닿게된 익숙한 방향에 사물들을 세워놓는다. 따라서 우리의 시야는 늘 막혀있고 불투명하고 온 갓 사물들의 연출로 뒤덮인다.
만일 나의눈이 머리 꼭대기에 자라났다면 나는 늘 고개를 꺾어 주변을 살펴봐야 할 것이며 내가 일반 상태에 있을 때 시야가 가리키는 하늘 위를 맘편히 주시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여전히 직립 동물이다. 따라서 나의 발은 여전히 땅에 붙어 있다.
땅에 붙어 있지만 눈은 머리 꼭대기에 자라났으니
앞을 보면 주변 사물들과 부딪히고
목을 꺾어 온통 사방에만 신경을 쓰면
나의 시야 속 우주의 자리가 빼앗긴다.
그럼으로 중력은 몸의 감옥이되고
몸은 눈의 감옥이 된다.
만일 사물들이 상공을 향하는 나의 시선을 따라와 하늘마저 점령해 버린다면
그 다음이 안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