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리에 온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전에는 막연히 생각했었다. 언젠가 회사를 그만두면 드립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워 혼자만의 여유를 음미하고, 이쁜 라떼 아트도 띄우고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다 별거 아니다. 내일 오전엔 바리스타한테 그동안의 학비도 결산하고 작은 선물과 함께 굿바이 해야지.
바리스타는 따리에 오기 전엔 모 대도시의 외국계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한다. 적성에 맞지 않아 몇 해 전에 회사를 사직하고 따리에 놀러 왔다가, 여기의 슬러우 라이프에 반해 여기에 정착했다고 한다.
따리의 각종 커피숍과 게스트하우스에서 눈에 띄는 디지털 노마드랑 정년퇴직한 노인들은 모두 여유있고 활력이 넘친다. 지금의 나와 그들은 무엇이 다를까? 어째서 나는 벌써부터 무료함을 느끼게 되는걸까? 날마다 반복되는 패턴 때문일까, 아니면 친한 친구가 곁에 없어서일까? 아니면?
일주일쯤 여기에 더 머물면서 생각을 정리해야겠다.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천천히.
내일은 그동안 깜빡했던 수필집 재판과 재입고 사인 건에 관해 전화해 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