离职日记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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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머무르며 지냈던 한가로움은 첫 몇일은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그네를 탈 때의 스윙처럼, 다리를 힘껏 뒤로 굽힐 수록 하늘과 가까워지는 그 느낌처럼 후련하면서 오래된 체증이 빠지는 것 같았다. 익숙해져버린 이곳의 날씨, 마냥 행복해보이는 이곳의 사람들, 그리고 계산이 없이 순수한 인간관계가 만들어지는 이곳에 점차 스며들었다.

바리스타가 했던 그 말을 곱씹어보며 나는 남은 일정을 체크했다. 그리고 한량같은 하루를 보내고 우연히 지나가면서 언제 한 번 가봐야지 하고 찍어둔 재즈 뮤직 바에 들렀다. 보아하니 홀로 칵테일로 목을 적시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다들 따리에서 친구가 되었는지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여러명의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러 온건지 테이블마다 떠들법석이었다. 따라 부르기는 힘들어도 익숙한 노래가 들려오는 무대를 감상하며 나는 리듬에 맞춰 몸을 조금씩 흐느적댔다.

이때 어느 한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일어서더니 손인사를 하고 나를 향해 걸어온다. “지금은 다 좋아보여요.”의 주인공이다. 바리스타는 내 옆자리에 와 앉더니 여기에 올거면 왜 말하지 않았냐고 한다. 지인이 운영하는거라 할인도 있다고 하면서. 나는 몇일 뒤면 B도시로 돌아가야 한다고 고백했다. 컴백해야 한다는게 그닥 기분이 좋은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이대로 계속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걸 즐길 수는 없었다.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어떠한 프로젝트의 데드라인에 시달려야 하는 골치덩어리가 없어 이 시각의 느림이 소중하지만 내 머릿속의 컴백알람은 아주 단호했다. 우리는 커피콩, 커피를 제조하는 이야기가 아닌 좀 더 사적이고 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혹은 가치관이 드러나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말이다.

재즈바는 밤 12시부터 상주하는 가수가 아니어도 자발적으로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바리스타가 무대로 나선다. 동질감을 유발하는 저 눈빛은 그윽하면서도 꺼낼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사람처럼 애처롭게 보였다. 난감하지만 현장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몰아져간다. 노래를 조금만 더 길게 불렀더라면 커플 매칭 프로그램 뺨 칠 정도다.

노래를 마치고 내 옆자리에 돌아온 바리스타는 근처에서 모닥불 파티가 있다고 함께 하겠냐고 물어본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내 몸은 따라나서고 있었다. 모닥불 파티에는 현지의 소수민족과 이곳에 여행하러 온 본국의 관광객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전통복장을 한 파티의 리더가 간단한 전통 춤을 시범하고 모두가 하나가 된 듯 함께 따라 춤을 췄다.

깊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생소한 얼굴들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여기는 내가 숙박한 곳도 아니고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었다. 기억을 되새겨본다.

나는 분명히 사직을 하고 따리로 여행을 왔고 가장 많이 접촉했던 사람은 바리스타이고 그 사람에 대해 아는 정보는 여기 따리에서 머무른지 일년이 넘는 것. 그리고 그는 현재 다시 대도시로 돌아갈지 아니면 계속 여기에 머무를 것인지 다른 곳으로 갈 것인지 고민중이라 했다. 사실 바리스타는 전에 B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고 졸업하고 직장까지 다닌 나랑 비슷한 행적을 갖고 있는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B도시에 대한 다양한 기억을 여전히 갖고 있고 제2의 고향처럼 돌아간다면 거기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어제까지 우리는 모닥불 파티에서 춤을 췄으나……
나를 마주한 냉철한 표정의 얼굴들에 여기가 어디이고 어떻게 내가 여기에 왔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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