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离职日记 – 01
  2. 离职日记 – 02
  3. 离职日记 – 03

간단한 짐을 싸가지고 떠나온 곳은 운남 따리이다. 전부터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영상에서 봤던 그곳만의 슬로우 라이프스타일과 사람을 힐링하게 만드는 자연풍경에 무척 마음이 동했던 터였다.

사진 한 장면에 담겨진 诗和远方이 찰라일 것이라는 것도, 그것도 어쩌면 설정에 불과할 거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찰라일지라도 나는 그 느낌을 흉내내보고 싶다. 17년 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민박에 짐을 풀고 다급히 밖을 나왔다. 다급할 필요가 전혀 없는 곳에 힐링하러 왔다면서도 나는 총총거리는 습관을 아직 떨쳐내지 못했다.

그래, 이 근처에 왕훙들이 줄을 선다는 커피숍이 있다지? 오늘 기필코 그곳에 가서 커피를 마실 것이다.

이제 자유다! 아무도 내 자유를 간섭할 수 없다. 나는 선언하듯 일부러 소리내 말해보았다.

그렇게 되뇌이며 왕훙들 틈에 앉아 아아 한모금 넘겼는데 휴대폰이 부르르 진동을 한다. 두달 전 나갔던 책의 저자이다.
무슨 일로 전화한 거지? 책에서 오류가 발견되었을까? 그럴 리가 없는데…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전화를 받았다.
—거, 리 선생이요? 저저번 달 출판되었던 내 수필집을 재판하려고 하오. 되겠지? 여기 독자들이 서로 막 사겠다고 아우성이요. 그럼 더 찍는 거로 알고 있겠소. 이만…
뚜뚜뚜…
대체 그 아우성치는 독자들은 어디에 사는 건지 되묻고 싶다. 대개 작가들이란, 특히나 문학 창작을 하는 작가들이란 자신들의 세계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어째 내 일은 끝날 때까지도 끝난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어제 사직을 했고 이제 직장이랑 아무 상관이 없는 사이가 되었음에도 왜 내 직장일은 끝이 안 나는 것인가!

출판사 출판부에 전화를 걸어 책 재판 건에 대해 말했다. 전화를 놓으려는데 출판부 주임이 다급하게 나를 부른다. 지난해 출판된 책이 재입고되었는데 책임편집인 내 사인이 필요하단다. 난 이미 사직했다고!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삼키고 이제 북경에 돌아가면 처리하겠다고 했다.

아아의 얼음이 다 녹아있다. 아아는 이제 커피가 아니라 멀뚱한, 커피잔 씻은 물 같이 되어버렸다.

에익!

커피잔을 놓고 둘러보니 어머, 주변에 잘생긴 남자며 예쁜 여자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고개 들어 카운터 쪽을 보았다. 와우~ 커피 내리는 남자 개멋있는데. 눈이 마주치니 싱긋 웃는다. 그냥 어리고 잘생긴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성숙함과 지적인 분위기가 주변을 압도하는 그런 매력남이다.

무심하게 커피기계 다루는 길고 섬세한 손가락과, 그 와중에 성난 전완근…

그냥 여기 살가보다. 아 맞다, 이 근처 어느 커피숍에 취직하면 어떨까? 그거 괜찮겠는데? 사직하고나서도 저자에게, 그리고 직장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상당히 매력적이다.

멀건 아아를 원샷하고 바닥에 남은 얼음을 와작와작 씹고 결심한 듯 일어나 카운터로 다가갔다.
-여기 커피 예술인데요.
남자가 고개 들어 나를 본다.
-와우, 그래요? 맛있다니 너무 기분이 좋군요.
-여기서 커피 내리는 거 배워볼까 싶은데 될까요?
-언제든 환영해요. 내일부터 시작해도 돼요.
그 남자가 귀밑 머리를 뒤로 넘기며 웃는다.
오호 재미있겠는데? 내 인생에 이런 장르가 펼쳐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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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 (人)

나 자신조차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하나의 영혼. 나무 사이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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