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离职日记 01 – 그래도 안녕
  2. 离职日记 02 – 따리행
  3. 离职日记 03 – 창산, 사촌오빠의 전화
  4. 离职日记 04 – 보름이 지났다
  5. 离职日记 05 – 지금은 다 좋아 보여요
  6. 离职日记 06 – 재즈바, 모닥불 파티
  7. 离职日记 07 – 강호에서 다시 만나요
  8. 离职日记 08 – 离职 TODO List
  9. 离职日记 09 – 빈 커서
  10. 离职日记 10 – 강호의 현재
  11. 离职日记 11 – 따리의 풍경
  12. 离职日记 12 – 뭍으로
  13. 离职日记 13 – 아줌마 정신차려, 낭만은 허락해야지
  14. 离职日记 14 – 번외: 남자 이야기
  15. 离职日记 15 – 잊지 못했던 건 그녀가 아니었다
  16. 离职日记 16 – 서울 그랜드하얏트
  17. 离职日记 17 – 묻지 않는 사람의 끼니
  18. 离职日记 18 – 환경부터 바꿔보자
  19. 离职日记 19 – 사이에출판
  20. 离职日记 20 – 오호라
  21. 离职日记 21 – 번외: 우리가 만났던 방
  22. 离职日记 22 – 빈집들, 아니 새 집을
  23. 离职日记 23 (마지막 편) – 지금도 다 좋아 보여요

“지금은 다 좋아보여요”

커피 머신이 증기를 뿜어내던 순간, 그 말은 다른 소리들 사이에 섞여 흘러갔다. 금속이 울리는 소리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 물이 끓는 소리 사이에서 그 문장은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크게 들리지도, 강조되지도 않은 채로.
그리고 그것이 나를 향한 말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하루 안에서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문장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 며칠 동안의 일들을 따로 나누어 떠올릴 수 없다. 출판사에서 걸려온 전화, 오빠에게서 온 연락, 따리에서 길게 늘어지던 대낮의 시간들, 카페에서 반복되던 손의 움직임들. 처음에는 각각의 장면이었던 것들이 시간이 좀 흐른 뒤에 그것들은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겹쳐졌다. 무엇이 먼저였고 무엇이 나중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순서는 사라지고, 대신 한 덩어리의 흐름만이 남은 채로 말이다.
이미 끝났다고 여겼던 것들도 마찬가지다. 사직, 이동, 멀어진 관계… 그것들은 끝난 일들처럼 보였지만, 다시 떠올려보면 어느 하나도 정확히 ‘끝난 것’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다. 지나갔다고 믿었던 과거들은 지나간 자리에 머물러 있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현재와 섞여 구분되지 않는 상태로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다른 것들이 서로를 덮어쓸 즈음에도 그 문장은 흐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건들 사이에 정확히 맞물리지 않는 한 조각처럼 남아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놓여야 할 자리에 완전히 닿지 못한 상태.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고 미세하게 튀어나와 있는 문장.
나는 그 말이 왜 남아 있는지 생각해보려 한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뜻인지, 아니면 애초에 아무것도 아니라는라는 뜻인지. 그러나 그 어느 쪽으로도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붙잡으려고 애 쓸수록 의미는 흩어지고, 말이 머물던 순간만 또렷해진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을 하나의 예외로 둘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손, 그의 말투, 그가 커피를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그것들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도, 더 이상 그 안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 말은 나를 갑자기 밀어낸 것도, 끊어낸 것도 아니다. 아주 조금,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정확하게, 나를 바깥으로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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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 (人)

나 자신조차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하나의 영혼. 나무 사이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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