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离职日记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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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 좋아보여요”

커피 머신이 증기를 뿜어내던 순간, 그 말은 다른 소리들 사이에 섞여 흘러갔다. 금속이 울리는 소리와 잔이 부딪히는 소리, 물이 끓는 소리 사이에서 그 문장은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크게 들리지도, 강조되지도 않은 채로.
그리고 그것이 나를 향한 말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하루 안에서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문장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이 며칠 동안의 일들을 따로 나누어 떠올릴 수 없다. 출판사에서 걸려온 전화, 오빠에게서 온 연락, 따리에서 길게 늘어지던 대낮의 시간들, 카페에서 반복되던 손의 움직임들. 처음에는 각각의 장면이었던 것들이 시간이 좀 흐른 뒤에 그것들은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겹쳐졌다. 무엇이 먼저였고 무엇이 나중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순서는 사라지고, 대신 한 덩어리의 흐름만이 남은 채로 말이다.
이미 끝났다고 여겼던 것들도 마찬가지다. 사직, 이동, 멀어진 관계… 그것들은 끝난 일들처럼 보였지만, 다시 떠올려보면 어느 하나도 정확히 ‘끝난 것’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다. 지나갔다고 믿었던 과거들은 지나간 자리에 머물러 있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현재와 섞여 구분되지 않는 상태로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다른 것들이 서로를 덮어쓸 즈음에도 그 문장은 흐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사건들 사이에 정확히 맞물리지 않는 한 조각처럼 남아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놓여야 할 자리에 완전히 닿지 못한 상태.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고 미세하게 튀어나와 있는 문장.
나는 그 말이 왜 남아 있는지 생각해보려 한다. 지금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뜻인지, 아니면 애초에 아무것도 아니라는라는 뜻인지. 그러나 그 어느 쪽으로도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붙잡으려고 애 쓸수록 의미는 흩어지고, 말이 머물던 순간만 또렷해진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을 하나의 예외로 둘 수 없게 되었다. 그의 손, 그의 말투, 그가 커피를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그것들이 나를 향하고 있다는 느낌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서도, 더 이상 그 안에 들어가 있지 않은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그 말은 나를 갑자기 밀어낸 것도, 끊어낸 것도 아니다. 아주 조금,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정확하게, 나를 바깥으로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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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 (人)

나 자신조차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하나의 영혼. 나무 사이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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