离职日记 – 10


  1. 离职日记 – 01
  2. 离职日记 – 02
  3. 离职日记 – 03
  4. 离职日记 – 04
  5. 离职日记 – 05
  6. 离职日记 – 06
  7. 离职日记 – 07
  8. 离职日记 – 08
  9. 离职日记 – 09
  10. 离职日记 – 10

상상, 허나 집요한 천성은 자꾸 상상을 회상으로 돌려놓는다. 모닥불저녁이 떠오른다. 아무리 필름이 끊겨도 단서가 있어야 하는데. 바리스타와는 이판사판이라고 해도 강호에 오점을 남겨서야 되겠는가. 아, 술을 끊든지 해야지. 십년 출판인의 마무리 장면이 음주가무의 끝에 바리스타 품에서 쓰러지고 병원에 버려지는거라니, 이런건 남 이야기라야 재밌다.

우리의 이상을 위하여, 라고 사회자는 잔을 들었지. 그러나 먼저 내옆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라고 덧붙였고. 미래와 현재, 이상과 현실에 대해 정리되지 않은 것 같은 멘트들이 뒤따랐다. 쾌락을 격려당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상투적인 말들. 기약없는 미래를 순리에 맡긴다고 포장하고 싶은 마음들. 히피흉내를 내고 싶은건가, 나는 생각했다. 그때였던 것 같다. 떠드는 사람들의 왁자한 음성을 누르고 내게 무언가를 말하려고 조금 더 가까이 앉았던 그의, 커피내리는 남자의 안경에 순식간에 서린 엷은 안개 그리고 짧고도 길었던 우리 사이의 5초의 침묵. 하필 그때 다시 내 머리를 스쳐간 그가 했던 말 “지금은 다 좋아보여요“. 나는 그를 일별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을 내딛기도 전에 익숙한 바람이 불어왔고, 기억은 거기까지다. 자존심을 만회할만한 지점까지.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애썼던 내 일상에 이 정도의 기억이면 된다. 강호에서 만나자던 빈말도 취소한다. 내일 나의 사랑하는 빌딩숲으로 돌아간다. Todo리스트 4를 향해. 그것이 무엇이든, 그건 따리에 없다.

이 글을 공유하기: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