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에는 눈이 달리지 않았다. 

공을 칠 때 뒤에 사람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비명과 욕설이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험상궂은 할아버지가 보였다.

다짜고짜 욕설부터?

거기에 다짜고짜 화가 치밀었다. 

– 나는 여기 금 안에서 공을 치고 있었다. 뒤통수엔 눈이 달리지 않았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더 크게 화를 내는게 아닌가.

– 미안합니다. 

(빨리 가주세요)

그런데 더 다가서면서 갈념을 안하신다.

– 미안합니다.

(꺼지세요)

—

사과부터 했다면 할아버지가 조금 더 빨리 움직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긁혔을가.

시간을 아끼는 쉬운 방법으로 사과부터 했더면 좋았을텐데.

나는 옳고그름이 더 중요했던걸가.

욕설에 화가 나서 대응 아니라 반응부터 했던걸가.

목소리를 들어보니 별로 다치지 않은 것 같아서 시름놓고 대꾸부터 했던걸가.

피곤했던걸가.

—

자주 긁히는 편이다.

어린이랑 함께 공 치러 올때는 응원단처럼 응원하다가 혼자 오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드라마 짤을 며칠씩이나 보면서 어디서 보던 배우인데 하다가 자막이 나와서야 아, 진구였구나, 아, 학씨였구나, 아, 손나은이였구나 할 정도로; 아침에 받은 중요한 지시를 오후에 깜빡할 정도로 기억을 잘 못하는데, 같은 이에게 같은 방법으로 여러번 긁히다보면 점점 더 쉽게 긁히더라. 

그러다 다른 이에게도 쉽게 긁힌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긁는 사람과 다를바 없다.

썩은 귤 가까이에 있는 귤은 쉽게 썩는다. 

누가 좋으라고.

—

할아버지가 심장이 안좋다면, 일부러 쓰러지기라도 했다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정정하셔서 욕설부터 퍼부어서 다행이야.

“좋은 일로 만들거야”

— 

직장에서 긁는 이들도 어떤 시각으로 보면 할아버지이다. 

통제욕은 있는데 통제는 안되고, 대접을 받고 싶은데 대접해주는 이는 없고, 노력하기는 벅차고.

남을 긁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상처 받은 이다.

그래, 상처 받은 이한테 내가 사과부터 했어야지. 보듬어줬어야지. 

일을 하기 전에 인간이 됐어야지.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건데, 사람을 살펴야지.

—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걸 잘 못한다.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적어도 반응 말고 대응할 수 있게 심호흡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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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제 쓰레기를 던지는데 뭘 잘못 던졌는지 쓰레기장을 관리하는 할아버지가 큰소리로 막 떠들더라구요. 상해방언도 표준말도 아닌 다른 지방의 방언으로.
    욕하는거 겉은데 알아듣지 못했으니 욕 먹은게 아니라구 자아위안하구 거기를 떠났습니다. 알아못들은게 다행으로 기분 나쁘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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