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형제

숲 속에 사는 달팽이 형제


어느 대도시 외곽에 아늑한 숲이 있었습니다. 숲 속에는 달팽이 형제와 잠자리, 나비, 개구리와 각종 곤충들이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달팽이 형제는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형은 활발하고 호기심 가득한 E형이고, 동생은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운 I형입니다. 동생은 언제나 형의 말을 잘 따랐습니다.

고요해 보이는 숲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미로처럼 길이 얽히고 이름 모를 벌레와 풀들이 가득했거든요. 조금만 방심하면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숲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인공 등산로에 싫증 난 등산 애호가들이 이 숲을 찾아 탐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스치는 바람 소리만 들어도 숲 속 작은 친구들은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사람들 발에 밟히거나 잡혀 애완동물이 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에요. 큰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 오히려 더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는 초가을 아침, 달팽이 형제는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여름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날씨였습니다. 형은 서둘러 집을 나서려 했습니다.

“형, 어디 가? 지금 비가 오잖아.”

“드디어 더위가 가시고 시원해졌잖아. 나가서 놀자!” 형이 말했습니다.

“나가면 안 돼, 형. 이렇게 시원한 날에는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어.”

“비가 오는데 누가 등산해. 걱정 말고 나 따라와.” 형은 뒤돌아 동생을 보며 말했습니다.

“형, 보슬비가 곧 그치고 해가 뜰 것 같아. 오늘은 집에 있자, 응?”

“난 꼭 나갈 거야. 그럼 넌 집에 있어.” 형은 툴툴거리며 집을 나섰습니다.

달팽이 형은 집을 나와 반나절 만에 익숙한 숲 속 작은 오솔길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에 엄마 아빠와 함께 왔던 길이었어요. 공기는 맑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도 귀를 간지럽혔습니다. 소풍이 이렇게 즐거운 거구나, 하고 형은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길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예쁜 가로등이 걸려 있고, 작은 자갈이 깔린 길은 빗물에 미끈거렸습니다. 이 모습이 오히려 잠자고 있던 형의 도전심을 깨웠습니다.

하나, 둘, 셋…… 서른…… 형은 자갈을 쉰 개까지 지나가 보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다섯 개만 더 남았다고 스스로 응원하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리고 기쁨에 찬 아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습니다.

“아빠, 대박! 커다란 달팽이 잡았어. 우리 집에 데려가서 키우자.”

“아들, 달팽이는 자연에서 사는 생명이야. 얘도 우리처럼 가족이 있고,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을 거야. 우리 얘를 여기에 그대로 두고, 가끔 보러 오면 어때?”

“응, 알았어, 아빠. 달팽아, 안녕. 다음에 또 봐.”

남자아이는 달팽이 형이 들어 있던 비닐 주머니를 열고, 달팽이 형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았습니다.

팔딱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집에서 걱정하며 자신을 기다릴 동생을 생각하며 달팽이 형은 집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