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뒤로 보내는 소포

"형, 그때 진짜 가기 싫었는데 갔어."


[힐링 타이거]

앨범을 뒤지다가 스물아홉의 나를 봤어. 사진속 그 사람은 지금의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야. 그런데 이상하지. 모르면서도 꽤 열심히 살고 있더라고. 뭐가 될지도 모르면서 매일 뭔가를 하고 있었어.

그래서 지금의 내가 여기까지 왔나 봐. 크게 성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완만한 오르막 위에 있고, 아직 달리는 중이고.

생각해 보면 스물아홉은 나한테 선물을 보낸거야. 본인은 보내는 줄도 몰랐겠지만.

그럼 나는 뭘 보낼 수 있을까. 마흔아홉의 나한테.

돈도 좋고 집도 좋고 통장 잔고도 좋겠지만, 아마 그 사람이 제일 고마워할건 그런게 아닐것 같아. 그때쯤이면 알게 되겠지. 다른건 나중에도 만들수 있는데 몸만은 소급이 안된다는 걸. 마흔에 만든 근육은 마흔아홉에 쓸수 있지만, 마흔아홉에 와서 마흔을 다시 살 수는 없다는 걸.

그러니까 오늘 운동한 한시간은 내 시간이 아니야.

마흔아홉의 나한테 부치는 거야.

주소는 아는데 받는 사람 얼굴은 모르는,

아주 느린 소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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