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입구에 있는 콜럼부스 광장]
콜럼부스는 여기도 있고 공원 안에도 있고 보스톤에서도 봤다. 건국 신화가 없는 미국에서 콜럼부스는 단군할아버지쯤 된다고 한다.
[휘트니미술관에서]
10대로 보이는 학생들이 인솔교사와 함께 바닥에 둘러앉아 바넷 뉴만에 대해 토론하는 걸 보고 나는 위축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원작을 零距离로 마주하고 있는 이 후덜덜한 수업… …
나는 그들의 수업을 청강하고 싶었다. 그런다고 해서 누가 뭐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솔교사가 만일의 하나 나에게 질문을 던졌을 경우, 나의 형편없는 영어로는 도저히 사태를 수습할것 같지 못해서 멀찌감치 서있기로 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영어를 잘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분명 내가 궁금해 하는 모든 정보가 내 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 궁금증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대폰을 꺼내서 사전을 찾고 번역을 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반쯤 하다보면 마음이 급해나고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좌절하고 만다. 결국은 도록이나 해설집을 챙겨 오는 것으로 위안을 하지만 그것들은 방치 중이다.
[가난한 자들의 묘비라고 하든데]
동네인근, 촘촘히 붙어있는 묘비들, 비좁은 묘역때문에 관을 눕히지 못하고 세워서 매장한거라고 들은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프릭컬렉션에서]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지만 나는 줄을 서기로 했다. 줄이 이토록 긴 건 무료관람 날이기때문이다. 이 곳은 과거 내노라는 대부르주아의 저택이었다. 그가 죽은 후 가옥을 뉴욕정부에서 사들여 그의 소장품들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회화작품은 와토, 벨라스케스, 할스 등 로코코에서 신고전주의까지의 왕족취향이 주를 이루고 있었던것 같다. 홀에서는 현악 소타나가 연주되고 있었고 와인, 샴페인도 제공되어 있어 정말로 과거 부르주아 살롱문화의 재현이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와인 한잔을 받아 들고 돌아다녀볼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원조토박이들의 눈에는 나의 모습이 천박해보일까봐 안하기로 했다.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참 소심한 사람인 것 같다. 기념품코너에 들어가서 화집 한권을 샀다. 그리고 늦은밤이 되어서야 귀로에 올랐다.
[소호-첼시지역의 공기]
지역마다 공기의 냄새가 다르듯이 공기의 색갈도 다르다. 7,80년대 미국 칼라사진을 보면 하나 같이 사진들이 특유의 노란빛이 돈다. 그게 공기의 색갈 차이인줄 이제 알겠다. 그러니깐 공기는 투명한게 아니였다.
[맨하탄의 노른자 5번가 일대]
맨하탄을 어슬렁거리다보면 자꾸만 만나게 되고 항상 가시권 안에 들어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이다. 대표적인 아르데코풍의 건축이다.
1920년대 대공황때 완공되어 쌍둥이빌딩이 생기기전까지는 세계 지존의 높이를 가진 건축이었다. 대전때 폭격기가 70층을 들이박고 추락했으나 건물은 멀쩡했다는 엠파이어 스테이트다. 저 우뚝 솟은 남근성은 미국 패권자본의 힘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엠파이어 건물이 있는 5번가 일대는 아침저녁때면 출퇴근하는 현지뉴욕커와 관광객들로 복새통을 이루는데 내눈에는 처음에는 죄다 비슷한 코쟁이로만 보였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서 나는 관광객과 현지인을 금새 분간할 수 있을것 같았다. 첫번째는, 뉴요커는 걸음걸이가 빠르고 경쾌하다. 두번째는, 뉴요커는 동공이 흔들리지 않는다. 시선은 전방을 향하고 거의 힐끔거리지 않는다. 바빠서인 것 같다. 셋째, 횡단보도에서 짧은 신호등은 가볍게 무시하고 건너간다. 넷째, 많은 젊은 여자들은 출퇴근 시간에 종이봉투를 들고간다. 아마 점심도시락통과 직장에서 신을 구두로 추정되는데 아마 맞을 것 같다.
[동네의 푸른하늘]
마그리트는 같은 공간 속에 함께 있을 수 없는 사물들을 하나의 화폭 속에 병치시키는게 특기다. 그걸두고, '낯설게 하기'다, '이율배반이다', '패러독스다', '맥락섞기다'뭐 여러가지 이름으로 부르지만, 나는 그 사물들의 만남이 부조리하다거나 엉뚱하다고 생각해본적이 없다. 오히려 그것들은 서로 대단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다. 왜냐하면 마그리트는 대부분의 그림에 항상 저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려넣기 때문이다.
[백베이역으로 가는 길]
부드럽게 내리는 밤비, 우산을 꺼낼지 말지 망설이게 되는 시간,
그리고 이별이나 고백을 결심하기에 좋은 시간;
뉴욕에서 가장 자주 찾는 파크중 하나인 샌트럴파크로부터 시작해서 참 사랑하는 휘트니 미술관….그보다 더 중요한 건 원작을 바로 눈앞에서 보며 생각하고 느끼는 나보다 어린 애들을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는 점, 영어의 중요성과 그걸 잘해내고 싶은 갈망, 소호첼시지역을 지날때마다 느끼는 공기의 차별성, 맨하탄 5가에 갈때마다 딱 저 즈음 위치에서 엠파이어 호텔을 한번 바라보기, 그리고 보슬보슬 비내리는 맨하탄을 걷노라면 가성이 마음을 적시는거까지 …. 읽는내내 내가 이 드라마의 이 글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문득 봤다가 대뜸 사랑하게 된 뉴욕 사랑 뉴욕 추억 뉴욕 느낌, 잘 읽었습니다~
쌩유베리감사합니다.
사진일기에는 항상 명언이 존재합니다. ㅋㅋㅋㅋ
이번엔
“부드럽게 내리는 밤비, 우산을 꺼낼지 말지 망설이게 되는 시간,
그리고 이별이나 고백을 결심하기에 좋은 시간”
에 많은 생각과 상상까지 해보고 갑니다. 우산을 꺼낼지 말지 망설이게….. 이별이나 고백을 결심하기 좋은…
오호, 명언이라~ 이거 몸둘바를…(긁적긁적)
“이별이나 고백을 결심하기에 좋은 시간” 좋네요. 아침 댓바람부터가 아닌, 저녁 늦게가 아닌, 이 시간에 이별을 고한다면, 그나마 배려가 있는 사람일겁니다.
잘읽었습니다.뉴욕에서 있었던 추억들을 되새김하면서~~
“부드럽게 내리는 밤비, 우산을 꺼낼지 말지 망설이게 되는 시간, 그리고 이별이나 고백을 결심하기에 좋은 시간” 이말 참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