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취미가 생기고 나서,
혼(자)맥(주)하며 영화보는 취향이 사라졌다.
대신 폰에는 우유사진이 한가득 채워졌다.
암막 커튼을 잡는다.
영화를 고른다.
냉장고 문을 연다.
몸에 밴 익숙함으로 순간이동을 해서 삽시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모니터 앞에 착석한다.
완벽한 몰입을 위한 마지막 미션만 남아있다.
바삭바삭한 꼬깔콘을,
신중함을 발휘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손가락에 끼우고 왼손을 대기시킨다.
450ml의 하얀 우유를,
조심성을 발휘하여 흔들림 없이 투명한 유리컵에 담고 오른손 가까이에 놓아둔다.
그리고,
하얗게 혼탁한 우유를 딱 한장만 찍어 인증샷을 남긴다.
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폰에 가둬둔다.
거창한, 거추장스러운 의식을 치르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영화를 감상한다.
혼자서 낄낄대고, 혼자서 훌쩍이고, 혼자말도 지껄인다.
관찰 카메라라도 사방에 달린듯 과몰입을 한다.
누가봐도 이상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른다.
이런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이상하지만 슬며시 사랑스러울 때가 많다.
사랑스러워까지 하며 또 괜히 행복해지기도 하니 더 이상하고 알 수 없다.
혼자 있을 때 스멀스멀 나타나는 이상한 증상을 나는 자기애라 여기기로 했다.
(혼자 있을 때만 뿜어져나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두눈은 모니터를 응시한 채,
영화에 빠진 듯 자기애에 취한 듯,
흡족함 한모금 홀짝이고 우유도 한모금 홀짝인다.
입으로 꼬깔콘 한 입, 우유 한 입씩 불규칙적으로 가져가다보면
어느새 영화도 엔딩을 향해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눈물이 마를 즈음에야 나는 깨달았다.
영화를 보며 마시는 우유의 의미도,
우유를 찍는 관성에 의한 나의 행동도,
나다운 이상한 자기애도,
어쩌면 이해하기엔 감당하기 어려운 벅찬 시도임.
썸네일 BY 펠트보이
https://grafolio.naver.com/works/106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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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어쩌다가 영화에 우유를 접하게 됐습니까? 재밌는 조합이군요.
재밌는 질문을 주셨네요 ㅎㅎㅎㅎ 우유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다보니, 영화볼 때 물보다는 맛있어서 우유를 마십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