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묘가 우리 집 앞에 나타난 건 2026년 1월 30일이었다.

캐나다의 추운 겨울 아침, 창문으로 내다보니 웬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보기에는 너무 마르지도 않았고, 깨끗해 보여서 주인이 있는 고양이인 줄로 알고,

Neighbourhood Community에 글을 올렸다.

동물 사랑이 넘치는 캐나다 시민들은 내가 올린 글을 보자마자 난리가 났다. 이 추운 날 얼른 집안에 들여놓아야 한다고, 아니면 얼어 죽는다고. 지금 당장 Humane Society에 전화해서 고양이를 구원해야 한다고.

아이들과 상의를 했다. Humane Society 동물 보호와 복지센터에 전화해서 microchip이 있는지 검사하고, 칩이 있으면 아마도 주인을 찾을 수 있고, 없으면 길고양일 거라고.

아이들이 그러면 복지센터에서 고양이를 가져간다고 하면서 기어이 전화를 하지 못하게 말린다.

그러면서 며칠 동안 계속 우리 집에 오면 길냥이 분명하니 집안에 들여서 키우자고.

이제껏 엄마가 동물들을 무서워해서 우리 삶에는 pet이라곤 있어 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집 앞까지 찾아왔는데 키우면 안 되냐고.  애들한테 미안하기도 해서 그러면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고양이를 집안으로 이끄는데 온갖 노력을 다했다.

처음에는 집에 있는 각종 햄이나 고기들로 유인을 하고, 더는 줄 것이 없으니 고양이 먹이까지 사서.

집에 키우는 고양이도 없는데 늘 고양이 먹이를 사러 가야 했다. 캔으로 된 고양이 통조림까지 사면서.

캐나다의 추운 겨울밤에도 우리 아이들은 고양이를 집안으로 들이겠다고 갖은 애를 다 썼다.

문을 열어 놓고, 고양이 먹이를 줄줄이 집안까지 뿌려놓고 하면서…

근데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고양이는 전혀 집안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뿐더러, 사람이 다가가기만 하면 바로 아주 잽싸게 도망갔다.

ChatGpt에 물어봤다. 고양이가 전혀 喵喵소리를 내지 않고, 사람이 다가가면 바로 도망치고, 집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더니, 길고양이가 분명하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은 소리를 내면 위험하기 때문에 喵喵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아주 무서워하는 걸로 봐서는 집안에서 자라 본 적도 없는 길냥이라고.

애들한테 Stray Cat이 맞는 것 같은데, Animal Rescue에 전화해서 구원해 달라고 요청하자고, 아니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 기어기 안 된다고, 그러면 잡아간다고, 그러면 자기들은 길고양이마저 없어진다고. 

특히 딸은 아주 열심히 고양이 밥을 삼시 세끼 챙겨 줬다.

낮에 보이지 않으면 정말 얼어죽은거 아닌가 싶다가고, 저녁 7시쯤, 우리가 저녁 먹는 시간만 되면, 무조건 집 문앞에서 먹이 주기를 기다린다.

밥을 먹다가 문을 열면 고양이가 있다. 딸한테 큰 기쁨이 되었다. 그러면 신나게 캔으로 된 고양이 통조림 등으로 맛있게 준비해서 갖다 바쳤다. 다 먹고 나면 고양이는 우리 집 계단 밑으로 늘 들어갔다.

그곳은 길고양이의 안식처였고 따뜻한 집이었다.

우린 고양이한테 묘묘라는 이름을 지었다. 집 문 앞에 늘 고양이 밥그릇이 있었기에, 택배나 다른 집 사람들은 우리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 줄로 알고 있었다. 아들 친구가 놀러 왔는데, 집 문앞 고양이를 보여주면서, 얘 이름이 묘묘라고. 그러니 아들 친구가 자기가 어릴 적에 키우던 고양이 이름이 묘묘라고 한다. 어쩜 이런 우연이.

그렇게 몇 달을 키웠고, 고양이 먹이도 많이 사들였다. 

겨울은 물러가고 날씨는 점점 따뜻해졌다.

그래서 이젠 밖에서 사는 데 지장이 없는 듯하니 고양이 밥만 열심히 딸이 챙겨 줬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가 喵喵喵한다. 웬일인가 싶어서 딸이 창문으로 내다보더니 기겁을 한다.

웬 큰 검은 고양이가 같이 있다. 무서운 검은 고양이 한 마리.

둘이 싸울까 봐 걱정을 했는데, 전혀 아니다. 우리 집 계단 밑에 사는 고양이가 얘를 좋아하는 듯하다.

이 검은 고양이는 사람이 다가가도 피하지 않는다. 엄청 무섭다.

집 앞으로 나갈 때도 나는 무서워서 피해서 garage door로 나갔다.

고양이 밥도 주지 못했다. 얘도 같이 와서 먹을까 봐.

소리를 내지 않던 고양이가 喵喵喵 하고, 큰 고양이 한 마리까지 같이 다니지, AI에게 물어봤더니,  잘 지켜보라고, 임신했을 거라고 한다. 그렇게 며칠 검은 고양이가 우리 집 앞에 진을 치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다신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묘묘도 배가 불러진 것 같은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한참을 안 보이다가도 밥 먹을 시간이 되면 와서 먹고는 계단 밑으로 자러 가고, 아주 루틴이 있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임신한 건 아니구나, 그냥 계단 밑에서 편히 살게 했다.

2026년 4월 27일,  택배를 가지려고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묘묘가 이발을 드러내면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래 하면서 옆을 봤는데 깜짝 놀랐다. 새끼가 있다. 진짜 너무 놀라서. 집 문 앞에 고양이랑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새끼 냥이. 너무 놀랐다. 웬일이야! 애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계단 밑에서 새끼를 낳았고, 몇 주 키운 듯하다.

새끼가 걸을 수 있게 되니, 델꼬 나와서 해볕 쬐임을 한다.

小毛球같다. 멀리서 보면 새끼가 보이지도 않는다. 사람이 다가만 가면 새끼를 데리고 계단 밑으로 숨는다.

우리 딸은 어미 고양이가 밥을 잘 먹어야 새끼를 젖을 먹일 수 있다면서 정성을 다하여 고양이 밥을 준비했다.

묘묘는 새끼를 낳고 많이 먹었다. 먹고 나면 새끼한테 젖도 먹이고.

이 모든 일은 다 우리 집 문 앞 계단 근처에서 이루어졌다.

다가가면 계단 밑으로 바로 피하기 때문에, 늘 창문가에 앉아서 얘네들을 지켜봤다.

딸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늘 먼저 고양이 밥을 챙기고, 창문가에 앉아서 엄마와 새끼 냥이를 지켜봤다.

어미고양이는 사람과 눈만 마주치면 새끼를 델꼬 계단 밑으로 숨어버려서 창문으로 지켜 보는것도 숨어서 봐야 했다.

아이들은 새끼고양이한테 嘟嘟라는 이름을 지어 줬다.

嘟嘟는 엄마를 너무너무 좋아했다.

그의 눈에는 온통 엄마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왔다.

嘟嘟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우리 집 앞에 나타났던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었는데 嘟嘟는 흰색에 약간의 회색이 섞여 있다. 아마도 그 검은 고양이가 아빠가 아닐 수도 있다.

嘟嘟는 어미 고양이만 따라 다녔다, 엄마가 나오면 나오고, 계단 밑으로 들어가면 들어가고, 엄마냥이 품에 안겨서 자고, 엄마냥이 앉아 있으면 맨날 다가가서 부비부비 하다가 잠이 들고. 너무 사랑스러웠다.

엄마를 향한 시선이 온통 사랑이었다.

이렇게 작은 새끼 냥이는 처음 본다.

엄마 고양이가 지키고 있으면 새끼한테 전혀 다가갈 수가 없기에 이 모든 걸 집안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딸이 고양이 집을 만들어 줬다. 자기가 안 입는 잠옷바지를 안쪽에 펴고, 장난감까지 놓아 줬다.

어느 날, 어미고양이도 박스 안에 있고, 살펴보니 새끼고양이도 같이 박스 속에 있었다.

너무도 웃긴 광경이었다.

한참 지나서, 엄마냥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끼만 박스 안에 남겨졌다.

아들이 그 박스를 집으로 들고 들어왔다.

난 어미 고양이가 무서워서 당장 새끼를 밖에 내보내라고 했다.

애들은 엄마 고양이가 없을 때 조금이라도 새끼랑 같이 놀고 싶다면서 조금만 델꼬 놀다가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했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서 그러라고 했다.

얼마 안 돼서 아니나 다를까, 어미 고양이가 집 앞에서 어슬렁댄다. 괜히 무섭다.

새끼를 가져간 줄 알면 얼마나 무섭게 변할까.

그래서 어미고양이가 있는 시간에 새끼를 내보내지 못하고,

잠깐 안 보는 순간에 잽싸게 새끼고양이를 원 자리로 돌려놓았다.

집안에 들여 놓았을 때는, 잠만 자고, 무서워서 벌벌벌 떨더니, 엄마 곁에 가니 그냥 좋아서 난리도 아니다.

그래서 이젠 더는 들여오지 못하게 했다. 새끼는 엄마랑 같이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며칠 지났고, 嘟嘟가 혼자 남겨지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그러면 혼자 계단 근처에서 자다가 놀다가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2026년 5월 6일, 그날 아침도 嘟嘟가 혼자 남겨졌다. 전날 저녁에 어디로 나가는 것 같던 어미 고양이가 아침에도 돌아온 것 같지 않았다. 처음으로 새끼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계단 밑에서 들렸다.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서 엄마를 부르는가 보다 하고 아침에 나갔다.

그날은 하루 종일 집에 사람이 없었다.

오후에 딸이랑 돌아왔는데, 嘟嘟가 나무 밑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발로 차면서 뒹굴면서 아주 힘들어하고 있었다. 딸이 왜 저려냐고 죽는 거 아니냐고 한다.  그러다가 조용하길래 자는 것 같기도 하고, Humane Society에 전화를 하면 사람이 바로 달려오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날따라,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딸이 고양이랑 단둘이 남겨졌다. 어미 고양이도 곁에 없었고. 딸은 오빠가 오기를 기다렸고, 내가 밖에 있을 때 아들로부터 급히 전화가 왔다.

엄마 지금 당장 와서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Emergency에 가야 한다고. Humane Society에 아들이 다시 전화를 했는데, Animal Emergency에 직접 데려가야 한다고.

그래서 당장 집에 돌아와서 딸이 만들어 준 고양이 집에 새끼 고양이를 넣고 딸이 그걸 안고 차에 같이 탔다.

가는 길 내내 딸은 小嘟嘟你不要死라고 한다.

퇴근 시간이라 길도 막히고, Emergency가 또 좀 멀었다.

딸이 고양이를 지켜보면서 너무 안타까워한다.

드디어 도착했고, 간호사한테 Stray Cat인데 우리 집 계단 밑에서 낳은 새끼이고, 며칠 잘 크다가 오늘 갑자기 이 상태라고 했다. 간호사가 뛰어와서 박스를 받아서 들어갔다.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한참 지나서, 주소와 상세한 내용을 묻는다.

내가 우리 딸이 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살릴 수 있냐고 물었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한다. 딸이 너무 속상해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딸한테 자세히 설명을 해줬다.

Stray Cat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Cat disease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그게 어미 고양이한테서 온 것일 수도 있고,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고. 아직은 지켜봐야 하니, 최종 결과는 내일 전화해서 알아보라고 한다. 

딸이 너무 슬퍼했다.

그날 집에 들여왔을 때, 데리고 가서 vaccinate  시키고 Humane Society adoption 절차를 받았더라면, 우리가 제대로 키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때는 동물 보호센터에 전화하면 바로 데려가는 줄로 알고 아이들이 고양이를 빼앗길까 봐 전화를 못했고, 길고양이들은 먹이만 주면 잘 크는 줄 알고, 백신 접종을 시킬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진짜, 어미 고양이의 먹이만 잘 챙기면 새끼 고양이가 엄마 젖을 먹고 잘 자랄 줄로 믿고 있었다.

이튿날, 그래도 기적이 발생하길 바랐다. 전화를 했다. 여러 번 했는데 늘 통화 중이어서, voicemail을 남겼더니 오후에 연락이 왔다. 죽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고양이 body를 가져와서 어미한테 보여주면 안 되냐고 한다. 어미한테 새끼가 죽은 걸 알려줘야 하니. 하지만 안 된다고 한다. 죽은 냥이 body는 가져갈 수 없다고.

그렇게 小嘟嘟는 딸이 만들어 준 고양이 집에서 딸의 잠옷을 깔고 그 위에서 마지막 시간을 딸의 무릎에 안겨 하늘나라로 갔다.  비록 우리 집 냥이는 아니었지만, 딸이 너무나 아끼었던 고양이였기에 더 슬프다.

그날 저녁, 어미 고양이가 돌아왔다. 새끼가 없어짐을 발견하고 아주아주 오래 동안 새끼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 뒷모습을 보니 너무 짠하고 가여웠다. 

그 뒤로 어미 냥이는 다시는 우리 집 계단 밑에서 살지 않았다.

먹이는 늘 줬고, 가끔 와서 밥만 먹고 바로 사라졌다.

아마도 새끼와의 추억이 있었던 이 슬픈 보금자리에 다시는 들어오고 싶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먹이를 먹다가도 문만 열리면 쏜살같이 도망치고 하루 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우리가 새끼를 가져갔다고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미 고양이가 오면 딸이 늘 집안에서 말한다. 너의 새끼, 우리가 가져간 거 아니야, 구해 줄려고 했을 뿐이야.

嘟嘟 영정사진이다.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갈 때는 너무 아프게 갔지만.

그동안 우리 아이들한테 기쁨을 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딸이 너무 슬퍼해서 고양이를 키우려고 하니 嘟嘟만 키우고 싶다고, 다른 냥이는 키우고 싶지 않다고 한다.

딸은 아직도 창문 밖을 내다보면 슬퍼한다. 늘 그 자리에 있을 줄로만 알았던 생명체가 없어졌다.

어미 고양이도 이젠 하루에 한 번 정도 와서 먹이만 잠깐 먹고 바로 사라진다.

계단 밑에는 전혀 들어가지도 않는다. 언제 거기에서 새끼를 낳았고, 키웠고, 새끼랑 놀았고, 이 모든 걸 잊으려고 하는 듯하다.  모든 것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오늘도 우리 딸은 嘟嘟를 그리워하며, 어미라도 집 문 앞에 나타나길 바라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딸이 말한다. 嘟嘟特别喜欢妈妈。너도 어릴 때는 엄마밖에 몰랐다고. 妈妈也特别喜欢你,现在也是非常非常爱你。 아이들한테 사랑을 가르치고 사라진 듯하다. 

이 글은 우리 딸이 엄마에게 꼭 글로 남기라고 해서 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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