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잎

유려

    창밖은 온통 회백색이다… 카텐을 여는 순간 정말 내 눈이 멀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창밖의 모든 건물모든 나무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이쯤이 되면 초미세먼지 농도는 400에서 500이 된다이제는 핸드폰의 앱이 알려주는 수치가 아니여도 눈으로 후각으로 그리고 지긋이 아파오는 목구멍 통증으로 그게 어느 정도의 초미세먼지 오염인지를 알고 있다언제부터 내가 사는 이곳은 이 모양이 되였을가머리속에 천식페염페암 등 단어들이 부산하게 떠오르며 가슴쪽에서 은은한 통증이 느껴지는듯 하다… 신경과민일가아님 정말 난 이 공기중에서 병들기 시작한걸가… 알수가 없다

    나는 일찍 죽는것이 두렵다오래오래 살고 싶다애들 걱정은 더 말할것 없다이런 날씨면 나는 무조건 남편한테 메세지로 혹은 전화로 바가지를 긁는다. “ 여보난 북경 떠날거야이 귀신같은 날씨 봐… 어떻게 살어이민을 가든지 고향에 들어가든지… 당신하고 나는 일찍 죽는다 생각해도 우리 애들 생각해봐걔네들 페는 아직 발육도 다 안됐어그 주먹만큼도 안되는 작은 페가 이 공기를 마신다고 생각하면 난 가슴에서 피눈물이 떨어져우리 애들 뭘 잘못했는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당신 고향에 정말 들어간다면 나 당신 함께 들어간다고 그랬잖아가자고… 가면 되잖아! ”

이미 한두번 있은 일이 아닌지라 공기가 안좋은 날에는 남편의 신경도 잔뜩 민감해져있다

    불안한 마음을 가까스로 눅잦히며 그럼 애들을 데리고 고향에 가서 몇달이라고 있다가 돌아올가 하는 생각을 하며 책상앞에 앉았는데 어딘가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분명 무엇인가가 썩은 냄새이다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밖에 공기가 나빠서 환기도 시킬수 없는데 또 뭐가 잘못돼서 이런 냄새가 나는걸가강하지는 않지만 은근하게 불결하게 느껴지는 이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가?  나는 냄새에 아주 민감한 편이다특히 아이의 엄마로 되고 보니 후각 미각 청각이 다 예민해진듯하다자연은 엄마가 아이를 잘 보호하여 키우도록 하기 위해서 아이를 출산하고 나면 이런 예민한 본능을 주었다고 한다정말일가

     나는 먼저 화장실 물이 내려지지 않았는지 확인해보았다화장실은 분명 깨끗하다무언가가 썩어가고 있는것이 분명한데 시각으로는 안보이고 내 예민한 후각이 지금 느끼고 있다구역질이 나고 이 불쾌한 냄새어디가 썩어가는 것일가구석구석 다 청소하고 공기청정기를 돌리고 해도 이 구역질나는 불쾌한 냄새는 가시지 않는다

   반시간동안 헤매인끝에 드디어 이 불쾌한 냄새의 원인을 찾았다생각지도 못한 록라(绿萝)의 줄기가 썩고 있는 냄새였다사실 이 식물을 우리 말로 뭐라고 불러야할지 나는 잘 모른다평소에는 그냥 한어발음 그대로 뤼뤄라고 한다인터넷에 찾아보니 에피프렘넘이라는 이름도 있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부르기 힘든 이름이고 너무나 흔한 이 식물에게는 약간 버거워보이는 이름이기도 하다북경에 공기가 좋지 않아서 실내공기 청정용으로 키우고 있는 이 식물… 15원에서 20원 정도면 잎이 풍성한 이 화분을 살수 있다흙에서도 잘 자라고 물병에 꽂아도 잘 자라는 이 식물은 덩굴도 잘 내려 베란다나 빨래걸이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이 아주 멋진 식물이다요즘은 커피숍이나 회의장소 같은데 가도 이 식물은 곧잘 눈에 보인다실내에 이 식물이 내리 드리워 있으면 어딘가 록음이 무성하고 공기도 좋아지는 느낌이 들고 또 이 식물은 확실이 공기 청정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아이한테서 왜 썩은 냄새가 나고 있는것일가잘 관찰하니 작은 노란 잎 하나가 보였다전반적으로는 다 초록색으로 건강함을 자랑하고 있는데 유독 자그마한 이 잎 하나가 노란색이다잡아당기니 힘없이 물끈거리며 그냥 쑥 빠져온다생명을 잃으면 이렇게 썩기 시작하는구나… 그 썩은 줄기의 냄새를 맡아보니 쿡 하고 코를 진동하는 썩은 냄새바로 그 냄새였다썩은 냄새는 마치 장례식 음악처럼 나한테 이 아이의 죽음을 통보하고 있었던것이다전반적인 초록잎에 둘러쌓여 있을지라도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것은 문제이긴 하지만 이 작은 썩은 나무잎때문에 반나절을 허비하다니나는 귀찮은듯 노란잎을 쓰레통에 버렸다하지만 아직 반질반질한 노란잎은 팽그르르 날려서 쓰레기통 옆에 떨어졌다이 세상에 아직 미련이 남은것일가?  노란잎을 다시 집어들어 찬찬히 보았다

잎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작고 여린 모습이였다이 노란 작은 잎은 언제부터 썩어가기 시작한것일가아마 몇일전일것이다그때 딱 한번 물을 제때에 주지 않은적 있었다이 식물은 참으로 키우기 쉬운 식물이여서 그냥 물통에 물이 있기만 하면 되고 해빛도 필요하지 않고 음달에서도 아주 잘 자란다그래서 몇달에 한번씩 물을 주는 바람에 자칫하다가는 물을 주는것을 잊을수 있었다그때 약간 시들해졌는데 물을 주자 다른 건장한 나무잎은  다시 원기를 회복하여 잘 살아났는데 이 잎은 그만 회복하지 못하고 죽어버린것이다

   천성적으로 연약한 잎이였을가아님 아직 너무 어린 잎이여서 그랬을가아님 약간 안에서 자라면서 다른 잎들에 눌렸던것일가적자생존의 법칙으로 수분이 부족한 환경에서 다른 강한 잎약간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잎들은 살아 났지만 이 약한 잎은 그만 죽어가고 만것이다내게 불쾌한 냄새를 풍기며 죽어가는 이 노오란 나무잎어쩌다 이 나무잎은 제일 연약한 나무잎이 되여 썩어가게 되였을가?  이 작은 나무잎의 죽음은 사실 혐오의 상대가 아니라 연민의 상대인것이 맞는것 같다정말 이 적자생존의 법칙이 대자연의 법칙인걸가만일 이 노란잎처럼 여린 존재가 내 아이라면내 늙어가는 어머니라면아니 이 노란잎의 처지가 내 처지라면… 그 적자생존의 법칙이 그렇게 당당하게 적용이 되는것일가알수가 없다

    목 말랐던 다른 나무잎들은 내가 흠뻑 주는 물을 마시며 다시금 푸르싱싱하게 살아간다이 식물의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강한 나무잎들은 역시 살아남는다… 나는 이 강한 나무잎들을 위해 기뻐해야 하는것일가 아니면 죽어가는 이 단 하나의 노란잎을 위해 기꺼이 슬픔을 선택해야 하는것일가

    북경의 공기는 뿌였다언젠가 맑은 하늘이 올것이다하지만 그 맑은 하늘아래에는 말라 죽어가는 여린 노란잎의 처지가 되여지는 이들이 있을것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된다하지만 그중에 어린 내 아이와 로쇠해가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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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밌는 글입니다. 다빈치 명언 하나 투척하고 갑니다. “잘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가져다주듯이, 잘 산 인생은 편안한 죽음을 가져다준다. 죽은 자를 위해 울지 마라, 그는 휴식을 취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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