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추석연휴는 집안에 꾹 박혀 프랑스소설 “뇌”에 빠져 나름대로 즐거웠다. 운동이 너무 적은 탓인지, 연휴가 끝날 무렵에 다리가 뻐근 해 왔다. 오랫동안 멈췄던 산책을 하기로 결심했다.
집 근처에 공원이 몇 곳 있으나 한 곳만 지정하고 다닌다. 다니는 사람들의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단일하며 꽃과 나무가 많고 느젓한 공간이다. 평소 같으면 산책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채팅을 하는데 오늘은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기에 열심히 걸었다.
귀와 눈과 손이 자유로워지니 먼가 확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밤하늘을 나는 비행기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꽃 향기와 풀 향기도 풍겨오고 손가락을 스치는 바람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은 평안하기만 했다.
공원을 몇 바퀴 부지런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대뇌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당신은 오랜 시간 새로운 친구를 만들지 않았어. ’
깜짝 놀랐다. 학창 시절의 동창과 직장 동료들, 고향 친구외에는 최근 5 년간 새로 사귄 친구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왜 꼭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지? 난 10여 년이상의 친구가 많아, 그래도 오랜 친구가 좋잖아.
대뇌가 한 마디 더 보탰다.
사회심리학자 다이보 이쿠오(大坊郁夫)는 “행복감과 생명의 의의 및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말했단다. ‘대인관계의 활발함이 건강에 유리하다는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또한 건강심리학에는 사회성기술(Social skill)이란 대인심리학적 개념이 있으며 이것은 타인과의 관계를 윤활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직장인으로서, 학부형으로서, 주변에는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지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동업에 종사하는 지인들도 있고 오랜 시간 함께 일해 온 직장 동료, 자주 연락하는 학부형 친구들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성을 쌓았던 것일까?
학창 시절에 ‘성장과 꿈’을 함께 해 온 친구들은 설명 할 필요도 없이 몇 십년이 지나도 변함 없으며 우정은 더욱더 돈독해진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몸을 담군 이곳에는 ‘성장과 꿈’을 함께 해 온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온라인에서 자주 연락하고 오프라인에서 가끔 만나고 있을 뿐이다.
활발한 성격이라고 평가받는 편이지만, 친구를 사귀는 면에서 어쩌면 원칙성이 너무 강했는 지도 모른다 (결코 오랫동안 인사관리직을 담당하여 형성된 직업병은 아닐 것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친한 동창들을 기준으로 색안경을 걸고 까다로운 평가를 했는 지도 모른다. 언젠가 내가 진심을 줬던 친구한테서 받은 상처로 인해 새로운 만남이 두려워,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누군가가 건네 온 손을 잡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과거의 상처로 현재거나 미래를 섣불리 결정짓지 말고, 생각의 틀을 깨부수고 깊숙이 감추었던 손을 꺼내어 세상과 악수하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소통하면 어떨까?
멀리 하늘 바라보니
영혼이 나래 펼치고
물속에 발 담구니
물결이 찰랑찰랑
찬찬히 나를 들여다 보면
나를 바라보는 내가 있네
-관조觀照-
‘모든 변화는 한순간에 이루어진다’
혼자만의 여유 시간을 통해 대뇌와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온몸으로 받아 들이고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에 감개무량하다.
지인에게 늦은 시간에라도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이번 주말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지나간 나의 상처와 기쁨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싶으니, 청중이 되어 줄 수 있겠는 가고.

잘 읽었습니다. 카야님의 글을 보면서 저도 스스로 “난 얼마나 오랜 시간 새로운 친구를 만들지 않았지?”라고 자문해 보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시간이든 감정이든 여러모로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터득해 가면서 점점 더 “안정적으로 오래된 친구”들에만 만족하기로 스스로 타협했던 것 같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랑 췬에서랑 의기투합되는 친구들을 만나면 온라인이라도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을까 싶어요.
공감합니다. 우리나무를 통해 좋은 만남을 만들어 갈수 있을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 ^___^
일과 사람에 치이며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사교’의 연장선에 있는 부담스러운 시간이 되고 나이를 먹을수록 서로 솔직하게 감정을 주고받을 상대를 만나는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인간관계 다이어트 중입니다.
누구든 그럴 때가 있죠. 그러다가 어떤 기회에 또 다시 새로운 만남을 추구하게 되기도 하고~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죠. 내가 실망하거나 실망을 시킬까봐. 자기 자신과 새롭게 친해지는 것도 좋은것 같아요:
네.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것이 젤 중요하죠~
저도 직장 동료나 비즈니스로 인하여 알게된 인맥을 제외하면 최근 5년사이에 새로 사귄 “친구”가 없네요. SNS가 없었던 옛날에는 전화번로를 저장하는 일들을 빈번하게 했었는데… 이젠 버튼 하나만 누르거나 하면 팔로워하거나 하면서 사귀는 계기를 만들수도 있겠는데 잘 안되네요. 굳이 할 이유도 못 느끼고. 그냥 가지고 있는 인맥을 잘 보아야겠다는 마인드만…. 새로운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 한번 해볼까요? ㅋㅋㅋㅋ
마음에 맞기죠~ ㅎㅎ 좋은 프로젝트일지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