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쓸 수 있는 시간,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사치하기까지 한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 세번째로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하였기 때문이다.

수술에는 아픔과 불편함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이것이 하늘이 내려준 축복의 시간처럼이나 느껴졌다. 다섯날 동안 애 둘을 혼자서 돌보아야 하는 안해에게는 엄청 힘든 시간이 되어 미안했지만, 나에게는 아무일에도 방해되지 않고 골똘히 생각을 할 수 있는 연속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행복이라는 느낌

우리는 “행복”에 대해 수많은 형용사와 명사 동사들을 동원하여 다양하게 묘사해왔다. 나 역시 행복이란 것을  문자로 묘사하려고 손을 키보드에 놓은 순간 수많은 단어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생각의 문이 막히는 바람에 한동안 멍히니 멈추고 생각부터 비워야 했던 체험을 했다. 

아직도 그 순간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병원으로부터 판정을 받고 내 생명이 과연 얼마나 더 있을가 우울해하며 아침 일찍 일어나 집문을 나서지 않으면 안되었던 날, 아침 일찍 안해가 해 놓은 마포또푸 (麻婆豆腐) 를 입에 넣으면서 눈물이 났던 일… 왜 그날은 그 채가 그렇게 맛있었을가… 수수께끼였다. 그렇게도 흔하던 채소 였는데, 평시였더라면 달갑지 않게 먹었던 채 였는데,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을 체험하기는 첨이었다. 채는 여전히 그 채였지만, 그 때 나의 마음이 달랐던것 같았다. 지금 먹고 있는 이 료리가 이제 내 인생에서 마지막번이겠지, 언제 다시 먹을 수 있을가… 라고 생각하며 드디어는 눈물이 펑펑 솓아져 내렸던 것이었다. 

또 하나 …

저녁에 자기전에 애로부터 おやすみなさい〜 (잘 주무세요) 라는 인사를 받는 순간, 또 한번 눈물이 왈칵 솟아올랐던 기억… 어린 애 에게 있어서 이러한 밤은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밤 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심지어 애는 영원까지 우리는 이렇게 매일 저녁 인사를 하면서 각자의 잠자리에 들거라고 믿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씩 저녁인사 할 때마다 내 인생에서 애와 함께하는 날들이 하루씩 적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이러한 사소한 체험들이 하나 둘 해 나가면서 어느덧 일년이 지나왔다.

수많은 감격과 그 속에서 영혼이 흔들리는 체험을 하면서, 나는 행복에 대해 드디어 아주 소박한 답을 얻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

바쁜 세상, 정지된 마음

병원 휴식실의 창문으로 보이는 창밖에는 강을 건너가는 다리가 보였고 그 위에서 여러가지 차들이 분주히 오고가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 역시 저렇게 뭔가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중의 한명이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따뜻한 해빛이 비스듬히 비쳐와 마음이 포근해지는 오후 두시간을 내 마음을 정지시켜 조용히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으로 만들기로 작정했다. 

어찌보면 너무나 속도와 효율만을 따진 결과 방향을 판단한 겨를이 없이 달려온 나 자신인것 같았다. 너무나 목표만을 눈길이 팔려 삶속의 뜻깊은 순간들을 흘려버리며 지나왔던 나 자신을 반성해 보았다. 

마음을 가라앉힐 때, 바삐 움직일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머리속을 비워두는 순간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있던 우물로부터 시원한 깨달음이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기 시작했다.

삶과 우주, 영혼과 생명, 과거와 미래 … 자그마한 마음이 방대한 끝없는 그 무언가와 연결이 되면서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들이 전체 그림으로 보이면서 문자로 묘사할 수 없는 막강한 감격을 느껴본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카운트다운,

이것은 내 인생 결말의 카운트다운이 아니라, 새로운 삶과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인식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카운트다운이라는 것을…

그렇다. 모든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2023년5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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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영혼의 흔적입니다. 문장은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공감하는 영혼들을 감동시키며,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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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말, 머리속을 비우자는 말… 글 중 많은 내용들이 요즘 저한테 도움이 되는 말들 입니다.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머리속에 백마리의 원숭이가 있어서 엄청 복잡한 요즘입니다. 하하.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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