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동안 개인사정과 요양(?) 등 여러가지 이유들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히키코모리로 살았다. 

바깥세상이 싫어서 일부러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한것도 사실이다. 생존에 필요한 외출(시장이나 마트가기) 말고는 거의 외부출입을 하지 않았다.친구나 지인들과의 만남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세상은 그런 나한테 '경단녀'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주위사람들은 너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냐며 오며가며 한마디씩 했다. 물론 그중에 커리어(별로 대단한 커리어도 아닌데 ) 쌓기 싫으면 시집이나 가라는 말이 제일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 생활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낭비된 시간들도 아니었다. 

물론 그 시간들로 인해 얻은것도 있고 잃은것도 있다.

얻은것

1.마음의 평화

내가 인복이 없는것인지 그동안 내가 다녔던 회사들에서는 하나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일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아무리 세상에 입에 맞는 떡이 없다지만 사람이 스트레스때문에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했었다. 내 예민한 성격(테스트를 하면 그렇게 나온다.)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쉬는 동안 마음의 평화는 얻은것 같다. 

2.나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됐다.

내가 원하는것과 싫어하는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 적성에 맞아서 회사생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 회사생활 할때는 적성따윈 사치라며 스스로 모든 감각기관을 다 마비시켰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됐었다는 것을 안다.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한테 방학때 여러 경험을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 자신을 빨리 파악해 진로를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어려서 겪으면 경험이지만 나이 들어 겪으면 현타가 온다.

잃은것

1.뇌세포

요즘 놓은지 10년도 더 넘은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나이 때문인지 머리를 너무 오랫동안 안 쓴 탓인지 코로나때문(그렇게 믿고 싶다.뭐가 달라지지?) 인지 머리가 예전의 내 머리가 아니다. 예전엔 한두번 보면 외울수 있었던 것들이 요즘은 10번을 외워도 이튿날이면 절반정도는 다 까먹는다. 거의 붕어 수준이다. 호두라도 챙겨먹어야겠다.

2.반응 속도

피부의 노화보다 더 무서운것이 뇌의 노화, 그것보다 더 무서운것이 신체의 노화다.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것이 무엇인지 요즘 조금씩 느끼고 있다. 체력도 예전만 못하다.

3.눈치

바깥 세상과의 단절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은 없어서 좋았지만 대신 오랜 시간 누구 눈치 볼일이 없었더니 눈치도 무뎌졌다.🤣 그리고 상대방이 지금 하고 있는 얘기의 속뜻을 파악하는 스킬과 그에 대한 대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아…다시 동굴로 들어가고 싶다.😭) 

4.경력단절

여자들은 취업상황이 남자들보다 훨씬 열악하다.나이,결혼여부,출산여부가 모두 취업에 엄청난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내가 쭉 해왔던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월급을 포함한 복지가 단절되기 전 수준에 훨씬 못미친다. 새로운 일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려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취업대환경과도 관계된다.)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해야겠다. 밖으로 나갈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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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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