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이맘때 나는 박사논문 심사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학술지에 투고할 소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동기와 함께 교수님 사무실에 방문하여 소논문 투고 절차와 주제 선정에 관해 여쭤보려고 했었다. 그 당시 미술학 영역에서 꽤나 인정 받은 학술지 <현대미술학 논문집>의 투고 마감일은 5월 15일인데 교수님을 찾아 뵌 날짜는 5월 10일이라 아쉽지만 일단 이곳은 패스하고 다른 학술지를 찾으려고 했었다.

"(<현대미술학 논문집>) 투고 마감일이 22일로 연장되었어요." 교수님께서 한마디 던졌다.

비록 일주일이나 연장 되었지만 논문 주제도 미정인 상태에서 12일만에 논문 투고를 도전하기에는 무리수였다. 

뭔가 목표가 생겨서일까? 아님 자신과 대결하고 싶은 의욕이 올라와서일까? 아님 단순 급발진이 었을까? 나는 갓 세 맡은 작업실에 돌아오자마자 논문작성 모드에 들어섰다. 

아무것도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소논문을 작성하자니 정말 애간장이 타들어갔다. 멘탈을 다잡고: 

첫째, 참고문헌 나열, 

둘째, 논문 구조 작성, 

셋째, 논문 맥락 및 요점 나열, 

넷째, 참고문헌 읽기 및 인용구 메모..

이렇게 거북이가 순간이동하는 속도로 아주느리지만 일사불란하게 논문을 추진하였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12일간 나는 꼬박 앉아서 쓰고, 택배 불러서 먹고, 밖에 나가서 산책하고, 돌아와서 또 쓰고, 쓰다가 졸리면 자고, 눈뜨면 또 쓰고, 살려고 산책하고, 다시 돌아와서 쓰고, 먹고, 자고, 쓰고, 산책하고…이렇게 23일 자정까지 소논문 한 편을 완성했다. 하지만 22일 투고 마감시간을 넘어서 아쉽게도 투고는 못하고, 대신 늦은 시간에 교수님께 이메일로 논문 파일을 보내드리고 바로 누웠다.

다음 날 오후, 잠에서 깨니 교수님께서 이미 답신이 왔다. 교수님은 학술지 투고 마감일이 30일까지 연장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의 논문이 다른 곳 보다 여기에 투고하는 것이 더욱 적합하다고 말했다. 나는 열흘 넘짓한 시간 동안 이미 모든 에너지를 모호하여 이미 심신이 너무 지친 상태였다. 그래도 흔치 않은 기회니 피곤한 몸을 다시 일으켜 교수님께서 주신 수정 및 보완 의견을 참고하여 논문을 며칠 더 수정한 다음 결국 투고하게 되었다.

만약 여기까지가 끝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역은 그 다음부터 시작이다.

10일 후 심사결과가 나왔다.  3명의 익명의 심사위원님들 모두 '수정후 재심'의 결과를 주셨다. 그리고 내가 수정할 수 있는 기간은 단 5일… 수정할 내용은 거의 논문의 판도를 뒤집을 판이다. 

이 5일간 나는 거의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만큼 소화가 안됐다. 피곤과 초조함은 시시각각 몰려오고, 시간은 사정없이 흘러가며 나는 잠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눈만 뜨면 테이블에 앉았다. 너무 힘든 나머지 누우면 눈물이 주르륵, 아무와도 공유할 수 없고,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이 과정은 오로지 나 스스로 견뎌내고 이겨내야하는 관문이였다.

그렇게 단기적으로 작성된 소논문은 결국 혹독한 수정 의견들과 힘겨루기를 해내면서 드디어 게재될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 스텝,

망가진 몸으로 박사논문을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한다…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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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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