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테이블에 앉은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 아이가
한껏 신난 듯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냈다.
“엄마! 내가 아까 읽은 책에 ‘때밀이 신’이 있었는데 말이야.”
“신? 때를 미는데 뭐가 신이야? 신 아니겠지”
“아니야, 신 맞아, 제우스의 아들이라고 그랬어”
“아니, 엄마 말은 신이라면 세상을 다스리겠지, 왜 때를 밀겠냐고”
“신이라니까, 신이 인간의 때를 밀어주는 거라고”
“아니, 때를 미니까, 신이 아니고, 하인이나 그런 거겠지”
“아니라니까! 신이라니까!”
“신은 때를 안 밀거야”
“아, 몰라!”
아이는 뾰로통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그 젊은 엄마를 다시 쳐다봤다
얼굴은 갸름했고 코는 오똑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 젊은 엄마에게 '신' 은 어떤 형상일까?
나는 신이 허름한 형태로 내게 오면 알아볼 수 있을까?
나도 나이가 들면 저 엄마처럼 때 탄 어른이 될까?
신이 때를 밀어주러 와도, 몰라보는 때 탄 어른 말이다.
나도 어느결에 늘어난 나이만큼 아는 것도 많아져 때도 두꺼워졌다.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이건 맞고, 저건 틀리고,
돈 되는 것과 돈 안되는 것,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
폼나는 것과 볼품없는 것,
…
그 정해놓은 수많은 정답 속에
'때밀이 신' 의 자리는 없을 텐데!
어쩌면 신은,
내가 배제시킨 오답의 어느 한구석에서
아주 작고 하찮게 등장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을 영접할 수 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요, 내 눈에 보이는 현실세계가 가상일때가 많구나, 진짜 보아야 할것들을 많이 지나치며 사는구나, 그런 가상에 만족하며 자신을 속이는구나…. 진짜 신을 알아보고 영접하려 해도 그 가상에서 나오지 않으면 용기가 없겟구나.. 뭐 가끔 이런 똥궁리를 합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