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离职日记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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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离职日记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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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离职日记 – 09
  10. 离职日记 – 10
  11. 离职日记 – 11
  12. 离职日记 – 12
  13. 离职日记 – 13

잠에서 깨자 흰색의 벽과 낯선 커튼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어디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하는 멍청한 생각을 2초쯤 했다. 그래, 난 지금 그토록 꿈꿔오던 따리에 있는 거야, 출근을 안해도 되고 때시걱을 갖출 필요도 없고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는 가사노동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지금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살고 있다. 그 생각을 하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몸을 일으켜 물 한잔 마시고 창가에 섰다. 내려다보이는 사거리에는 푸른 빛이 감돈다. 붐비던 인파는 난데없고 서늘하도록 고요하다. 오늘 하루는 어찌 보낼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건 마치 맛있는 간식을 종류별로 앞에 놓고 어느것부터 먹을가 하는, 세상을 다 가진것 같은 아이의 꽉 찬 마음 같은 것이다. 가진자의 느긋함과 여유를 만끽하며 생각을 굴리다가 오늘은 골목투어를 하기로 정했다. 무작정 걷다가 만나는 낯선 풍경에 마음을 뺏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인다.

따리에 와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나는 과연 맞는 선택을 한건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어쩌면 살아온 시간보다 적을수도 있는 나이에, 그것도 의무와 책임감이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중년에 안정적인 직장을 버린다는 건 남들이 보기에는 미친 짓일것이다. 사직서를 내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사장은 말을 아꼈다. 아주 짧게 나를 쳐다봤을 뿐이다. 그 눈빛은 마치 뜻밖이군, 당신 몇살인지 알아? 철이 없거나 돌았거나 둘중 하나네? 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짐을 챙기고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나오고나니 모든게 끝이였다. 나는 제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나에게 맡겨진 일은 꼬박꼬박 완성하는 사람이였다. 이 모든게 내 성실성에서 기인된게 아니라 내 속에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 반항아적 기질때문이라는 건 나만 알고 있었다. 탈출을 꿈꾸기에 더 숨죽이고 엎드릴수 있는 그런 마음이라면 이해가 갈가. 하지만 나는 결국 도망쳤다.

세수를 하고 간편한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아마 나는 곧 따리를 떠날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남편과 아이가 있는 그 집으로 들어가 전처럼 집청소를 하고 반찬을 만들고 통장에 찍힌 잔액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직장을 구하겠지, 채바퀴처럼 돌아치던 그 생활속으로 다시 돌아가리라. 커피 내리는 기술은 영영 써먹지 못할수도 있을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모처럼 한가한 날, 정성껏 내린 커피 한잔을 옆에 놓고 지금의 이 순간들을 떠올리면 지난한 일상들을 이겨나갈 힘을 얻을수도 있을것이다.
“ 오늘 뭐하세요? “
잘생긴 바리스타의 문자를 받은건 그때였다.
“ 딱히 계획은 없어요. “
나는 이런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이 남자에게는 뭐랄가, 속세에 찌들지 않은 청량함이 있었다. 사실 나는 커피 내리는 걸 배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 남자의 다정함으로 내 피폐한 령혼을 정화하고 싶었다고 할가. 더 정확히 말한다면 무료한 시간을 좀 더 다채롭게 보내고 싶었을 뿐이였다. 그게 커피인지 차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 그럼 점심 같이 먹을가요? 운남쌀국수 맛있게 하는 집 알거든요, “
“ 아, 네. “
“ 근처에 식물원도 있어요. 구경시켜 드릴게요. “
“ 네. 좋아요. “
손가락이 어느새 이런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잠간 치마를 입고 나올걸 그랬나 하는 후회를 했다. 호텔로 다시 돌아갈가? 화장도 손봐야 할것 같다. 잘생긴 바리스타와 밥먹고 식물원을 돌며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자 이상하게 구름우를 거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려고 ? 아줌마 정신차려! 괜찮아, 생에 이 정도의 랑만은 허락해야지 안그래? 내 안에서 이성과 감성이 싸우고 있었다. 나는 이마살을 찌프리며 잠간 고민했다.

태양이 수직으로 거리를 비춘다. 나는 성큼 인파속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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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 (人)

나 자신조차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하나의 영혼. 나무 사이에서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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